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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Jun 26.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해프닝 1


그녀는 20년 차 드라이버이다.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있던 날, 입학식을 끝내고 바로 운전 학원으로 달려가 등록을 했다. 신도시 입주 후 운전면허 취득이 붐처럼 일어 옆집 윗집 할 것 없이 모두 학원으로 향할 때 그녀는 아직 때가 아니라며 이웃의 권유를 뿌리쳤고 아들이 입학하기만을 기다렸다, 입학식날 등록을 한 것이다. 매일 아침 아들이 등교를 하고 나면 바로 학원으로 달려갔고 학원에 도착한 순서에 의해 한 사람당 30분씩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30년 전 그때는 그랬다. 학원에 도착하는 순서대로 하다 보니 기다리는 시간은 보통 한 시간 이상이었으며 시험 보기 전 15번의 연습을 한 후 시험 당일에 열여섯 명이 학원에 모여 학원차로 모두 시험장으로 이동해 시험을 봤다. 너무 긴장을 해서일까 먼저 한 주행도 쉽게 통과해 놓고 그만 T자 코스 마지막에 선을 넘는 바람에 첫 번 시험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S자코스, T자코스, 주행코스 3가지 코스가 있었는데 주행을 쉽게 통과해 놓고 T자 코스에서 떨어지니 너무 아쉬워했다. 그날 열여섯 명 중 두 사람 많이 합격을 했고 나머지는 불합격이 되었다. 어쩌랴 재 시험을 등록하고 시험 보기 전 3번의 연습을 하고 재도전해서 통과를 했고 면허를 취득했다.


다음으로 도로 주행도 20시간이나 따로 실습을 했다. 도로주행 연습을 할 때만 해도 사기충천 의욕충만 언제든 어디든 갈 것만 같아 그녀의 남편이 쉬는, 즉 차가 집에 있는 주말만을 기다렸건만 그해 봄은 왜 그리도 거짓말처럼 주말만 되면 비가 오는지 안달 난 그녀의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흐르는 시간 속에 그녀의 자신감이 점점 떨어지던 중 드디어 날씨 좋고 차가 집에 있는 주말, 이른 새벽 차를 몰로 아파트 주차장을 다 빠져나오기도 전 주차된 덤프트럭에 차를 끓고 말았다. 그녀는 아차 싶었고 가슴은 두 방망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덤프는 흔적도 없었고 운전한 차에만 약간의 흔적만이 남았다. 그녀는 모르는 척 다시 제자리에 주차했고 남편이 모르기만을 바랬지만 얼마 못 가 들통이 났고 남편의 잔소리와 함께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본의 아니게 장롱 면허증이 되어버렸다.


장롱면허 10년 세월이 지나고 신도시를 떠나 이사를 하게 됐고 그녀는 친구들과 운동을 하기 위해 신도시를 가야만 했으므로 차가 필요했고 운전을 해야만 했다. 차가 없는 주말 새벽 아파트를 빠져나와 운전을 하며 운동장으로 가는 길은 수월한 연습이 되었지만(주말 새벽 도로에 차가 많지 않으므로 큰 어려움 없이 연습할 수 있었음) 운동을 마치고 돌아와 다시 아파트 주차장에 파킹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주차 도움을 요청했지만 주차도 못 하면서 무슨 운전이냐는 거절에 자존심에 스크래치와 함께 '그래, 너 아니면 못 할 줄 알고, 흥' 오기가 발동했고 30분간 앞으로 갔다 뒤로 왔다를 반복 후 후진 주차의 달인 까지는 아니지만 한 번에 할 수 있는, 주차 잘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뿐이겠는가, 주말만큼은 그녀에게 양보해서 쓸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한 약속도 본인 감정에 따라 주지 않자 그녀는 화딱지가 났고 홧김에 뭐 한다고 남편 몰래 중고차를 사서 몰기 시작했다. 본인 차라 생각하니 눈치 볼일 없고 마음에 부담이 없다 보니 운전 실력이 날로 늘어갔다.


그녀의 오빠 전직은 1급 정비사였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은퇴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차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 게다가 발도 넓다. 그녀는 오빠 지인이 하는 중고차 매매 센터를 통해 (물론 오빠가 다 알아서 사고 등록까지 다 해줬음) 괜찮은 중고차를 두 번이나 구입했고 차에 이상이 생기기 전 오빠의 세심한 점검으로 온리 운전만을 하고 다니는 중이다. 예민한 그녀는 요즘도 운전을 하며 미세함의 차이가 느껴진다거나 이상함을 감지하면 바로 오빠에게 전화를 한다. 오늘도 그랬다. 요즘 몸과 마음이 힘들어서일까 나이가 들어서일까 깜빡하는 일도 많고 사소한 일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횟수가 많아졌다. 오늘 오전 송도에 일이 있어 갔다 올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아니면 또 깜빡한 것일 수도 있다.) 주차하고 내려 문을 잠그고 돌아서려는 순간 데쉬보드 위에 작은 버튼에서 작은 빨간 불빚이 반짝거렸다. 가슴이 철렁  쿵쾅 뛰기 시작했다. 바로 전화기를 들고 오빠라는 이름을 찾아 버튼을 눌렀고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별거 아닌 차량도난 장치로서 원래가 그런 것이라는 것.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요즘 들어 생각이 많아진다. 과연 언제까지 운전을 할 수 있을까? 점점 행동은 느려지고 생각은 둔해진다. 하지만 차 없음은 생각하기 싫다. 체력이 저하되니 차의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뚜벅이는 하기 싫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이 숙제가 되었다. 며칠 전 친구들 모임에서도 토크의 주제는 운전이었다. 다들 나와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었다. 나이가 들수록 차는 필수인데 인지 능력은 떨어지니 고민이라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이가 들어 운전 중 사고로 뉴스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되지 않으려면, 해답은 전체적인 건강관리 최대한 각자의 건강에 신경 쓰자는 말로 결론을 내렸다.

건강도 운전도 숙제가 된 나이가 되어버렸다.


물론 주위에 그녀보다 십 년 연상인 70대인 언니들도 여전히 운전 잘하고 다니는 분들이 꽤 많이 있다. 당연히 그녀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모든 면에서 건강하며 우위에 있다. 그녀가 운전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할 때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 건강부터 챙기라 한다. 건강관리만 잘해도 앞으로 십 년은 문제없다고. 태생부터가 골골한 그녀로서는 건강, 건강관리가 숙제 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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