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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그녀 이야기

Cat Mom

by 여행강타

몇 해 전 우연한 기회에 캣맘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얼마 안 있어 정부차원에서 마련한 한시적 일자리에, 작은 사무실로 6개월 간 출근 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아침 출근을 하다 보니 1층 현관 앞 박스에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묶여있었고 고양이가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이 그릇에 담겨있었다. 사무실은 2층과 3층이었고 1층은 밤에만 영업을 하는 횟집이었는데 횟집 사장님이 주웠다며 그 어린것을 묶어놓고 먹지도 못할 음식을 담아놓은 것이었다. 물론 그 사장님은 고양이를 어떻게 케어해야 하는지 몰랐을 것이고 관심도 없었을 것인데 어쩌다 보니 어미가 이소 하다 잃어버린 고양이를 주워 딴엔 잘 보살펴 주려 했던 것이리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사장님께 고양이의 상식을 아는 만큼 설명해 드리고 그녀가 보살피겠노라 말씀드렸다. 그녀도 고양이에 대해 다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다 보니 책도 사서 읽고 동물 관련 방송을 찾아보며 배우기도 하고 8년간 키우고 있는 고양이를 보며 알게 된 지식인 것들이었다.


바로 길 건너 동물 병원으로 달려가 아기 고양이가 먹을 수 있는 습식 먹이를 사 와서 놓아주었고 사람 손이 타지 않게 박스를 잘 여며 보이지 않게 해 주었다. 한시적 일자리라 오전만 하고 퇴근을 하는 관계로 저녁에 다시와 밥과 잠자리를 돌봐주기를 한 20여 일 지났을 무렵부터 제법 컸다고 슬금슬금 외출을 하기 시작하더니 완전 가출을 해버렸다. 가출이라고 해봐야 건물 뒤 재개발로 인해 모두가 떠나버린 빌라촌에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는 것이었다. 그녀는 퇴근길 고양이들이 모여 사는 빈 빌라촌에 들려 녀석에게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간식 츄르 하나를 주고 퇴근을 했다. 애기 때부터 돌봐줘서 그런지 왠지 정이 가는 게 쉽게 잊히지가 않았다. 물론 거기에도 저녁이면 밥을 챙겨주는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캣맘분이 계서 항상 밥과 물이 놓여 있었다. 봄 중간쯤에 만나 시작된 녀석과의 인연은 여름이 지나고 가을로 접어들었고 녀석은 다른 길냥이들과 잘 어울려 지냈고 퇴근길 들려 녀석을 부르면 절대 곁을 주진 않지만 멀찍이 서서 츄르주기만을 기다렸다. 늦가을 어느 날 녀석의 눈이 아파지기 시작했고 짠한 마음이 생긴 그녀는 녀석을 잡아 병원에 데려가고 싶었지만 야생에서 살아가는 녀석을 잡을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만 커져갈 때쯤, 어느 참석한 모임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모임 멤버 중 은정이가

"언니 내가 캣맘 한 분을 아는데 소개해 드릴까요? 언니 집 아래 치킨집 위층에서 고양이 쉼터도 운영하고 있어요."

"그래?~ 지척에 있었는데 왜 여적지 몰랐을까? 간판이 퀵서비스니까 당연히 퀵서비스 사무실인 줄만 알았지 고양이 쉼터라고는 상상조차 안 했네~."

알려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고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다음 날 만나 녀석을 잡을 포획틀을 설치하기로 약속을 했으나 캣맘은 약속시간에 나타나지 않았고 그녀 혼자 날센돌이 냥이를 잡을 수 없어 동물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약이라도 밥에 타 먹이려 했으나 병원에서는 전후 사정을 말했음에도 약을 주지 않아 인근 동물약을 취급하는 약국을 찾아 찾아 겨우 타 동네 한 곳에서 처방받은 후 아침저녁으로 챙겨 먹이니 한 열흘이 지나면서 깨끗해졌다. 녀석의 건강한 모습에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고 12월 말일로 그녀의 한시적 일자리도 끝이나 편한 마음으로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평소에도 유기견 보호소나 고양이 쉼터 같은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 한동안 인터넷을 뒤지며 찾아본 적도 있었는데 그녀가 거주하는 지역이나 인근 시에는 없어 마음을 접은 적이 있었던지라 바로 집 아래 상가에 있다 하니 일부러 찾아가 보았다. 지난번 약속을 어겨 좋은 감정은 아니었지만 쉼터에서의 일손을 보태는 것은 또 다른 일이기에 간 것이었다. 똑똑 쉼터 문을 두드리니 젊은 여자가 문을 빼꼼 열고 "누구세요?" 한다. 지난번 약속했던 사람이라 설명하니 그때의 사정을 장황하게 설명하며 들어오라 했다. 그렇게 캣맘과 인연이 되었다.


고양이 쉼터는 캣맘 개인이 사비로 유지하고 있었으며 지금도 그렇게 운영 중이다.

말이 고양이 쉼터이지 캣맘이 식구들도 있는 개인 집에서 돌볼 수 없어 상가 하나를 얻어 아픈 아이들을 보살피는 개인 공간인 것이다. 캣맘은 우연한 기회에 아픈 길냥이와 마주하게 되었고 이후로 8년째 모든 일을 제처 두고 오로지 길냥이와 쉼터 아이들을 케어하며 살고 있다. 캣맘은 그녀와 동갑내기로 결혼은 하지 않은 Miss다. 오후가 되면 온갖 고양이 용품들로 가득 찬 자신의 차를 쉼터 앞에 세우고 그곳에 길냥이들에게 밥을 주는 것을 시작으로 인근 차로 20여분 걸리는 먼 곳까지 매일 찾아가 밥을 챙기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닌 밤 12시가 지나야 끝이 나는 일을 8년째 하고 있다. 지금은 추운 겨울인지라 매일 핫팩을 흔들어(따듯하게 한 후) 곳곳의 길냥이 겨울집에 갈아 채워주고 단도리 하느라 새벽이 돼야 밥 주는 일이 끝이 난다고 했다. 캣맘은 벌써 허리가 굽었고 손가락 관절에 변형이 왔으며 다리에도 문제가 생겨 잘 걷지도 못한다. 아직 젊은 나이거늘 8년째 밤낮으로 고양이 캔을 하루에도 수십 개씩 따고 수시로 마트에서 생수를 사 실어야 하며 무거운 고양이 포획틀을 옮기면서 그리된 것이다.


쉼터에는 8마리의 고양이가 생활하고 있다. 다리가 하나 없는 아이, 팔이 하나 없는 아이, 눈이 한쪽 없는 아이도 있다. 이렇게 저렇게 길에서 만난 아픈 아이들을 데려와 치료해 방사할 수 없고 입양이 안 되니 쉼터를 마련해 돌보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도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어. 나 너무 힘들어. 모든 걸 손 놓고 싶어. 나 자신을 위해 돈을 써 본 적이 없어. 나에게 쓸 돈을 모두 고양이를 위해 쓰고 있어. 근데 저 아이들을 어떻게? 죽게 내 보낼 순 없잖아!. 한다. 그러면서도 특별한 일이 아니면 남의 손을 빌리지도 않는다. 2년 전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생사를 헤매고 있어 곁을 비울 수 없으니 일주일만 쉼터를 부탁한다는 말을 듣고 아침저녁으로 들여다보며 손을 빌여 준 것 말고는 가본 적이 없었는데 지난주 연락이 왔다. 조카가 포항 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쳐 가봐야 한다고, 이번에도 안 가보면 자매 간에 의가 상할 것 같아 어쩔 수 없다며 이틀 만 부탁한다고. 그리 힘든 일도 아니니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을 했것만 미인함을 표현하는 말이 너무 과해 오히려 그녀가 더 부담스러움을 느끼니 참 난감했다.


그녀 역시 봉사활동 하는 것에 보람을 느껴 힘이 닿는 한 봉사를 하며 살겠다는 생각이지만 캣맘은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생각이고 사랑인 것 같다. 캣맘은 그녀를 볼 때마다 바쁨과 힘듬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 일을 놓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그저 캣맘이 오래 건강하기만을 바라는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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