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오늘도 잘 살았네

by 여행강타



"어? 에이 씨 이거 뭐야, 상추가 왜 이렇게 지저분해?

"그러게, 보니까 손이 안 간다."

"그치, 나 쌈 좋아하는데 이 집 인제 그만 와야겠다."

동네 친구 5인방이 거리상으로는 좀 먼 곳이지만, 맛집으로 소문난 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그곳은 단일 메뉴인 생오리 주물럭을 파는 곳으로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대기해야 하는 곳이라 큰맘 먹고 간 곳이었다. 우리들이 배정받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음식 5인분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고, 다음으로 뜨거운 숯불이 테이블 중앙에 자리를 차지했다. 종업원은 능숙한 손놀림으로 고기를 적당량 구워줬고 우리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었다. 고기 한 점을 상추에 싸서 맛있게 먹었고 두 번째로 집어 든 상추에 씻기지 않은 채 그대로 붙어있는 먼지가 너무도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얼른 다시 내려놓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는데 옆에 앉은 친구가 나의 중얼거림을 듣고 맞장구를 쳤다.


분명 상추는 씻기어 물을 머금고 가지런히 모양 좋게 큰 접시 한편을 깻잎과 함께 차지하고 있었다. 야채 셀프 바에도 상추, 깻잎, 고추 등이 직접 농사지은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차곡차곡 정갈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손님들은 연신 그것들을 가져다 먹었다. 나는 더 이상 상추쌈을 먹을 수 없었다. 별반 다를 게 없었겠지만, 깻잎만으로 쌈을 먹은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


며칠 전 아침 TV 방송에 '상추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라를 제목으로 보도되는 것을 보았었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지 않고 먹으면 몸을 상하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상추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비타민 A, C, K가 풍부해 피부, 면역, 혈액 건강에 도움을 주지만, 상추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대장균, 살모넬라, 톡소플라즈마 같은 유해균이 상추의 주름진 잎에 붙어있어 흐르는 물에 잎 사이사이 낀 먼지와 흙 제거는 물론 충분히 씻어 먹어야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방송 내용이 아니었더라도 누구든 지저분한 상추의 꼴을 보았다면 먹지 않았을 것이다.


유명한 맛집이고,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식당에서 눈으로 보기에만 깔끔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영업이 음식 먹은 뱃속을 메스껍게 했다. 손님들이 많아 힘들어서였을까? 할 일이 많아 시간이 없어서였을까? 식당 주인은 알면서도 그리 영업을 하는 것일까? 생각을 많이 하게 한 한 끼의 식사였다. 물에 풍덩 담갔다가 한 장 한 장 간추려 차곡차곡 줄 맞춰 담아놓지 않고서야 그럴 순 없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이용하는 식당인데 손님들의 건강이야 어찌 되었건 상관없고 그저 돈만 벌면 된다는 속셈에 손님들의 몸은 병들어간다. 나는 한동안 쌈을 파는 식당엔 갈 수 없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