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

by 다크브라운

죽은 이도 다시 무너뜨릴 수 있는 감정이 있다. 한때 함께 있었던 누군가가 더는 이 세상에 없더라도, 그 존재가 남긴 잔해는 살아있는 이를 다시 무릎 꿇게 만들곤 한다.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가끔 상처고, 가끔 기도며, 어떤 날은 심판이다. 무엇인가를 품는다는 건, 언제나 두 번째 상처를 감수하는 일이 된다.

가난한 구두장이의 낡은 집에 쓰러져 있던 이방인처럼, 인간은 자신에게 속하지 않은 누군가를 품어야 할 때가 있다.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받지도 않으면서. 내 것이 아닌 존재를 위해 문을 열고, 밥을 나누고, 자리를 내어주는 일. 때로는 그게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계산 없이 주어진 손길이 말보다 오래 남는 이유다.

누군가는 등을 돌리고 상상한다. 직접 마주하지 않으면서도,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에 하루를 쓴다. 멀리 있는 불을 바라보듯, 닿지 않는 것을 응시하고는, 그 안에서 자꾸만 자신의 모습을 본다. 먼 불은 닿지 않지만, 손을 뻗으면 여전히 뜨겁다. 우리는 그 온기를 잊지 못하고, 자꾸만 손을 내민다. 그 뜨거움이 어떤 위태로운 감정인지 알면서도, 매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듯 다가간다.

매일 타오르는 것들은, 반복을 통해 빛을 잃는 대신 더 강렬해진다. 마치 시간이란 이름의 광선처럼. 하지만 그 빛은 우리를 태우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그늘에 앉은 자조차 손끝으로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은 아직 남아있는 무엇이다.

죽음을 모르는 존재는 시간의 의미를 모른다. 무한을 사는 종족은 끝이 있다는 개념을 가질 수 없다. 어쩌면 그런 이들에게는 오늘이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만이 지금의 소중함을 안다. 잃을 수 있기에 붙들고, 떠날 수 있기에 지키려 한다.

누구도 완전히 이해받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누군가는, 이해할 수 없음에도 곁에 남는다. 그건 이성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아는 것 없이 품는 것, 알 수 없음에도 지켜보는 것, 그 무지 속의 머뭇거림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아마도, 정답을 모르면서도 서로의 곁에 있으려는 그 마음 하나로.

멈칫거리는 손끝, 그 손끝이 닿았던 온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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