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에 댄스
금요일에는 수업이 오전에 하나, 오후에 하나 두 개가 있는 날이다.
오전에는 인근 동 커뮤니티 센터에서 한 시간 삼십 분 영어 수업이 있고 오후에는 평생학습관에서 세 시간 컴퓨터 수업이 있다. 오전 8시 50분 집을 나와 영어 수업에 참석하고 끝나면 바로 집으로 와서 고양이 동화의 간식을 챙겨주고, 아침을 먹지 않아 허기진 배에 대충 두유 하나를 마신 후 바로 평생학습관으로 달려가 4시까지 수업을 했다. 돌아와 옆 단지 아파트 알뜰장에 들려 야채 몇 가지를 사서 집에 오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바로 저녁 준비를 해야 하는데 오늘따라 기진맥진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싫다. 퇴근하는 아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저녁준비는 하기 싫고 집에 먹을만한 것이 없으니 먹고 싶은 걸 배달시키라고, 바로 답장이 왔다. 냉동실에 있는 주꾸미 밀키트와 우동사리, 냉동새우를 해동해 놓으면 본인이 와서 해 주겠노라고. 밀키트를 꺼내 흐르는 물에 담가놓고 잠시 한숨 돌리며 쉼을 가졌다. 퇴근해 집에 온 아들이 저녁 준비를 해서 먹고 나니 그녀에게는 늦은 저녁이 되었다.
누구나 알다시피 요즘 나오는 밀키트는 누가, 어디에서 요리를 하던 유명 맛집 못지않게 맛있고 쉽게 요리할 수 있게 워낙 잘 나오다 보니 과식은 당연지사다. 무엇을 먹던 쉽게 소화를 못하는 그녀는 소식좌이며 보통 6시 이후로는 잘 먹지 않는 편이지만 오늘따라 먹은 게 별로 없었고 늦은 저녁에 주꾸미 우동 볶음이 맛있다 보니 과식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과식을 하고 움직임 없이 있다가 잠자리에 들면 분명 수면이 힘들 것이기에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운동화를 챙겨 신고 집 근처 운동장으로 향했다.
소위 말하는 교도소 운동장이 아파트 인근에 있다. 교도소 옆, 학교 운동장의 3배 정도는 더 큰 운동장이 있는데 사람들은 교도소 운동장이라고 부른다. 그 운동장에는 올 4월부터 시에서 운영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8시에 시작해서 9시에 종료하는) 시민 건강 댄스 프로그램이 시행 중이다.
그 여자는 젊어서 운동으로 에어로빅을 하러 다녔었는데 한 시간 동안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체력의 한계를 느껴 얼마 하지 못하고 그만둔 경험이 있어 올봄 에어로빅 전문 강사가 와서 건강체조 겸 에어로빅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별 관심이 없어 가지 않았었는데 어느 초 여름 옆동사는 지인의 권유로 한 번 운동삼아 갔다가 된통 몸살이 걸린 후로는 아예 발걸음 초차 하지 않았었다. 그랬던 그 여자가 그 운동장을 갔다는 이야기는 지금 현제 건강에 대해 엄청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다. 소화도 시킬 겸 한 시간만 빨리 걷기를 하고 와야지 하는 생각으로 갔는데 마침 에어로빅 댄스 시간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계단 위에서는 음악에 맞춰 댄스 강사가 춤을 추고 계단 아래 운동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행과 열을 맞춰 틀림도 없이 척척 따라 하는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였다. 운동장 밖 가장자리를 따라 걷던 그 여자는 그 모습에 홀리기라도 한 듯 맨 뒤쪽 끝으로 가 따라 하기 시작했다. 상체운동, 하체운동, 팔다리 운동 모두가 가미된 댄스는 쉬운 게 아니었고 현란한 발 스텝은 그 여자가 따라 할 수 없는 동작이어서 앞에 서서 운동하는 이들을 쳐다보며 그저 발만 옆으로 왔다 갔다 하며 부러운 눈으로 쳐다만 보았고, 이리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건강을 위해 이 시간 때에 나와 운동을 하는구나 생각하며 조금 반성하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에어로빅은 유산소 운동의 일종으로 음악에 맞춰 동작을 함으로써 심박수를 증가시켜 심혈관 건강을 향상시키고 심장 기능을 강화하며 혈압을 낮추어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운동이다. 또한 몸을 많이 움직이므로 칼로리를 소모하여 체지방을 감소시키고 체중관리와 비반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에어로빅은 스트레칭과 다양한 동작을 포함하므로 유연성을 향상시키고 관절의 움직임을 개선해 근육의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 신체적인 활동과 음악의 조합으로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기분이 좋아져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도 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고 다들 말한다.
그 여자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운동에 있어서는 왜 이리 게으른지 모르겠다.
잘 챙겨 먹지 않으니 늘상 힘은 없고 바쁘게 돌아치기만 하니 의욕이 없어, 머리로는 움직여 운동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몸은 나 몰라라 움직여 주지 않는다. 여름내 좋아져 보겠다고 한약에 흑염소에 공들여 먹어 보았지만 역시나 신경 쓰지 않는 식단에는 장사가 없다. 그래도 당뇨 전단계라는 진단 이후에 건강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노력하기 시작했고 작지만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음 병원 진료일에는 좀 더 나은 결과를 위해 더 많이 움직이기를 스스로 약속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