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 2
아침 부지런을 떨어 집안일을 해결하고 운전해 광명역으로 출발했다. 삼 개월 전 카페를 오픈한 이쁜 조카 녀석을 만나기 위해 대전을 가기 위함이다. 어떻게 갈까 많이도 고민했다. 기차를 탈까? 운전해서 갈까? 고민 끝에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운전해서 가는 걸로 생각을 굳혔었는데 짧게는 왕복 4시간에서 길게는 5시간 이상 운전할 거를 생각하니 갑자기 꽤가 나기 시작했다. 어떤 방법이 시간과 에너지를 덜 소비할까를 생각하다가 차를 광명역에 주차한 후 KTX를 타고 대전까지 가는 게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라 생각이되 아침 8시 휴대폰 앱을 실행시켜 부랴부랴 10시 27분 차 표를 예매했다. 집에서 차로 채 30분도 안 걸리니 30분 전 도착을 목표로 일찍 출발했음에도 네비에 지정한 B주차장을 잘못 안내하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되었다.
겨우 십분 전 도착 서둘러 지정된 플랫폼으로 갔고 잠시 후 도착한 열차에 탑승 예매한 자리를 찾아갔다. 그런데 외국인 아이가 앉아 잠들어있었다. 그녀는 Excuse me 하며 휴대폰 앱을 꺼내 보여주며 자신의 자리임을 어필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빠로 보이는 남자가 자신의 휴대폰 앱을 보여주며 본인들의 자리임을 그들 또한 그녀에게 어필했다. 그들은 가족으로 보였으며 그 남자가 보여주는 앱 화면 속 좌석 또한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그들의 것이었다.
그녀는 뭔가가 잘못됨을 인지하고 바로 통로로 나와 고객 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 바로 승무원이 그녀를 찾아왔고 "잠시 후 천안 아산역에 도착하니 내려서 바로 다음 열차로 바꿔 타시면 됩니다. 기차가 딜레이 되어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뒤에 바로 오고 있으니 타시면 됩니다." 했다.
그녀는 기차가 딜레이 됐다는 안내 방송을 듣지 못했고 촉박한 시간에 기차를 놓치게 될까 봐 그것만 신경 쓰다 휴대폰 앱을 확인하지 않아서 일어난 상황이었다. 또한 그녀가 타야 하는 시간에 정확히 기차가 왔기 때문에 당연히 맞다고 생각하고 탑승을 한 것이다.
통로에는 입석표를 사서 서있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있었고 또한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으니 더위는 말할 것도 없이 사람들 틈에 서 있는 그녀 등줄기로 후끈함과 끈적함을 동반한 땀이 흘렀고 광명에서 천안역까지의 짧은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으며 길게 느껴지는 시간만큼 자책의 시간이 되었다. 작고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을 확인하지 않고 몸이 먼저 반응한 것에 대해 자책이었고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조금만 더 정신 차리고 생각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실수를 한 것에 대한 속상함이었다.
지나간 세월, 지나간 시간을 탓하고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가는 세월이, 흐르는 시간이 안타깝고 무섭다. 흐르는 세월, 시간 속에 오롯이 자신의 몸을 맡겨놓고 싶지 않고 늙어가고 싶지 않아, 매일매일 무언가 붙들기 위해 노력하고, 한편으로 잃어가는 것에 또 다른 하나를 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노력한 만큼 따라주지 않는 머리가, 생각이, 몸이 야속하다.
평생학습센터에는 젊은 사람들도 몆몆있지만 주로 그녀와 나이 또래가 비슷하거나 많은 학생들이 주류를 이룬다. 모두 열정들이 대단하다. 교수님의 말 한마디 문장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젊은 학생들보다 눈은 더 초롱초롱하고 집중도는 최상이지만 이해도는 글쎄....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그래도 그녀의 이해도는 다른 사람에 비해 빠르다고 느끼지만 한 번씩 실수를 할 때면 자괴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녀 자신뿐만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누구나 겪는 일상이라고 생각하며 흘러간 세월을 탓하고 스스로를 위로해 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과연 흐르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깜빡거리는 정신줄을 놓지 않고 맑은 정신으로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사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