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열 여덟 번째 이야기
생각보다 빠르게 나는 부서를 이동하게 되었다.
팀을 떠나는 나에게 팀장은 끝까지 이렇게 말했다.
“0씨가 행정을 몰라서 그렇지, 거기는 여기보다 더 힘들 거야.”
그 말은 마치 악담처럼 들렸다.
‘정말 부서를 옮기는 것이 답일까?’
불안한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일단은 이 팀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새로 간 부서는 이전 부서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때 아닌 인사발령이었기 때문에
이삿짐을 들고 사무실에 들어서자, 보이지 않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그 무렵 회사 사람들 대부분은 나에 대한 소문을 사실처럼 믿고 있었기에,
그 시선들은 유독 따갑게 다가왔다.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이전 업무와 완전 다른 업무였다. 하지만 조금 과장하자면, 이전에 하던 일의 3분의 1 정도 되는 분량이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오히려 그 적은 업무량이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전임자보다 더 세세하게, 꼼꼼하게 일을 처리했다.
새로운 기획안도 직접 만들어 실행에 옮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팀장이 어느 날 나를 불러 말했다.
“0씨,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을 열심히 하네요. 편견을 갖고 있었네요.”
그 한마디에 나는 울컥했다.
팀원들도 처음엔 거리를 두었지만, 점차 마음을 열고 다가와 주었다.
내가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먼저 도와주겠다고 손을 뻗어줬다.
“아, 이게 동료구나.”
나는 그제야 비로소, ‘진짜 소속감’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