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 삶은 이야기다.
뼈대가 있고, 순서가 있으며, 인물이 등장한다.
우리는 그 이야기의 한가운데서 살아가는 존재다.
때로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인공으로,
때로는 어떤 장면의 중심으로 존재한다.
인생에는 끝까지 곁을 지키는 인물들이 있고,
한 번의 선택으로 방향이 바뀌는 장면들이 있다.
그 모든 것들이 모여 나라는 이야기를 만든다.
반대로, 어떤 존재들은
언젠가 조용히 사라질 배경일 뿐이다.
그들이 나에게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지만,
내 삶의 흐름을 결정짓는 축은 아니다.
모든 만남이 전환점이 될 수는 없고,
모든 감정이 중심에 머물지 않는다.
무엇이 깊이 박히고, 무엇이 스쳐 지나가는지를
스스로 구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삶의 윤곽이 또렷해진다.
2. 지나치는 감정에 잠식당하지 않기
살다 보면 감정이 생각보다 쉽게 부풀고,
사소한 일이 삶을 송두리째 흔들 듯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어제는 아무렇지 않았던 말 한마디가
오늘은 유난히 날카롭게 박히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곧 깨닫는다.
그 감정의 대부분은,
시간 속에서 부드럽게 사라질 일이라는 것을.
문제는, 그런 감정에 오래 머물면
정말 중요한 대상에게 쓸 마음이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감정이 과하면, 방향이 흐려지고
에너지가 분산된다.
어디에 마음을 쏟을지보다
어디에서 마음을 덜어낼지를 아는 일.
그것이 자기 서사를 망치지 않는 가장 단단한 방어다.
3. 중요한 것들은 많지 않다
삶은 본래 단순하다.
나를 지탱해주는 사람 몇,
돌이켜보아도 흐려지지 않는 순간 몇,
끝내 내 안에 남아 있는 문장 몇.
그 외의 것들은
겉을 장식하는 나뭇잎처럼
바람이 불면 날아가고,
계절이 바뀌면 사라진다.
그런데 우리는 때때로
잎의 흔들림에 더 마음을 빼앗긴다.
오히려 뿌리를 잊은 채,
화려한 색감에 오래 머문다.
그리고 문득,
삶의 줄기를 놓치고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끝까지 지켜야 할 인물과 장면을
충분히 살아내지 못하고
엉뚱한 감정에 시간을 다 써버릴 수도 있다.
4. 내 이야기의 리듬을 되찾기 위해
말하고 싶은 건 이거 하나다.
마음이란 건
누구에게나 무한히 줄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지나갈 것에 오래 머무르지 말고,
남을 것에 조용히 뿌리내리자.
금세 잊힐 말보다
오래 남을 침묵에 더 귀를 기울이자.
살면서 진짜 중요했던 것들은
언제나 조용히 곁에 있었고,
쉽게 잊히는 것들은
처음부터 깊게 자리 잡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묻는다.
지금 너는 어디에 머물고 있느냐고.
그리고 그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내 서사는 점점 멀어진다.
5. 맺으며
인생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시작은 이미 주어졌고,
끝은 언젠가 올 것이다.
내 옆을 지키는 몇 사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몇 순간,
마음을 꿰뚫은 몇 개의 문장.
그것들이 삶의 본질이다.
그래서 더더욱,
감정을 쉽게 흘리지 않기를 바란다.
잡아야 할 것을 붙들지 못하게 하는
잔상들에 갇히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하나의 서사이고,
그 서사는 주제를 잃어서는 안 된다.
살면서 내가 가장 자주 되새겨야 할 문장은,
그저 이 말일지도 모른다.
“지금, 내 시선은 어디를 향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