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여행 일 년 치 행복
'너무 좋다.'
'그래, 이런 게 행복이지 행복이 별 건가?'
소백산 끝자락 '두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구름 위의 산책'이라는 이름의 커피숍에 테이블을 하나 차지하고 앉아 따듯한 커피 한 잔을 홀짝거리며 혼잣말처럼 읊조렸다. 카페 주위엔 아무것도 없고 온통 푸르른 초목과, 주인장의 손길이 닿은 각종 꽃이 손님을 맞이했다. 머리 위로는 패러글라이딩에 몸을 실은 사람들이 바람을 타고 두둥실 밀려 나갔고, 발아래 시선이 머무는 자리에는 단양을 굽이도는 강과 마을이, 아련히 마음을 설레게 했다. 편안함과 함께.
일요일 이른 아침, 차 열쇠 하나 덜렁 들고 영동 고속도로를 달렸다. 지난밤 잠을 설쳐서 인지 자꾸 졸음이 밀려와 잠시 문막 휴게소에 들러 커피 한잔을 사 제천으로 향했다. 정해놓은 시간은 없었지만, 하루를 알차게 쓰기 위해 밀리는 시간을 피하고자 일찍 서두른 보람이 있어 동서네 집에 일찍 도착하였다. 시동생과 동서는 막 아침식사를 마친 상태였고, 어디를 가고 싶은지 이야기해 보라고 했다.
시댁인 제천을 40년간 내려 다니며 가깝게는 제천 인근과 멀게는 웬만한 강원도를 두루 다 다녔지만, 내가 모르는 곳이 있을지 몰라 '알아서 해 주세요~~.' 했다.
"오늘까지가 '소백산 철쭉제' 기간이라 어딜 가나 차가 붐비기는 할 테지만 일단 나가보시죠." 하며 나를 자신들의 차에 태워 출발했다. 단양역을 지나 꼬불꼬불 산길을 올라 양방산 산 정상으로 향했다. 탁 트인 조망은 작은 단양시내를 한 폭의 그림처럼 보여주었고, 넓게 펼쳐진 정상 평지에서는 7살 꼬마를 포함 외국인까지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분주했다.
다음으로, 점심을 먹기 위해 전통시장으로 갔다. 축제기간이기도 했지만, 제주 다음으로 연평균 방문객이 많은 도시답게 사람과 차들로 북적거렸다. 단양은 마늘이 유명한 만큼, 마늘을 소재로 한 음식들이 곳곳에서 손님들을 유혹했다. 소문난 마늘빵 가게 앞에는 빵을 사기 위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고, 우리가 식사하러 간 마늘 순댓국 집은 앉을자리가 없었다. 줄 서서 빵은 사진 않았지만, 순댓국은 또 먹으러 가고 싶을 만큼 맛있었다. '유명한 이유가 있었네' 생각하며 식당 명함을 가져왔다. 택배도 가능하다는 말에 꼭 다시 먹고싶다는 생각에서. 식사 후에는 잔도길과 장미터널을 걸었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해발 600m에 자리한 '카페산'이라는 커피숍으로 향했다. 유명 연예인 매니저가 다녀간 후로 유명해졌다는 그곳은 소문처럼 사람들로 넘쳐났다. 카페 옆 활공장엔 패러글라이딩을 위해 온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저 차를 마시기 위해 온 사람들도 많아 주차할 자리를 찾지 못할 정도였다.
북적 가림이 싫은 우리는 '구름 위의 산책'을 택하였고, 커피 한잔과 케이크 한 조각에 몸의 휴식을 주며 마냥 흐르는 시간을 즐겼다. 여행이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하든 몸과 마음 모두를 건강하게 해 주는 것임에 틀림없다. 특히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여행은 더욱 그렇다. 서로를 위해 시간을 내고, 마음을 주고, 상대방을 배려해 행동하고 동행해 줌으로써 서로가 행복해지는 시간, 여행. 짧은 하루를 함께한 시간이었지만 일 년을 살아갈 만큼의 행복과 에너지를 충전한 단양 나들이. 당신들이 나의 가족이어서 행복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