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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스물 세 번째 이야기

by 라라클

그 후 1년 뒤, 나는 또다시 부서를 옮겼다.
아마 1년마다 자리를 이동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나밖에 없었을 것이다.

내부에서 나를 지켜줄 선임도, 누군가의 방패막도 없었다.

나는 늘 떠밀리듯 새로운 자리로 옮겨 다녔다.


이번 배치는 특히 문제적이었다.
한 직원의 문제로 급히 업무 개편이 이루어졌고,
그가 맡던 일에 또 다른 업무까지 덧붙여진,
말 그대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자리였다.


나는 팀장 앞에서 애써 웃으며 말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그러나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곧바로 좌절했다.


방치된 업무, 미뤄진 마감, 부실한 인수인계.
전임자는 두꺼운 책자 하나만 던져놓고 떠나버렸다.
나는 업무 파악도 하기 전에 마감에 쫓겼고,
새로 추가된 일은 또 다른 전임자에게 따로 배워야 했다.


두 명이 하던 일을 혼자 떠안고,
매일 야근에 출장까지 이어졌다.

숨이 막히듯 복잡한 상황 속에서 나는 점점 가라앉고 있었다.


팀장이 도와주기도 했지만, 그것은 또 다른 굴욕이었다.
내가 무능해서 도움을 받는 것처럼 비칠까봐 두려웠다.

결국 나는 실장을 찾아가 업무 리스트와 스케줄표를 내밀며 말했다.
“업무 분장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다시 검토해주시면 안될까요.”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이랬다.
“일단 하면 다 하게 되어 있어.”
“필요하면 연말쯤엔 사람 붙여줄게.”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래전 들었던 말들이 겹쳐졌다.
“죽지 않아. 일단 해봐.”
“어차피 하면 다 하게 되어 있어.”


그렇게 방아쇠는 당겨졌다.

머릿속은 산산조각처럼 터져나갔고,


그것이 내 공황장애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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