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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의 사생활

여행 중 깜짝 선물

by 여행강타

여행은 가끔 예상치 못한 순간들과 마주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경험, 예상치 못한 만남, 그리고 뜻밖의 감동이 그런 것이다. 이번 베트남 다낭 여행도 그랬다. 3박 5일의 짧지만 알차고 재미난 일정 속에서 다낭의 바다와 활기찬 여행지를 누비며 다양한 매력을 만끽했다. 금요일 점심 식사 후 '호이안'이란 곳으로 이동해 도시 곳곳을 누비며 눈으로 가슴으로 그곳에 풍경을 담았고, 밤에는 온갖 화려한 등불로 수놓은 도시를 전동카를 타고 구석구석, 골목골목을 한 시간가량 돌며 화려함과 마주했다.


불빗의 화려함을 가득 안고 돌라온 숙소에, 이번 여행의 예기치 못한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늦은 저녁까지 구석구석을 둘러보느라 피곤했지만,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잠시 후 친구가 소리쳤다. "어머 이게 뭐야?". 친구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커다란 접시에 축하 메시지와 함께 작고 예쁜 케이크 한 조각이 올려져 있었고, 축하 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바로 알아차렸다.


나의 생일이 서류상 오늘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여자는 단 한 번도 서류상의 생일을 챙겨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부터 음력 생일을 기준으로 삼았고, 공식 서류에 적힌 생일은 그저 행정적인 숫자에 불과했다. 게다가 예전에는 갓난아기들이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기에, 일부러 늦게 출생신고를 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래서 실제 출생일과 서류상의 생일이 다른 경우가 흔했다. 그 여자 역시 그런 경우였기에, 공식적인 생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그것도 외국 호텔에서 자신을 위한 생일 축하를 받게 되니, 조금 놀라웠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케이크와 카드는 누가 준비한 걸까? 혹시 가이드가 호텔측에 미리 이야기해 준비해준 걸까? 아니면 호텔 측에서 투숙객 정보를 확인하고 준비한 걸까? 어떤 이유에서든, 이렇게 세심한 배려를 받게 되니 기분이 좋으면서도 묘했다. 사실 여행을 하다 보면 숙소는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하지만 이 작은 케이크 한 조각과 카드 덕분에, 이 호텔은 내게 단순한 숙소 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평상시 그다지 생일에 관심이 없어 생일을 챙기지 않았고, 심지어 이 날짜를 생일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날짜를 중요하게 여기고 축하의 마음을 전해 주었다. 어쩌면 이런 작은 관심과 배려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여자는 여행 친구 그녀와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여행을 되돌아보았다. 다낭 여행은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여행 친구는 정년퇴임 전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 목적이 있었고, 그 여자는 일상의 반복에서 벗어나 마음의 평화와 여유를 찾고자 떠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작은 선물 덕분에 여행이 더 즐거워졌고 가이드를 포함 함께 하는 이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이 작은 이벤트가 그 여자에게 예상치 못한 감동과 고마움을 느끼게 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계획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된다. 때로는 그 경험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한순간의 배려와 따뜻함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다낭에서의 이 작은 생일 축하는 그 여자가 예상하지 못한 선물이었고, 그 덕분에 이번 여행은 더욱 특별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앞으로는 여행을 떠날 때, 그곳의 풍경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작은 배려와 따뜻함을 더 많이 기억하고 보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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