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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스물 두 번째 이야기

by 라라클

예전엔 "회사는 친구를 사귀는 곳이 아니다"라고 말하던 나였지만,

어느새 또래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다.


일반적인 '친구' 사이라기 보다는 회사 내에서만 연락하고 밥을 가끔 같이 먹는 친구 같은 동료였다.

나는 이정도의 바운더리가 안전하고 편하다고 판단했다.

업무 협조도 원활했고, 불필요한 잡음도 거의 없었다.


이들과 주로 업무에 대한 고민을 얘기했으며,

뜻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자발적으로 팀을 이루어 업무 매뉴얼과 신규직원 안내 책자를 만들기도 했다.


처음 이 작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예상대로 특정 무리는 내 면전에서 "그걸 왜 만드냐", "그걸 누가 보냐","우리는 바빠서 그럴 시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만들고 나면 분명히 신규직원 뿐만 아니라 기존직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며, 불필요한 반복 업무가 줄어들 것이라 확신했다.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여러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가 모아졌고 결과물은 훌륭했다.

사람들은 “정리가 잘 됐다”, “많이 도움 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금씩 나의 업무 역량이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받았고,

무너졌던 자신감을 서서히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 새 집으로 이사했다.

이사 이야기를 꺼냈을 때,

엄마는 "혼자 살면 평생 시집 안 갈 것 같다"며 단호하게 반대하셨다.

결국 우리는 서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큰 말다툼을 벌였고,

마음속에 쌓여 있던 서운함까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렇게 감정이 격해진 끝에,

아빠가 중재에 나섰고,

결국 나는 집과 멀지 않은 오피스텔로 이사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다시 회사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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