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쉼이란~
지난해 사월 말부터 시작한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벌써 일 년이 훌쩍 지났다. 처음 몆 달은 적응하느라 힘도 들고 버벅거림도 있었지만 일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 어려운 일이 생겨도 해결할 능력이 생겼다.
일주일에 네 개의 수업이 있고 두 번의 아르바이트 한 번의 복지관 밥봉사가 있다. 매일매일 한 달 일 년을 쉼 없이 달려왔다. 바쁘기도 했지만 반복되는 일상에 내 몸이 쉼을 요구했다.
몇 년 전부터 여행 코스로 핫하게 뜨고 있는 곳으로 예약했다. 조용하고 수다스럽지 않은 그녀는 주로 혼자 여행하는 편이지만 지인도 함께 가기를 원하여 함께 가기로 했다. (우연히 전화 통화를 하며 말한 것이 계기가 되어 "난 혼자 여행 못 가잖아, 자기가 아니면 난 어디도 못 가는 거 알잖아 나도 데려가." 지인과의 어쩌다 여행이 이렇게 시작된 것인데 이제는 어쩌다가 아니라 여러 번 함께하기를 원하는 것 같아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지인이 연락이 와서는 본인의 여행 이야기를 듣고는 같이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데 같이 가도 되겠냐며 물었다. 조용한 나만의 여행에서 가끔 둘이 가는 여행도 나쁘지 않았기에 세 사람이면 많이 재미나지 않을까 하고 동의를 했고 본의 아니게 혼자 가려던 여행이 세 사람이 함께 움직이는 여행이 되어버렸다.
지인이 데리고 온 여자는 그녀와 동갑이기는 했으나 나이가 같은 것 말고는 전혀 맞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녀와는 정 반대로 말이 많았으며, 그녀는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는 반면 그 여자는 사진 찍는 걸 너무 좋아해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 들이대는 바람에 짜증이 몰려오기도 했다. 또한 대화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조심성 없음에 그녀의 자제력에 한계가 오기도 했다. 단 하나 좋은 점 '성격 좋음?' 그녀는 좋고 싫음을 감추지 못하는 편인데 그 여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아니 그녀의 얼굴빚이 달라져도 살짝 말속에 가시를 내포해도 그저 좋단다. 좋은 말로 성격 좋음이지 그것은 대화의 부재를 의미했다.
그녀의 여행은 쉼 그 자체이다. 조용히 낯선 곳에서 아름다운 풍경에 집중하고 즐기며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다 보면 어느새 에너지가 채워지고 다시 돌아와 채워진 에너지로 활력을 찾고 또다시 여행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까지 생활하는 것이 그녀의 여행 루틴이었는데 이번 여행은 에너지가 채워지고 활력을 찾은 것이 아닌 모든 게 힘들고 기가 빠진 여행이었다.
물론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망망대해를 보트를 타고 달렸던 시간, 현지 로컬 가이드와 기차를 타고 재래시장 투어를 했던 것 등등 그녀의 여행에 있어서 잊지 못할 부분도 있었지만 그만큼 피곤과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3박 5일의 시간이 지나고 기가 다 빠져버린 상태가 되어 공항에 내리자마자 잘 가란 말도 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나 지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자 물을 마시니 입안이 쓰고 물도 쓰고 이상해 주스를 마셔봐도 목구멍에서 느껴지는 쓰디쓴 맛이 이상했다. 화장실로 달려가 입안을 보았다. 혀 바닥이 하얗게 백태가 끼어있었다. 칫솔로 박박 문질러 보아도 소용이 없었고 이런 경험은 살면서 처음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비해 모든 게 좀 부실하고 약하긴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무조건 쉬어야 했다. 집을 비운 시간만큼 어질러진 집안도, 정리해야 할 여행가방도 나 몰라라 꼬박 하루를 쉬고 나니 거짓말처럼 혀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몸은 아직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그녀는 새삼 다시 한번 자신의 여행 스타일에 대해 생각했고 본인 자신의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 자신도 모르게 혼자 조용히 묵묵히 다녔던 여행이 그저 여행 파트너가 없어서가 아니고 그녀 자신의 몸이 그것을 원했었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행은 관광이 아니고 구경도 아닌 쉼이고 힐링이란 기존의 생각을 다시 한번 되새겼고 재미와 즐거움을 쫒지 않고 그저 그녀의 방식대로 예전 저럼 조용히 여행지에 자신의 발자국을 찍으며 머릿속에 아름다움을 채우고 몸으로 느끼는 그녀의 여행정석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오늘도 이번 여행에 대해 메모를 잊지 않았다.
원래는 하루의 여행이 끝나면 숙소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며 잠들기 전 그날의 일정과 있었던 일들을 꼼꼼히 메모하며 마무리 짓는데 이번여행은 시끄럽고 정신사나움에 전혀 메모를 남길 수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몸 먼저 추스르고 생각을 정리해 며칠이 지난 오늘에서야 글을 정리했고 생각도 마무리 지었다.
아!
그런데 어쩌지~~
두 달 뒤에 예약되어 있는 여행도 이번에 함께한 지인과 같이 가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누군가를 두 사람이나 더 데리고 온다고 한다. 벌써부터 무섭다. 다음 여행은 그녀를 얼마나 힘들게 할까 걱정이 앞선다. 그럴 거면 차라리 본인들이 알아서 다닐 것이지 왜 그녀를 자꾸 따라다니려고 하는 것인지. 다음 여행을 마지막으로 다시 나 홀로 여행으로 전환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