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감정은 어디에 머무는가

하트페어링을 보고

by 다크브라운

어느 순간부터, 감정은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고 믿게 되었다. 슬픔은 지나가고, 기쁨도 사라지고, 분노는 휘발된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이 지나간 뒤에도, 나는 여전히 그 감정의 ‘형태’를 어딘가에서 느낀다.

감정이 사라진 자리에 무언가 남는다. 그건 잊힘도 아니고, 극복도 아니다. 그건 일종의 흔적이다. 몸이 기억하는 온도, 문장이 감당하는 무게랄까.


나는 그 흔적을 종종 글로 옮긴다.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품기 위해서.

그 감정을 다시 꺼내 적는다는 건, 그날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시 마주 앉는 일이다.

그날은 흐릿해졌고, 지금의 나는 조금 달라졌지만, 그 감정만큼은 둘 사이를 조용히 가로지르며 살아 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쓴다.

어제의 내가 꺼낸 감정을 오늘의 내가 붙잡고, 내일의 내가 다시 읽을 수 있도록.

그러고 보면, 시간이라는 건 서로 다른 셋이 아니라 늘 같은 내가 지나가며 남긴 무늬일지도 모른다.

현재와 과거, 미래라는 구분조차 결국은 하나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서사의 이름들에 불과한 건 아닐까


글을 쓰다 보면, 이해되지 않았던 순간들이 조각처럼 이어지고 그 조각들이 나를 설명하는 하나의 문단이 된다. 그렇게 완성되지 않은 채 흩어져 있던 내가 문장 안에서 서로를 바라본다. 고통은 여전히 아프지만, 이제는 나를 잠식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그 감정을 살아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믿는 글쓰기의 방향이다.

말이 되지 않았던 감정을 말로 옮기는 일.

지나간 시간을 애도하며, 그 애도의 무늬 속에서 조용히 나를 찾아내는 일. 그것이야말로,내가 견딘 감정들에 대한 가장 정직한 작별이자, 가장 오래된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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