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
여행 친구와 여행이 확정되고 떠날 날짜가 다가오면서 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여행사로부터 문자 메시지로 받아 확인했고, 친구가 보내주는 온갖 정보들도 받아 확인했다. 그녀가 정보를 보내기 전에 꼼꼼하게 인터넷에서 찾아 확인했는데, 그녀는 그 여자로부터 모든 걸 일임받다 보니 신경이 쓰였는지 소소한 것들 까지도 메시지로 보내왔다. 전압, 환전, 지참서류, 상비약, 기온에 맞는 복장 준비 등등.
출발 2일 전 가방을 꺼내놓고 필요한 것들을 챙겨 넣었다. 3월에 다낭 날씨는 평균 온도 28도에서 29도라는 정보를 보고 완전 한여름 옷으로만 챙겨 넣었다. 냉감 반팔 티와 민소매 티셔츠, 바지도 입은 듯 만 듯한 것들로 챙겨 넣었고, 친구와 드레스 코드를 맞추기 위해 한여름 샤랄라 원피스도 하나 처음으로 챙겨 넣었다.(여행 친구는 언제나 여행길에 꼭 롱 원피스를 가져와 입는다.)
출발 당일 오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날씨 앱에 다당을 추가해 그곳 날씨를 확인해 봤다.
화면을 보는 순간 '뭐지?' 하며 눈을 의심했다. 일주일 내내 비가 80% 이상 주룩주룩 내리고 있고 온도는 22도에서 24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분명 여행사에서 보내 준 날씨표에도, 친구가 보내 준 인터넷 여행기 글 속에도 죽을 만큼 더우니 여름옷으로 잘 챙겨 가라고 되어 있었는데, 화면을 보는 순간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아니다 싶어 재빨리 가방을 열어 챙겨 넣은 여름옷을 모두 꺼내고 바지는 모두 청바지로, 윗도리는 살짝 두께감이 있는 봄 옷으로 바꿔 넣었다.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거리상으로 좀 더 먼 곳에 사는 그녀는 이미 공항을 향해 출발했을 시간이라 참기로 했다.
출발 전 날인 월요일, 전국적으로 내린다던 눈은 강원도에만 주민이 고립될 만큼 내렸고(뉴스에 40cm 이상 내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나머지 지역은 그저 휘날리다 만 정도였다. 출발하는 화요일 아침에는 비가 살짝 내렸고, 바람만 매섭게 불어 체감 온도를 떨어뜨렸다. 매년 있는 일로, 오는 봄을 시샘하듯 3월에 내리는 눈이 올해는 3월 17일로 날짜를 잡은 것이다. 추위를 심하게 타는 그 여자는 상의엔 바람막이 티에 두꺼운 패딩을 입었고, 하의는 기모 레깅스에 제일 두꺼운 기모 청바지로 장착하고 여행길에 올랐다.
화요일 밤 12시에 다낭 공항에 도착, 짐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풀장착하고 간 겨울 의상이 제격인 날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날씨와 마주하는 순간, '이런 날씨에 입을 만한 옷은 하나도 안 가져왔는데 어떡하지?' 란 생각에 걱정이 앞서 달렸다. 더군다나 비까지 내린다고, 날씨앱이 말하고 있는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모두가 놓인 것이다. 가이드 말이, 바로 며칠 전 만해도 29도에서 30도였던 지난주에는 여행객 모두가 힘들어 그저 시원한 그늘만을 찾아 쉬기 일쑤였는데, 이번 주에는 서늘하다 못해 춥다며 요즘엔 기상청에서 알려주는 날씨가 전혀 맞지 않아 그네들도 애로사항이 많다고 했다. 여행 내내 첫날 입고 들어간 옷을 입고 여행지에 발도장을 찍어놓고 돌아왔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온으로 인해 자연재해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어느 지역에선 폭우로, 또 어느 지역에선 폭설로, 또 다른 지역에서는 강풍으로, 지금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는 산불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고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다. 우리 나라 산불은 산소를 정리하던 사람의 실수로 발생한 것 이지만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걷잡을 수 없는 미친 바람으로 인해 주 불을 쉽게 잡을 수 없었으며 9일이 지나서야 진화되었다. 이상기후는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직면한 지구적 위기다. 이러한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자세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요 원인은 지구 온난화에서 비롯된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편리한 삶을 위해 화석연료를 무분별하게 사용했고, 그 결과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다. 이산화탄소와 메탄등 온실가스가 지구의 열을 가두어 평균 기온을 상승시켰다. 문제는 이로 인해 기후 시스템이 불안정해졌다는 것이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강력한 태풍과 폭우의 빈도를 증가시킨다. 따뜻해진 바다는 대기 중으로 더 많은 수증기를 공급하여 폭우와 홍수를 유발한다. 반면 북극의 해빙은 극지방과 중위도 지역의 온도 차이를 줄여 제트기류를 약화시킨다. 그 결과 한파와 폭염이 한 지역에 장기간 머무르게 되어 기온의 극단적인 변동을 초래한다. 또한 고온 건조한 기후는 산불의 빈도와 강도를 높여 자연 생태계와 인간 사회에 치명적인 피해를 남긴다.
이상기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국제적, 개인적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와 국제 사회는 탄소 배출 저감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하고, 지역 사회와 개인은 일상 속에서 탄소 중립을 실천해야 한다. 편리함에 젖어 생활한 시간만큼 실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중교통 이용,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에너지 절약등 각자 지킬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
지구가 보내는 경고는 분명하다.
이상기후는 우연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만든 결과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인간이 만든 것이기에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 지금 우리가 기후 변화를 외면한다면 그 대가는 다음 세대가 치르게 될 것이다. 반대로, 지금 행동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것이다. 이상기후는 우리가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하라는 자연의 메시지이다. 이제는 이 경고에 귀 기울이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