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스무 번 째 이야기
나를 괴롭히던 선임은 육아휴직으로 내가 마주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잠시나마 회사를 편하게 다닐 수 있었다. 해당 선임이 없으니 그의 무리도 나에게 관심을 덜 갖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기록물에서 그 선임의 복귀 일정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다시 공포에 사로잡혔다.
극도로 예민해졌고, 작은 일에도 쉽게 불안해졌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날 공격하려는 낌새가 보이면,
과민하게 반응하고는 했다.
내 사정을 잘 알고 있던 동료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제 그만 잊고 잘 지내보는 건 어때요?
그분도 이제 선생님에 대해 아무 생각 없으신 것 같던데요.”
그는 예전에 내가 가장 힘들던 시절 손을 내밀어 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에 나는 큰 실망을 느꼈다.
내가 날선 반응을 보이자 그는 급히 덧붙였다.
자신이 선임의 편을 드는 건 아니라고,
다만 자꾸 뒤에서 안 좋은 얘기가 나오니
회사 다니는 동안은 ‘좋게 좋게’ 지내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맞다.
‘좋은 게 좋은 거다’는 삶의 방식도 분명한 생존 전략이다.
하지만 나는 그 방식과는 타협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나와 다른 방식의 생존을 택한 사람일 뿐,
그를 비판할 권리는 내게 없다.
내 방식 또한 정답이라 할 수 없다.
나는 침묵 대신 말을 택했고,
그 대가는 가시밭길이었다.
하지만 그 길을 피하지 않기로 한 이상,
피 흘리며 꿋꿋이 걸어가는 것 또한
내가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