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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May 22.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가족 2



"큰엄마? 건강검진 어떻게 받으세요?"

"2년에 한 번 국민건강검진으로 하지~."

"올해 제가 회사에서 하는 건강검진받으러 강남 가는데 엄마랑 아버지도 같이 하실 거예요. 큰엄마도 같이 하실래요? 가족이면 누구나 다 되나 봐요, 물론 금액은 지불해야 되지만요."

"그래? 그럼 같이 하자."

그 여자는 조카와 통화를 마친 후 막내 시동생네와 같이 건강검진을 받기로 했다.


그 여자의 친정 형제자매는 오빠 둘 포함 달랑 셋 인 반면 시댁식구는 칠 남매로 조카들까지 합치면 스물다섯 명이나 된다. 모두 대체적으로 어울렁 더울렁 잘 어울려 지낸다. 그중에서도 막내 시동생네와 제일 가깝게 지내고 있다. 여행도 같이 다니고 딱히 무슨 일이 없어도 자주 얼굴 보며 지낸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조카 또한 큰엄마에(그 여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편이다.


군대에 갔을 때는 휴가 나오면서 큰엄마 선물이라며 화장품, 건강식품, 술 등을 사서는 제집 가기 전에 먼저 들려 인사하고 갔으며 직장 생활하는 현제도 수시로 안부 전화를 해준다. 주위에서 부러워할 만큼 잘하는 조카를 둔 그 여자 또한 녀석을 이뻐 할 수밖에 없다.


막내동서는 그녀와 여덟 살 차이가 나지만 서로가 나이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하며(그 여자 생각) 친자매만큼이나 잘 지낸다. 매번 시댁에 갈 때면 먼저 큰집에 들려 인사하고 잠은 꼭 막내네 가서 잔다. 그만큼 서로가 허물없이 지낸다는 뜻일 것이니 그 여자는 그저 막내 동서가 고맙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건강검진을 하는 날 이른 아침 그 여자는 지하철을 타고 강남에 있는 병원으로 갔고 막내네 식구들은 시골에서 조카가 운전을 해서 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각 파트별로 나눠진 검사실을 오가며 검사를 진행했고 시동생과 나만 대장 내시경에서 용종이 발견되어 검사받은 병원에서 연계해 준 전문병원으로 이동해 제거 시술을 받았다.


주위 사람들이 "어머 그 나이 먹도록 대장 내시경을 한 번도 안 했단 말이야, 대박이다. 무슨 자신감이야?"라는 말을 할 정도로 생전 처음으로 한 검사에서 발견되어 시술까지 받았으니 조카가 준 행운이라 생각했다. (사실 약 먹는 게 힘들기도 하고 설마 내가?라는 생각에 한 번도 할 생각을 안 한 것이다.) 아마 조카의 전화가 없었다면 앞으로도 한동안 그 검사 자체를 할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모든 검사와 시술이 끝나고 각자 헤어져 돌아갈 만도 한데 그 여자를 집에까지 데려다주었다. 24시간 이상을 금식과 물 한 모금 먹지 못해 힘들 텐데도 내색 않고 반대 방향의 그 여자 집엘 데려다 주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기는 했지만 요즘 세상에 누가 그렇게 까지 할까 생각에 고맙고 감사했다. 물론 그 여자도 고마운 만큼 섭섭지 않게 바리바리 챙겨 들려 보내긴 했다.


그 여자가 늘 주장하는 한 가지, 나가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내 가족에게 잘하자'이다. 잘났거나 못났거나 가족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있는 식구를 이해 까지는 아니어도 오해는 하지 말며 조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면 모두가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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