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한 등대 아래, 뒤엉킨 항로
엄마의 바다에는 늘 폭풍이 몰아쳤다. 매일같이 밀려드는 거센 파도는 엄마의 몸과 마음을 갉아먹었다. 그럼에도 두 아이의 삶이라는 짐을 어깨에 얹은 작은 어른은 멈춰 설 수 없었다. 찢기고 상처 입으면서도, 엄마는 매일 그 바다의 파도와 맞서 싸워야만 했다.
그 바다는 단 한 번도 잔잔했던 적이 없었고, 그 누구도 그 바다를 대신 건너줄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방향도 없이 부서지는 배의 키를 혼자서 붙잡아야 했고, 때로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아이들의 잠든 얼굴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고요한 밤, 문득 밀려드는 절망에도 작은 어른은 폭풍속에 작은 등대처럼 흔들려도, 절대 무너지지 않았다.
하지만 파도가 너무도 매서웠기 때문일까. 엄마의 마음이 조금씩 망가지기 시작한 건, 아마 이 무렵이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엄마의 손길은 따뜻함보다 거칠음으로 다가왔고, 그 손끝에서 흘러나오던 온기는 점차 날카로운 말과 행동으로 바뀌어 갔다.
고단한 하루를 끝낸 엄마는 말없이 눈을 감거나, 작은 실수에도 버럭 소리를 질렀다. 때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화살이 아이들에게 향했고, 한여름 장마 같은 엄마의 감정에 우리는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며 숨을 죽여야 했다.
그건 미움이 아니라, 폭풍 속에서 끝없이 물에 젖은 돛을 다시 세워야 했던 엄마의 절박함, 그리고 누구에게도 기대지 못한 채 견뎌야 했던 삶의 무게가 결국 엄마를 그렇게 만든 것임을 이제는 안다.
하지만 어린 나에게는, 그것이 마치 나의 온 세계가 진동하면서 내 세계의 유일한 신이 분노한 듯한 순간 같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고, 난 신의 분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름모를 그 분노는 유독 아빠를 빼닮은 나에게 거침없이 쏟아졌다. 아무 이유 없는 날카로운 말, 예고 없이 날아오는 손길. 어린 나는 그저 조용히 숨죽이며 일그러진 나의 신의 노함이 빨리 잦아들길 빌었고 , 쏟아지는 미움의 이유를 찾으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