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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Jul 17.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사이렌

애앵, 애앵, 애앵~~~

일요일 아침 한참 늦잠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시간 8시. 비상 사이렌 소리에 화들짝 깨었다. 잠깐 울리다 바로 꺼지겠지 하며 뒤척여 돌아 누워 꺼지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거실 시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마음과 생각 따위는 상관없이 꺼질 줄 모르고 짜증을 증폭시켰다. 결국 참지 못하고 관리소에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만 갈 뿐 그 누구도 받지 않았다. 조금 더 참아보기로 했다.


일주일에 6일을 정말 바쁘게 지내다가 일요일 하루 모든 걸 내려놓고 나 몰라라 아무것도 안 하는 하루. 다음 일주일을 위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날. 습관처럼 일찍 눈이 떠지지만 이불속에서 마냥 꼼지락 거리며 여유를 즐기는 날. 토요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11시에 귀가해서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고  일찍 눈이 떠졌지만 물 한 컵 마시고 다시 잠이 들었는데 느닷없는 사이렌소리에 기겁을 했지만 평소처럼 바로 꺼지겠지 하고 기다려 보지만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2월 중순 이사 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 울리는 비상벨 소리에 놀라 뭔가 집에서 잘못된 게 있어 그런 줄 알고 전화했더니 아파트 전체가 그런 것이고 원인을 찾고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는 좀 있다 바로 소리가 멈췄기 때문에 안심을 했다. 사실 길 건너 아파트에서 20년을 살았는데 그곳에서도 매 한 가지였다. 수시로 울리고 꺼지기를 반복했고 오래된 아파트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모든 사람들이 그려려니하고 넘어갔으며 점점 사람들의 의식에서 무감각해졌고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사 온 아파트 또한 매한가지이다. 이사 온 지 5개월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잊어버릴만하면 터지는 사이렌 소리에 이 아파트 또한 아무도 걱정하는 이 가 없어 보인다.


사람들이 참을 수 있는 인내의 한계점은 어느 정도 일까? 5분, 10분 멈출 기미가 없어 보인다. 여전히 전화는 받지 않는다. 참을 수 없어진 그녀는 결국 관리소를 찾아갔다. 아무도 없다. 동 주민들만 관리소 앞에 모여 서로 불만을 토로할 뿐이다. 20분이 훌쩍 넘었지만 여전히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이게 도대체 있을 수 있는 일인가요?"

"아니 이러다 진짜 큰 일이라도 생긴 날에는 어쩌려고 이런데요?"

"안전 불감증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

"소장은 뭐 하느라 이 시간까지 코빼기도 안 보인데요?"

"오늘 안에 소리를 멈출 수 있긴 있는 거래요?"

"아니 그렇게 불만이 많으면 이사를 가던지 아니면 암말 말고 잠자코 살라하더니, 한마디 하려고 나왔더니만 관리자는 한 명도 없네그려!"

"정문 초소에 모든 시스템이 있어요. 숙직하신 관리자가 원인을 찾고 있으니 조금만 참아 주세요!" 옆에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자코 듣고 있던 경비 아저씨가 한마디 하신다.

"소장한테 연락은 했어요?"

"아니요, 관리과장님 하고만 연락을 취하고 있고요 숙직 관리자가 원인을 찾고 있으니 고칠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죄송합니다."

"아저씨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요."


정확히 28분 만에 사이렌 소리가 멈췄다. 많은 동 주민들이 나와 불만을 토로했지만 누구 한 사람 과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없었다. 평화로운 일요일 아침 이 정도의 소란이라면 누구 한 사람 아니 더 많은 인원이 나서서 과하게 행동할 법도 한데 하나 둘 돌아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한 달 전 동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지금의 관리과장은 온 지 얼마 되지는 안았지만 일은 무척이나 잘한다. 기존의 소장은 무슨 배짱인지 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소장과 과장이 일로 많이 부딧친다. 그래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소장을 바꾸려 동 대표들 간에 합의를 봤으나 하루 만에 다른 동 대표들이 마음을 바꿔 주민들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으니 투표를 꼭 하시라 라는.  사실 그녀는 이사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일을 잘하는지 못 하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투표를 하지 않았다. 그녀처럼 몰라서 투표를 안 한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도 동대표 말을 듣고 바꾸는 쪽에 투표를 했어야 했나 잠시 생각에 잠겨봤다. 그랬으면 오늘의 이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정말 큰일이 닥치면 그땐 어쩌지? 많은 사람들이 나와 한 마디씩 불만을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밖으로 나오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현재도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고 소식을 종종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된다. 안전불감증은 매우 위험한 사고방식이다. 한번, 두 번, 세 번 반복되다 보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안전에 대한 생각과 행동을 중요시하고 안전 문화를 확립하는데 모두 동참해야 한다. 생활하기 바쁘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이유로 그렇게 했지만 별일 없었다는 가지가지 이유로 생활 주변 곳곳에서 당연하다는 듯이 안전을 무시한 채 살아가고 있다. 안전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는 없지만 안전규정, 절차, 도구 사용법을 숙지해야 하고 규칙과 규정도 준수해야 한다. 또한 안전을 책임지는 관계자들은 안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신과 사람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위험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조치 해야 하며 장비 및 시설을 철저한 관리로 유지보수해야 하고 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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