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이름 없는 조각배

존재해서 미안한 아이.

by 마레

사랑받기 위해 사랑이 고파서

착한 아이를 연기함이 무색하게도

나는 나의 신에게 매 순간 부정받는 비운의 피조물이자

닿을 수 없는 태양에게 다가가는 이카루스였다


어른이 된 지금도 가슴에 비수처럼 박힌

엄마의 모진 말들이 메아리처럼 맴돈다

"하는 짓이 지 아빠랑 똑같아."

"너 같은 거 그때 지울 걸 그랬어."

"널 낳은 게 실수였어."

이젠 나에게 생채기 하나 낼 수 없는 말들이지만


그 모진 말들은 어린 나를 난도질했다

어린 나는 태풍에 항로를 잃은 조각배처럼 속절없이 부서지며, 점점 더 깊은 심해로 끊임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음침하고 어두운 바다의 심연 아래에서 천천히 나를 끌어당겼고
나는 저항할 힘도 모른 채,
내 존재 전체가 서서히 침묵 속으로 침몰하는 걸 느껴야 했다.

살아 있다는 것보다
존재해서 미안한 아이가 되었다.

내가 사라지면 엄마는 덜 힘들까.
처음부터 없었더라면, 모두가 조금은 행복했을까.

나는 점점 작아졌고,
난파되는 이름 없는 조각배처럼,
깊은 심해 아래로 조용히 가라앉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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