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의 사건∙사고 예방 수칙 (1)

할까 말까 고민될 땐 일단 안 하는 MD의 사건∙사고 예방 수칙

by 북바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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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는 사무실은 파티션이 없다. 격앙된 목소리로 사고 수습 통화를 하는 동료의 목소리가 가끔 귀에 와 꽂힌다. “구환회 님은 왜 절규하는 일 없이 항상 차분하세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를 모르는 사람은 많다. 큰일난 걸 확인하면 난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 후 휴대전화를 들고 아무도 없는 회의실로 향한다. “선생님. 살려 주세요”라고 읍소하기 위해서…….


어느 출판사의 인기 대표님이 인기 작가가 쓴 인기 책을 알리기 위해 인기 배우를 초대하는 북토크를 열었다. 온라인 서점에 같은 수량의 티켓이 배분되었다. 순식간에 표가 매진되었다. “오. 역대급인데” 혼잣말하며 최종 구매자를 확인한 나는 혼비백산하여 소리 있는 비명을 질렀다.


­배분받은 수량보다 많은 티켓이 팔렸다. 이대로면 선착순 100명 이후의 고객 주문은 취소 처리해야 했다. 휴대전화를 들고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 들어갔다. 항상 이메일로만 소통했던 출판사 대표님에게 처음으로 개인 전화로 연락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한 뒤 모든 고객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실 수 있는지를 간곡히 여쭤보고 싶어 늦은 시간에 그리고 휴대전화로 죄송하지만 연락을 드렸고 어쩌고저쩌고 횡설수설했다.


알아보고 연락하겠다고 한 박정민 대표에게 몇 분 후 전화가 왔다. 다른 서점에 양해를 구했고 행사장 정원을 넘기지는 않아서 모든 구매자를 모셔도 된다고 알렸다. 사람의 목소리에도 후광이 깃든다는 걸 처음 실감했다. 그날 이후로 영화 <타짜> 시리즈의 최고작은 3탄이라고 내 마음 깊은 곳에 고정해놓았다. 아직 4편이 나오지 않았지만 바뀔 일은 없다.

9791197221989.jpg 『첫 여름, 완주』 김금희 지음, 무제(MUZE), 2025

덕분에 마포중앙도서관 마중홀을 꽉 채운 독자가 ‘첫 여름, 완주 출간 기념 북토크’를 행복하게 즐겼다. 지금도 이 북토크 상품 페이지에는 “안 갔으면 아쉬웠을 만큼 너무 좋았어요!”라는 독자 후기가 남아 있다. 행사 현장에서 왠지 교보문고에서 구매하고 왔다는 고객이 많다고 느꼈다면 기분 탓은 아니다.


행사는 성공리에 끝났으나 미스터리가 남았다. 왜 판매가 초과되었을까. 휴먼 오류일까. 시스템 오류일까. 실제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판매 제한 오류’로 분류되는 사례다. 말그대로 팔아도 되는 수량보다 고객 구매가 더 많이 일어나는 상황. 판매 제한 오류는 온라인서점 MD가 가장 겪기 싫어하는 사고 중 하나다. ‘피해야 할 3대 위험’에 속할 정도다.


저자 친필 사인본, 표지나 사양이 일반판과 다른 에디션, 부록이나 특전이 포함된 이벤트 도서는 공급받기로 출판사와 확약한 수량만큼만 팔아야 한다. 책뿐만이 아니다. 강연 티켓, 사은품 등 모든 한정 상품이 관리 대상이다. 어떤 경우이든 MD는 판매 제한을 철저하게 건다.




언젠가 한 출판사에서 탄탄한 마니아 팬이 있는 작품의 특별판을 출간했다. 출판사는 예약 판매 시작일인 ‘금요일’에 도서 정보를 신간 등록 부서와 MD에게 메일로 보냈다. 바로 판매가 열렸다. 직무태만 MD는 메일 확인도 안 했고 당연히 판매 제한도 걸지 않았다고 한다. 책은 ‘주말 내내’ 신나게 팔려나갔다. 우리 서점에 배정된 수량을 훌쩍 뛰어넘어서. 월요일 아침 출근 후 실상을 파악한 나는 역시 조용히 휴대전화를 들고 아무도 없는 회의실로 향했다. 전혀 조용하지 않은 음성으로 수량을 추가해달라고 출판사 담당자에게 호소했다. 추가 배분도 추가 제작도 불가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입금순으로 늦게 구매한 고객에게 눈물의 사과 메시지를 보내고 주문을 품절 처리했다. 엄청난 고객 항의가 쏟아졌다.


세계적 석학 애덤 그랜트는 『오리지널스』에서 때로는 미루는 것이 창의성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거래처 메일은 절대 미루지 말고 실시간으로 열어봐야 한다는 말을 개정판에 추가하길 바란다.


판매 제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출판사의 도움 역시 절실하다. 처음 알린 것과 정확히 같은 수량을 공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간혹 소통 오류가 생기거나 다른 사정이 생겨서 ‘이미 완판된 후인데’ 최초 협의한 수량보다 적게 보내겠다고 말하는 출판사도 있다. 이럴 때는 마치 인류 멸망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서점에 판매 등록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낼 때 [중요], [필독], [시급], [판매제한], [한정], [꼭 읽어주세요] 같은 말머리를 제목에 넣고, 본문에는 크기 50폰트로 확대 후 볼드 처리한 빨간색 글씨로 판매 제한을 강조해 적어주면 좋다. 동시에 MD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판매 제한 걸라고 알려주면 더 좋다. 통화가 안 될 경우 MD 휴대전화로 연락해 당장 판매 제한 걸라고 호통치면 최고다.


MD를 너무 번거롭게 하는 건 아닐까? 전혀 아니다. MD는 마음 깊이 고마워한다. 귀찮은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렇다. 대량 품절이 발생할 때 고객이 서점으로만 항의하지는 않는다. 출판사에 전화하거나 소셜 미디어 계정에 글을 남기기도 한다. 작가에게 직접 항의할 때도 있다. 판매 제한 사고든 다른 사고든 클레임 방지에 너, 나 구분 없다. 사고가 발생하는 데는 10초밖에 안 걸리지만, 사고를 수습하는 데는 100일이 넘는 시간이 들기도 한다(실제로 겪은 일).


이 같은 ‘클레임 처리’는 MD가 매일 하는 일은 아니다. 사과 문자를 보내거나 거래처와 해결책을 논의해야 하는 수준의 업무가 매일 하는 일이 되어서는 큰일 난다. 매일 해야 하는 일은 고객 항의를 ‘예방하는’ 것이다. 또한 지금은 구설수가 생기면 소셜 미디어를 타고 과거보다 몇 배 빠른 속도로 확산한다. 부득이하게 사고가 발생했다면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해야’ 한다.


‘예방법과 대응법’을 자세히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클레임 사례를 몇 가지 더 나눠보고자 한다. 참고로 아래의 사건, 사고 모두가 내가 저지르거나 내 주위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다. 타 업계나 타 업체 일도 있다. 실화를 약간 윤색한 내용도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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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대량 품절’은 위험성 3위 정도의 사고다. 2위는 ‘부적절한 마케팅 메시지 작성’이다. 이벤트 페이지, 소셜 미디어 게시물, 광고 문안, 모바일 알림 등의 메시지에는 단 한 명이라도 불편함, 불쾌감, 분노를 느낄 단어, 표현, 서술이 들어가면 안 된다. 나는 이벤트 기획안을 만들거나 마케팅 문구를 짤 때 ‘이거 문제 안 될까?’, ‘이거 무해한가?’, ‘이거 누군가는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계속 생각하고 동료에게도 물어본다.


특히 신중하게 다뤄야 할 사항은 다섯 가지 ‘ㅈ’이다. 우선 ‘종교, 정치, 젠더, 지역’이 주제인 책을 소개할 때 표현의 균형을 잡지 않으면 항의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다섯 번째 ‘ㅈ’은 ‘저자’다. 다음은 모두 가정이다. 구환회라는 사람의 『OOOOOO』이라는 책이 읽을 만하고 내용도 논란거리 없이 무해해서 ‘ㄱ서점’ 직원 ‘A’의 눈에 띈 상황이다. A는 추천하는 글과 함께 『OOOOOO』을 크게 노출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책 내용과 다르게 구환회는 평소에도 인성 불량으로 유명했으며 최근 심각한 사회적 물의까지 빚은 자였다. 독자는 왜 하필 이런 저자의 책을 추천하느냐고 비판할지도 모른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가정이다). 하나의 ‘ㅈ’을 덧붙인다면 ‘저작권’ 확인 역시 중요하다. 정확히 부르자면 ‘지식재산권’이며, 이외에도 필수 법적, 제도적 요건을 분명하게 숙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막이 다가오면 커머스 업체는 대응 프로모션을 기획하기 마련이다. 이때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단어는 사용하면 안 된다. 대회명, 로고 등은 상표권으로 보호받으며 공식 스폰서십 계약을 맺은 기업, 단체만 마케팅 사용이 허용된다. 뉴스 등 보도 목적이 아닌 TV 예능 프로그램이 ‘올O픽’이나 ‘월드O’이라고 돌려서 언급하는 이유다.


단순히 글로 표기만 해도 문제가 되는데 사진을 무단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한 출판사가 연예인 사진을 넣은 이벤트 페이지를 보내온 적이 있다. 이미지 파일을 처음 봤을 때 삼도천을 건너는 뱃사공의 노 젓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허락받지 않은 상업적 용도의 사용이므로 ‘초상권’, ‘퍼블리시티권’ 위반에 해당한다. 누군가 촬영한 작업물인 사진을 사용했으므로 ‘저작권’ 위반까지 추가될 수도 있다. 공인, 연예인 사진으로 카드 뉴스를 만들어 책을 홍보하는 콘텐츠 마케팅도 안 하면 좋겠다.


책 내용의 사용도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소설이든 시든 ‘단 한 문장도’ 저작권자의 확인 없이 수익 창출이 목적인 행위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노래 가사를 잘못 쓰면 배상금을 내야 하는 것과 같다. 해당 책을 홍보하는 이벤트 페이지가 아닌 연관성이 없는 기획에 사용할 때나 인용 분량이 많을 때 사전 확인은 반드시 거쳐야 한다.


3위 ‘판매 제한’, 2위 ‘마케팅 메시지’를 합친 것만큼이나 중대함이 큰 관리 요소 1위는 단연 ‘고객 개인 정보’다.




글쓴이: 구환회

교보문고 소설 MD. 십수 년간 성공과 실패 사이를 오가며 쌓은 MD로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오늘도 판매 실적을 향해 정진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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