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처음으로 LP로 음악을 들어보았다.
거의 의식하지 않고 흘려들었던 그 익숙한 곡이, 전혀 다른 얼굴로 내 앞에 나타났다.
바늘을 조심스레 올리고, 돌아가는 판을 바라보며 몇 초간 기다렸다.
그제야 치직하는 소리와 함께 음악이 시작됐다. 깨끗하지 않았다. 잡음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불편함이 음악을 더 ‘살아 있는 것’처럼 느끼게 했다.
그 순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동안 음악을 너무 ‘편리하게’만 들어왔다는 것을.
휴대폰을 켜고,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기만 하면 곧장 흘러나오던 소리.
언제 어디서든 가능했고, 그래서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던 그 익숙함이,
이제야 낯설게 느껴졌다. 편리함은 감각을 지우고, 낯섦은 감각을 되살린다.
우리는 종종 새로운 경험을 통해, 기존의 일상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를 비로소 깨닫는다.
전기가 나가서야 조용한 불빛이 얼마나 따뜻했는지를 알게 되고, 오래 머물던 사람이 떠난 후에야 그 존재가 내 하루를 얼마나 지탱하고 있었는지를 알아차린다.
당연한 것들은 대부분, 뒤늦게야 소중해진다.
익숙함은 편안하다. 그러나 그 편안함은, 너무도 쉽게 감사를 흐리게 만든다.
늘 곁에 있었으니 더 이상 들여다보지 않고, 자주 마주했으니 더 이상 마음을 쓰지 않는다.
‘익숙함’은 ‘소중함’의 가장 교묘한 적이다.
우리는 그 익숙함에 속아, 무심히 지나치고, 무덤덤히 잃어버리며,
그러고 나서야 후회처럼 돌아본다. 그때 그 말, 그 사람, 그 시간이 얼마나 빛났는지를.
그러니 가끔은 불편해도 좋다.
조금 더 느려도 괜찮다.
익숙한 것들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고, 때로는 낯선 방식으로 다시 접해보자.
그 속에서 우리는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
처음 들은 LP 한 곡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느리고 거칠고 아날로그적인 감정이 오히려 더 선명한 울림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너무 익숙해서 더 이상 말하지 못했던 마음,
너무 자주 있어서 더 이상 감사하지 않았던 하루,
너무 오래 함께여서 당연했던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소중한 것들은, 늘 처음처럼 바라볼 때에만 그 진짜 빛을 낸다.
그러니 익숙함에 속아 그 빛을 잃지 않도록, 우리는 자주 낯설어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