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와 방어기제

사랑

by 다크브라운

1. 관계의 진실을 마주하는 용기: 연애와 방어기제

연애 관계에서 우리는 종종 보이지 않는 관객을 의식한다. 마치 관계가 무대 위 공연이라도 되는 양, 외부의 시선을 기준 삼아 관계의 모습을 정의하려 한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의 관계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설명하거나, 상대방의 외적인 조건을 과시함으로써 관계의 가치를 증명하려고 애쓴다. 상대의 직업, 외모, 취미 등은 쉽게 전달 가능한 정보이기에 자주 사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 요소만으로 관계를 평가하려는 태도는 본질적인 질문을 흐리게 한다.

왜 그녀(그)는 특정 직업을 선택했을까? 그녀(그)는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갈까?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삶을 이해하는 데 얼마나 진지하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져 있다. 관계의 깊이는 외부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자주 이러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을까?


2. 보여주기 위한 연애: 보이는 것의 함정

사람들은 관계를 이야기할 때 흔히 겉으로 보이는 것을 기준 삼는다. 연애 상대의 외모나 경제적 성취, 함께한 특별한 이벤트들은 타인에게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해. 좋은 직업도 가지고 있고, 취미생활도 화려해”라는 말은 상대를 칭찬하는 동시에, 관계 자체의 가치를 외부에 입증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는 관계의 본질을 놓치기 쉽다. 겉으로 보이는 정보는 단편적인 진실일 뿐이며, 더 중요한 것은 그 행동 이면에 숨겨진 이유들이다. 누군가의 직업이나 재산을 칭찬하기 전에, “왜 그녀(그)는 지금의 길을 선택했을까? 그 선택에는 어떤 가치관이 담겨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러한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진정한 대화의 시작이다.


3. 깊이를 방해하는 방어기제

그러나 우리는 종종 스스로도 이러한 질문을 회피한다. 이는 방어기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방어기제는 우리가 내면의 불안을 덜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무의식적인 심리적 기제다. 이를테면 자신의 결핍을 숨기기 위해 상대방의 외적 조건에 의존하거나, 관계의 문제를 피하기 위해 불편한 대화를 회피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상대의 성취를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불안을 가리고자 한다. 또 다른 이는 관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저 “다 괜찮아질 거야”라며 대화를 미룬다. 이처럼 방어기제는 단기적으로는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계의 깊이를 저해하고 단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관계의 본질로 다가가기: 뿌리의 연결

그렇다면 어떻게 관계의 진정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약점과 결핍을 마주하는 용기다. 상대방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솔직하게 열어 보여야 한다. 이는 두려움을 동반한다. 서로의 내면을 공유하는 과정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감정의 영역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상대에게 “왜 그 일을 선택했는지”를 묻는다면 단순히 직업의 성격을 넘어, 그녀(그)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탐구하는 문이 열릴 수 있다. 또한 “그 선택이 지금의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가?“라는 질문은 상대의 내면을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내적 세계는 방대한 우주와 같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 보고 그 사람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일 뿐이다. 관계는 서로의 뿌리를 이해하려는 지속적인 탐구와 연결을 통해 성장한다. 두 나무의 뿌리가 땅속에서 서로 얽히고, 더 깊은 곳으로 뻗어나갈 때 숲이 형성되듯, 관계도 마찬가지다.


4. 방어기제와 내면의 해방

방어기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외적인 조건보다 내적인 대화를 중심에 두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의 내면에 존재하는 불안을 이해하고, 그 불안의 원천을 함께 탐구할 때 비로소 관계는 더 깊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이 관계 속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명확히 알게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외적인 조건에 의존하는 이유가 사실은 내면의 결핍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결핍을 스스로 채우려는 노력을 시작할 수 있다.


5. 결론: 두 우주의 만남

한 사람의 내면 세계는 광활한 우주와 같다. 그 우주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별들이 떠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별이 태어난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우주와 우주가 만나는 일이다.

그런데 아무리 뛰어난 물리학자라도 우주의 진실을 완벽히 안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주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변화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도, 숨기기도 한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모든 것을 안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오히려 그 진실에서 멀어진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우주를 완벽히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 우주가 변화하고 확장되는 과정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상대를 탐구하며 경이로움을 느끼고, 또 그 과정에서 나의 우주도 넓어지는 경험. 이것이야말로 두 사람이 만나는 진정한 의미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의 우주를 다 알 수 없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신비 속에서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 관계란 결국, 두 우주가 서로의 빛을 비추며 끝없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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