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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강타 Oct 09. 2024

그 여자 그녀 이야기

이해인 수녀님

지난주 수요일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이해인 수녀님을 만나고 왔다.

집에서 멀지 않은 ㅇㅇ성당에서 12번째 북 콘서트가 있었다.

새로운 보좌 신부님이 오시고 난 후부터 명사들을 초청해 열리고 있는 것으로 들어 알고 있다.

11번의 강연과 행사들이 진행되는 동안 알지 못했지만 이번 강연회는 성당 담장에 걸린 현수막을 보고 알게 되었던 것이다. 성당은 그 여자의 집과 일주일에 두 번 나가는 편의점 중간쯤에 있는데 일주일에 두 번 지나쳐 가면서 한 달 넘게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며 잊지 말고 꼭 가봐야겠다고  마음속에 날짜와 시간을 저장해 두었었다.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 수녀이자 시인, 1945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1964년 수녀원에 입회, 1968년에 첫 서원을 하셨고 1976년 종신서원을 하신 수녀님은 올해로 수녀원 생활 60년이 되셨으며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를 시작으로 많은 시집과 산문집 등을 출간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수녀님은 시와 많은 강연들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 깊은 감명을 주신다는 것을 매체를 통해서만 알고 있었기에 이번 기회에 꼭 수녀님을 가까이에서 뵙고 좋은 말씀을 듣고 싶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뵙고, 듣고 싶어 정해진 시간보다 40분이나 일찍 도착했는데도 이미 와 계신 분들이 꽤 많았다. 다행히 맨 앞자리에 자리가 있어 맨 앞에 앉아 볼 수 있었으며 들을 수 있었다. 수녀님은 연세에 비해 얼굴이 너무나 곱고 젊어 보이셨으며 목소리 또한 젊어, 예쁘고 고운 말들로 시를 쓰시는 분이라 그럴 수 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수녀님은 A4 용지에 하실 말들을 인쇄해 오셨고 한 장 한 장 천천히 찾아가며 말씀을 이어 나갔고 중간중간 위트 있는 말씀으로 모두를 자주 웃게도 하셨다. 전문 강연자 같았으면 PPT로 준비해서 스크린에 띄워가며 하셨겠지만 도와주는 이 없이, 본인이 직접 해주고픈 이야기와 올 6월에 출판한 단상집 '소중한 보물들'의 내용을 조금 적어오셔서 안경도 안 끼시고 위트 있는 솜씨로 감동과 위로를 주는 말씀들을 해 주셨다.


"시간은 흘러가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간이 오기도 합니다. 이 시간이 마지막인 것처럼 소중히 여기고 보물처럼 생각하며 사세요. 순간 속에 영원을 사는 삶이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더 필요한 시간을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누구에게 즐거움을 줄까 생각하며, 판단은 보류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

"무생물을 이야기할 때도 '놈'자를 붙이지 마세요. 예를 들어 말썽 부리는 냉장고가 있다면 저놈의 냉장고, 저놈의 세탁기, 이놈의 TV, 사소한 말이라도 함부로 하지 말고 자신의 마음을 가꾸세요."

"새로운 사람, 낯선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대하시나요? 무조건 일가친척 대하듯, 예수님을 대하듯 하세요. 환대에도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도원에서 124명의 수녀님들과 함께 생활하며 시를 쓰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며 살고 있습니다. 늘 명랑을 생각하며 살고 있죠. 여러분들도 가정이라는 수도원에서 사랑을 찾고 보물을 찾으며 살아야 합니다."


2시간 동안 시 와 책 이야기, 살아온 날들의 이야기, 또 살아갈 날들의 이야기를 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수녀님의 시로 노래를 만들어 성가대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한 율동은(처음으로 하셨다는) 너무 (표현이 무색할) 깜찍하고 귀여우셨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마음에 남는 말씀을 몆 자 적으며 그날, 그 시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봤다. '저렇게 고운 마음이시니 시에 곱고 예쁜 마음이 녹아들어 누구나 좋아하는 시가 탄생하겠지.' '그래서 시를 읽은 사람들은 마음이 움직여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생겨나는 것이겠지.'


수녀님의 사랑이 넘치는 고은 마음이 선한 영향력으로 전파되어 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위안을 받았을 것이다.


그 여자는 현재 아주 오랫동안 냉담하고 있는 상태이다. 나름 고운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긴 하지만 자부하고 있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를 터이디 이 번 기회를 통해 조금 더 선한 마음으로 사랑을 더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성당으로 가는 발걸음을 한 발자국 떼야하지 않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강연과 수녀님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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