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그 여자는 자신이 속해있는 봉사단체 총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어! 아미? (총무의 실제 이름)
총무 아미는 그 여자를 보는 순간 "어! 언니? 서로 얼굴을 보는 순간 놀라 하는 말이다
"언니 여기는 어쩐 일이에요?"
"우리 오빠가 이 근처 살아서 왔다가 가는 길인데 음악 소리에 구경하러 들렸지."
"언니 어쨌든 잘 왔어, 오늘 시간 있지?"
"5시까지 아르바이트 가야 하니 4시까지는 괜찮아."
"그럼 됐어, 우리 지금 엄청 바빠. 두 시까지 할 거니까 빨리 앞치마 입어." 하며 '미소 나눔'로고가 찍힌 앞치마를 내민다.
그 여자의 오빠가 입원을 해 첫 번째 항암 치료를 마치고 나왔는데 어지럽고, 메스껍고, 챙겨 먹어야 하는 음식도 많다고 하여 주말 아침 오빠를 만나러 갔다가 오는 길 오빠집 근처 복지관 앞에서 쿵작쿵작 음악이 흘러나오고 여러 개의 천막이 쳐 저 있는 걸 보고 어떤 행사일까 궁금도 하고 한번 둘러나 보고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행사장에 발을 들여 하나하나 구경 중에 총무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그 여자는 삼 년 전 '미소 나눔'이란 봉사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지만 이 단체가 만들어진 것은 십 년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주 화요일 복지관에 가서 밥 배식 봉사를 하고 한 달에 한번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 집을 무료로 고쳐주는 일을 하며 각 동에서 행사가 있을 때 와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백 프로 무료 팝콘 나눔 봉사를 한다. 각 회원들의 회비를 모아서 활동하는 단체이다.
총무가 건네주는 앞치마를 입고 행사장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팝콘 한 봉지씩을 건네니 반응도 다양하니 너무나 좋아들 한다. 어르신들은 처음에는 돈 내야 하는 줄 알고 쭈뼛쭈뼛
"그냥 드려요"하면 그제야 환하게 웃으며
"그럼 친구 거도 받아가도 돼요?" 하신다.
"그럼요. 두 개 드릴게요. 다 드시면 리필도 해드려요!.
어린이들에게는 "얘들아 팝콘 받아가서 먹어" 하면 친구들까지 데려와서 받아간다.
행사장 중간쯤에 기계 두대를 놓고 연신 두 사람이 튀겨내도 소문이 난 후라서 대기 줄이 줄어들지를 않으니 마음만 급해지고 두 눈은 팝콘 기계만을 주시한다. 기계 속 냄비에서 타닥타닥 소리와 함께 하나 둘 와루루 튀어 쏟아지는 것이 활짝 핀 꽃 같기도 하고 펑펑 눈이 내리는 것 같기도 하고 새삼 예쁘다, 아름답다란 생각을 하게 됐다. 풍기는 고소함은 가슴을 따듯하게도 만들었다. '웰컴 투 동막골'이란 영화도 떠올리게 했고, 그 여자가 어릴 적 살던 시골집 양철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시골 외진 곳 홀로이 떨어진 집. 새소리, 바람소리 외에 그 어떤 소음도 없던 곳. 매년 가을 농사짓고 나온 볏짚으로 이영을 엮어 지붕에 올려 만든 초가지붕을 어느 해 가을 '함석'(표면에 아연을 도금한 얇은 철판. 지붕을 이거나 양동이, 대야를 만드는 데 사용) 지붕으로 교체하면서 비가 내리는 날에는 탕탕탕? 통통통? 탁탁탁? 아주 어릴 적이라서 소리 묘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었는데 기계 속에서 팝콘 터지는 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려니 어릴 적 생각이 아련히 나면서 비 오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 함석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지금의 팝콘 터지는 소리와 같았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비 오는 날이면 마루 끝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엄마가 마당가에 심어 놓은 꽃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뭔지 모를 마음의 편안함을 느끼곤 했었다. 엄마 아버지가 보고 싶은 하루였고 그 시절이 그리워진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