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하나
여름이 한창일 때는, 여름이 너무 많다.
뜨거운 햇살, 끈적한 땀, 자주 어긋나는 약속,
그리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들.
그건 마치 감정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계절 같아서,
나는 여름을 좋아한다고도, 싫어한다고도 말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상하게 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나는 항상 같은 감정을 느꼈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
그게 꼭 사람이나 사랑은 아니었을 텐데
그러니까, 어떤 감정은 정확히 이름 붙일 수 없어도
분명히 있었고, 또 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다.
그 여름, 나는 누군가를 좋아했던 것 같다.
함께 웃고, 자주 다투고, 아무 말도 없이 같은 음악을 들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오후를 통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든 시간이 작고 조용한 기적이었다.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종류의 것들.
우리가 참 많이 웃었고, 그래서 더 많이 잃었던 여름.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
왜인지 나는 순간을 떠올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올 길목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순간.
햇빛이 너무 뜨거워
그늘 아래 서 있던 시간.
예보에 없던 비가 쏟아질까 걱정돼
편의점에서 투명한 우산을 사 들고 돌아오던 그 길.
우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었고,
나는 그런 순간들이
아직도 내 안 어딘가에서
서서히 반짝인다는 걸 안다.
기억이 아니라
지금도 조용히 존재하는 감정처럼.
모든 장면이 빛바래기 전에,
나는 조용히 페이지를 넘겼다.
아직 뜨거운 문장들이 남아 있지만
다음 계절로 넘어가야 할 타이밍이라는 걸
나도 모르게 알고 있다.
그러니까 여름바람이 그렇게도 소중한 건,
한 번도 손에 쥐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스쳐가고, 사라지고, 끝내 남지 않는 그 감각이
어쩌면 가장 오래 마음에 남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