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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Jul 10.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조카 형주

광명역을 출발한 기차가 아산천안역에 도착해 내려 잠시 기다리니 승무원이 말한, 그녀가 탑승해야 할 번호의 열차가 바로 승강장으로 들어왔다. 예매한 번호의 자리를 찾아가니 홀로이 비어있었다. 자신의 자리라 생각하고 앉으니 잘못 탄 기차통로에서 느꼈던 속상함과 더위에 불쾌감이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편한 마음에 휴대폰 속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읽다 보니 대전역이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구독으로 올라오는 글들을 미처 다 읽기도 전에 도착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니 KTX가 정말 빠르구나 라는 생각과 못다 읽은 글들의 살짝 아쉬움도 남았다.


하루종일 흐릴 거라던 예보와는 다르게 햇볕은 과할 만큼 쨍쨍하니 기차에서 내리자 뜨거움이 훅하고 밀려왔다. 택시를 타고 녀석의 카페로 향했다. 아직 오전 시간이라 혼자 빵을 굽던 녀석이 문소리와 함께 달려 나와 "큰엄마"하며 앉아준다. 중학교 때부터 운동으로 배드민턴을 하면서 식구들 중에서 키가 제일 커졌고 군대 가서는 헬스로 몸매를 다져 훤칠한 키에 근육질에 몸매로 제대를 하더니 여전히 멋짐 뿜뿜 발산에 작은 체구의 그녀를 앉아주니 새삼스러웠다. 어려서는 만날 때마다 '어디 큰엄마가 한번 앉아보자'하며 앉아주던 녀석인데 이제는 어른이 다 되어서 의젓함은 물론이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하는 것을 보니 대견하고 예쁘고 흐뭇함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잠시만 앉아계세요." 하더니 직접 구운 빵과 시원한 오미자차를 가져왔다. 차를 마시며 물었다.

"왜 그렇게 좋아하던 미용을 그만두고 카페를 오픈했니?"

"그냥 다른 일을 좀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오픈한 지 삼 개월밖에 안 됐지만 이 일이 좋고 마음에 들어요." 한다.

사실 녀석은 중학교 때부터 미용을 하겠다며 수업이 끝나면 보습 학원이 아닌 미용실로 달려갔고 소위 말하는 시다를 하며 비질을 하고 손님의 머리를 감기며 미용에 진심이었다. 대학은 패스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해 바로 미용실에 취직을 하겠다고 했지만 주위에 만류와 설득으로 미용학과에 들어갔다.


대학에 들어가 커피숍 알바를 시작하더니 좋아하던 미용보다도 더 매력을 느꼈을까? 졸업을 하고 나서도 알바를 멈추지 않았고 커피 공부에 심취하더니 결국엔 본인의 가게를 오픈했다. 물론 부모 찬스를 사용해 가게를 열었지만 고마움도 알고 있고 앞으로의 계획도 줄줄이 설명하는 걸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대견했다.



"이 테이블, 의자, 주방까지 제가 다 만들었어요. 그래서 돈도 많이 안 들었어요."

"요즘도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며 손님들 취향에 맞게 바꿔 나가고 있고 고민 많이 하고 있어요."

녀석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제법인걸, 아주 잘하고 있네.' 25살 아직은 어린 나이인데 생각이 너무도 어른스럽고 건강함에 녀석이 기특했다.


그녀의 아들을 봐도 조카를 봐도 주위에 지인들의 자식들을 봐도 꼭 전공대로 직업을 택하여 살아가는 이는 드물다. 전공을 살려 직업을 선택해도 오래 유지하는 것 또한 어렵다. 그녀의 아들도 그랬고 뉴스에 보도되는 내용 또한 1년이 고비이며 1년에서 2년 사이 많은 젊은이들이 이직을 한다는 통계도 보도됐다. 대학을 졸업해도 45퍼센트만이 취업이 된다는 보도도 있었고 유학을 마치고 와서도 여전히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직업을 갖지 않아 부모의 가슴앓이 이야기도 들어봤다.


각설하고, 어린 나이에 부모 찬스를 쓰긴 했지만 건강한 생각으로 모든 걸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며 어려운 일을 마주해도 잘 해결할 수 있겠구나 생각에 금전수 한그루와 응원의 말을 남기고 돌아오는 길, 모든 젊은이들이 (물론 다들 잘하고 있겠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유연하게 대처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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