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서는

연애

by 다크브라운

그럼에도, 다가서는 마음


우리는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에도, 아직 남은 감정과 마주한다.

관계가 끊긴 뒤에도, 그 사람의 이름은 마음속 어딘가에 작은 메아리처럼 남아 되뇌어진다.

그건 미련이라기보다, 한때 함께했던 시간들이 남긴 정직한 흔적이다.

기억은 편리하게 지워지지 않는다.

정말 소중했던 것은, 오히려 더디게 잊히고, 더 자주 떠오른다.


시간이 흐르면 감정은 옅어진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어떤 감정은, 흐름 속에서 더 선명해진다.

물리적 거리보다 중요한 건 정서의 거리다.

멀리 있어도 여전히 가까운 누군가가 있고, 바로 곁에 있어도 한없이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그런 불균형 속에서, 말하지 못한 마음을 오래도록 껴안는다.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은, 상처가 아니라 조건이다.

모든 관계는 결국, 불완전한 이해를 전제로 맺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멈추지 않는다.

‘그때 왜 그랬을까’, ‘그 사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때늦은 질문이지만, 그 질문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다.

알 수 없기에 묻고, 닿지 않기에 그리워한다.


사람을 기억한다는 건, 실은 그 사람을 여전히 내 삶에 앉혀두는 일이다.

그 사람을 향한 나의 자리를 남겨두는 일.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삶의 한구석을 비워둔 채 살아간다.

누군가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혹은 그 사람이 떠난 자리를 더럽히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아주 우연한 날.

길을 걷다 들려오는 노래 한 줄, 오래 묵은 편지 한 장, 바람결에 실린 익숙한 향기 하나가

그 사람의 이름을 다시 불러내면, 우리는 안다.

그가 남긴 것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다른 온기로 살아 있다는 것을.

그 온기는 다시 누군가에게 닿고, 또 다른 존재에게 머무른다.


그러니 사람은, 말로 다 알지 못하면서도 다가서는 존재다.

상처받을 줄 알면서도 손을 내밀고,

돌아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기다리며,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해도 품으려 애쓴다.


우리는 그런 존재다.

이해의 너머에서, 품는 법을 배워가는 존재.

사랑이 끝나도, 사랑했던 사람이 남긴 결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존재.

그 잔열 속에서 또 다른 생을 시작하는 존재.


그러니,

사람은 결국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어쩌면, 끝났다고 생각한 자리에서도

다시 손을 내미는 그 ‘마음 하나’로.

그것이면, 충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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