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실대는 인생의 파도에

흔들리고 상처 입었지만, 결국 모든 것은 흘러간다.

by 마레


파도는 밀려오고, 또 물러난다.
'모든 삶은 흐른다' 중에서 -Laurence Devillairs

그 안에 있을 땐 온몸이 휘청이지만, 언젠가는 그 위에 잠시 떠 있을 수 있게 된다.


한때는 매일이 침몰 같았다.
어린 시절, 가정의 불화와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폭력.
나의 세상은 반복해서 무너졌고, 나는 나라는 존재가 애초에 이 세상에 없었으면, 먼지처럼 사라져버렸으면, 잠들듯 세상이 꺼져버렸으면 하고 빌고 또 빌던 날들이 있었다.


어린 나에게 삶의 무게는 너무 무거웠다.

감정을 눌렀고, 존재를 감췄으며, 침묵으로 버텼다.
매일, 나만의 세상은 조용히 무너져 내렸다.

삶이란 파도는 쉼 없이 매서운 기세로 나에게 부딪쳐왔고,
수영조차 배우지 못한 나는 그 파도에 휩쓸려 매일같이 숨을 쉬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 발버둥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자, 동시에 감정을 묻어두는 법을 익혀가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런 감정들은 내가 “괜찮다”라고 말할 때마다 내 안에서 이따금 비명을 질렀다.
아무 일도 없는 척 살아가던 날들 속에서도, 그 감정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성인이 되었을 무렵, 나는 내 안의 무언가가 서서히 망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제야 처음으로 멈춰 섰고, 내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것들, 견뎠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아 조용히 나를 무너뜨리고 있었음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삶이 어느덧 중반을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내 안에 남겨진 ‘그 아이’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 아이는 아주 오랜 시간, 내 안에서 움츠린 채
내가 다시 한번 바라봐주길, 다시 한번 찾아내주길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마음에 무게를 더해가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외면했던 시간들이 고여 있던 그 자리에서, 나는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삶은 끊임없이 흐르고, 바다는 잔잔하다가도
불쑥 큰 파도를 보내 나를 휘청이게 만들곤 했다.

여전히 삶이라는 바다는 광활하고,
가끔은 나를 내던진 것처럼 느껴질 만큼 무서울 때가 있다.

그럼에도 이제는, 가끔 몰아치는 파도가 예전처럼 두렵지는 않다.

나는 그 파도에 몸을 맡기며 유영하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지금, 그 남아 있는 잔파—잔류한 감정의 물결을 조용히 글로 흘려보내려 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더 이상 몰아치는 파도에 휩쓸리지만은 않는다.

그것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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