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it be

시련

by 다크브라운

바람이 분다. 창밖에서 울부짖듯 흔들리는 가지들, 벽에 부딪히는 기류의 소음, 깊은 새벽의 적막을 깨어버리는 날카로운 휘파람. 어떤 이는 이 소리를 두려워한다. 그의 잠은 얕고, 꿈은 사납다. 바람은 그를 집 밖으로 내몰 듯 쫓아내며, 그의 삶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가를 속삭인다. 하지만 또 어떤 이는 그 바람을 노래처럼 듣는다. 그는 여전히 잠들어 있고, 평온하며, 바람은 마치 그의 평온을 확인시켜주는 배경음처럼 들린다.


삶은 바람처럼 외부로부터 불어온다. 누구에게나 날씨는 같고, 조건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바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전적으로 내면의 상태에 달려 있다. 누군가는 위협조차 노래로 듣는다. 반면 어떤이는 일상의 소음마저 경고로 여긴다. 똑같은 세계, 똑같은 바람, 똑같은 집 안에서조차 삶은 전혀 다르게 지각된다.


인간의 인식은 언제나 중립적이지 않다. 외부 세계를 경험하는 우리의 감각은, 그 감각을 해석하는 감정의 상태와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사람들은 “사람은 상황에 따라 변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상황이 동일할 때조차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은 간과된다. 바람은 변하지 않았다. 변한 것은 ‘그 바람을 듣는 자’이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의 성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며, 더 근본적으로는 자신이 세상을 얼마나 안전한 곳으로 느끼는가, 즉 보호받고 있다는 감각이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protectedness”라는 말은 단순한 방어막이 아니라, 세계와의 관계에서 이미 자신이 환영받는,환영받을 존재임을 인정받았다는 깊은 신뢰에서 비롯된 감각이다. 그리고 그 신뢰는 아무리 바람이 거세게 불어도, 더 이상 그것이 나를 해칠 수 없다는 뿌리 깊은 평온을 선물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종종 묻게 된다. 지금 내게 들리는 바람의 소리는 어떤가. 날카롭고 불편한 소음인가, 아니면 낮고 잔잔한 노래인가. 그 차이는 결코 바람의 세기에 있지 않다. 삶의 소음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소음이 나를 얼마나 흔드는가는, 스스로의 삶에 대한 신뢰에 달려 있다.


삶은 바람을 막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 바람 속에서 춤출 수 있다. 그 춤은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내면의 안온함에서 비롯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내 안의 상태가, 세상의 소음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바람은 계속 불 것이다. 그러나 그 바람이 들려주는 노래는, 그 누구도 아닌 당신의 마음이 작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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