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서설
소크라테스는 문자의 발달을 반기지 않았다. 그는 문자가 기억력을 약화시키고, 진정한 사고를 방해할 거라 우려했다. 『파이드로스』에서 그는 이집트 신 토트와 파라오 타무스 간의 신화를 인용하며, 문자가 지혜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기록의 도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문자는 기억의 약이 아니라 망각의 약이다.”
소크라테스가 본 문제는 단순했다. 사람이 직접 기억하지 않고 문서에 의존하면, 자기 내부의 기억 능력이 쇠퇴할 것이고, 문자가 제공하는 지식은 살아 있는 대화가 아니라 정적인 정보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그의 우려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오히려 문자는 지식을 공유하고 확장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다
지식의 공유와 인류의 발전
소크라테스는 문자가 사고력을 저하시킬 거라 우려했지만, 역사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흘렀다. 문자가 없었다면, 철학도, 과학도, 예술도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고대의 철학자들, 특히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인물들은 현대에도 쉽게 등장할 수 없는 수준의 사유를 펼쳤다. 그들은 문자에 의존하기보다는, 오로지 인간의 사고력과 토론을 통해 사상을 다듬어 나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지식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유되면서 발전해왔다. 소크라테스가 그의 사상을 직접 기록하지 않았지만, 플라톤이 그의 대화를 기록하면서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문자가 없었다면,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한 철학자로만 남았을 것이다. 그의 사상은 아리스토텔레스를 거쳐 서양 철학의 뿌리가 되었고,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문자의 발전과 함께 지식은 누적되었다. 문자가 없던 시대에는 한 사람의 사유가 그 사람의 생애에서 끝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록을 통해 인간은 과거의 지식을 축적하고, 다음 세대가 이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만약 문자가 없었다면, 뉴턴은 “나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었다”라는 말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거인의 어깨에 설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생각이 문자로 남겨졌기 때문이다.
AI 시대,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고 있는가?
소크라테스가 우려했던 것은 문자가 인간의 사고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이었다. 현대에도 비슷한 논의가 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AI가 지식을 즉시 제공해주는 시대에서, 우리는 더 깊이 사고하고 있는가? 아니면 표면적인 정보만을 소비하고 있는가?
AI는 문자의 연장선에 있다. AI는 인간의 지식을 기록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분석하고, 정리하고, 심지어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의 경고처럼, 우리가 AI의 답변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정보 소비자로 전락할 것이다.
그러나 문자가 결국 인류의 발전을 가져왔듯, AI 또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 사고의 확장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AI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이다. AI를 통해 더 깊은 질문을 던지고, 더 넓은 시야에서 사유할 수 있다면, 그것은 문자처럼 인류의 또 다른 ‘거인의 어깨’가 될 수 있다.
결국, 인간은 사고하는 존재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강조했다. 질문하고, 답하고, 논박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고가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AI 시대에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질문하는가, 비판적으로 사고하는가,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지혜를 쌓아가는가이다.
문자가 인간의 사고력을 저하시키지 않았던 것처럼, AI도 우리의 사고력을 강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지느냐에 달려 있다. 단순한 정보 소비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사고하는 존재로 남을 것인가? 소크라테스는 아마 우리에게 이렇게 물을 것이다.
“너는 네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