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자들의 새벽
그런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걸까.
아버지는 어느 날, 마치 마지막 파도를 타고 저 멀리로 사라진 배처럼 떠나버렸다.
한동안은 조용하던 수면 위에서 갑자기 방향을 잃은 듯, 아버지는 말 한마디 없이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갔다.
그건 마치 바람 한 점 없이 멈춰 있던 배가 어느 순간 갑작스레 조류에 휩쓸려 어디론가 흘러가 버린 것처럼, 아무런 예고도 없던 이탈이었다.
단편적인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 나는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낯선 골목과 거리들을 함께 걸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엄마는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 헤맸고,
나는 그저 그 손을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하긴 어려웠지만, 분명한 건 엄마가 자주 울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울음을 터뜨릴 때면 나는 서툰 손으로 두루마리 휴지를 꺼내 엄마에게 건넸다.
그러면 엄마는 그 휴지를 받아 들고 나를 꼭 껴안았다. 그리고는 더 크게, 더 깊게 우셨다.
어린 나는 이유도 모른 채 가만히 안긴 채로, 엄마의 눈물이 내 어깨를 적시는 걸 느끼곤 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아버지는 경마로 잃은 돈을 만회하려고 또다시 빚을 내고, 그 돈으로 다시 경마를 했고, 그렇게 반복된 악순환 속에서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더 이상 마주할 용기도, 책임질 자신도 없었던 아버지는 면목이 없다며 우리 곁을 떠난 것이었다.
1998년, 엄마의 나이는 고작 30대 초반.
두 아이의 삶을 온전히 짊어지기엔,
엄마 또한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