막둥이 동화
집에서 키우던 몰티즈 강아지가 모두의 마음에 그리움을 남기고 떠나간 지 어언 10년. '강아지를 키워 봤으니 고양이를 키워볼까?' 생각하던 차에 그녀의 아들이 느닷없이 고양이를 입양하자며 보호소로 그녀를 안내했다. 그녀도 어느 정도 생각은 하고 있었기에 보호소로 함께 향했다. 그녀가 살고 있는 도시의 보호소는 개인 병원이었고 병원 한켠 작은 케이지 안에 아기 고양이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병치레를 심하게 앓고 있는 모습으로 있었다. 비위가 약한 그녀는 먹은 마음과는 다르게 역한 냄새에 생각이 바뀌어 바로 병원을 뛰쳐나왔다. 그녀는 아들에게 미안했지만 "엄마가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되었나 봐, 조금 시간을 줄래?"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그녀의 아들은 모두의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퇴근길에 아기 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아주 작고 귀여운 갈색의 털을 가진 '아비시니안'이란 품종의 아이였다. 퇴근길 동물병원 앞을 지나는데 쇼윈도 안에 아이가 애처롭게 바라보며 "나 좀 데려가주세요" 말하는 것 같아 무작정 들어가 돈을 지불하고 데려왔노라 말했다. 처음부터 그 고양이는 그녀의 아들만을 따랐으며 누구의 손도 타지 않으려고 했다. (처음으로 만나 말 걸어주고 어루 만 저준 아들만이 주인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정작 먹이 주고, 간식 주고, 화장실 청소하고, 놀아주는 것까지 모든 보살핌은 그녀의 손에서 해결됐지만 고양이는 그녀의 손길을 거부하고 오로지 아들만을 집사로 받아들였다.
고양이가 집에 온 지 수년 후
어느 순간 고양이가 그녀에게 먼저 다가와 저 좀 봐달라는 식으로 애교를 부리며 마음을 녹이기 시작했다. 그녀 옆에 바싹 다가앉아 자신의 얼굴을 그녀 얼굴에 비비는가 하면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애교의 끝판을 보여줬다. 그럴 때면 그녀는 고양이 이름인
"동화야?~"를 부르며 (그녀의 아들이 고양이를 데려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 그녀에게 부탁하길 "고양이 이름 좀 지어 주세요 좋은 이름이 생각이 안 나네요"라는 말에 베란다에 빨아 널은 운동화를 보며 "동화 어때? 네 이름 돌림자로 지었다." 했더니 "좋아요"라는 대답에 성은 "운" 이름은 "동화"가 되었다)
"널 데려온 사람은 네 형인데 어째서 닮은 건 이 엄마를 닮았니?"라며 대화를 시작한다.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방에게 다가가는 것에 시간이 걸리는 것, 입 짧아 먹는 것에 까탈스러운 것, 깔끔 떠는 것, 물 안 마시는 것, 등등.
사람이나 동물이나 생긴 것도 천차만별 생각도 천차만별이지만 자기를 예뻐하고 사랑하고 해코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무장해제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은 똑같은 것 같다.
그녀에게 닥친 큰 시련 앞에 외출도 안 하고 두문불출하며 소파와 한 몸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도 '동화'가 있었기에 더 빨리 털고 일어나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그녀의 힘듦으로 모든 걸 내려놓은 상태에서도 말 못 하는 고양이에 밥이며 간식 고양이 화장실은 치워야 했기에 그나마 움직일 수 있었고 말할 수 있었다. '동화'는 어찌 보면 그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것이다. 더욱이 요즘 들어 더 사랑스러운 것은 애교도 애교지만 야옹야옹하며 반항하는 것을 볼라치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간식 시간이 지나면 간식 달라고 "야옹"
외출만 하려고 하면 현관 앞에 먼저 와서 저도 나간다고 "야옹"
소파에 앉아 있으면 또 간식 내놓으라고 "야옹"
문 닫고 방에 들어가면 문 열라고 "야옹"
노년에는 필히 반려동물이 있어야 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누군가를 돌봄으로써 정신도 몸도 더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녀도 그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오늘도 일어나서 동화 밥을 제일 먼저 챙기면서 하루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