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기억

by 다크브라운

어떤 장면들은 도무지 나의 것 같지 않게 느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네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 낯선 장면이 내 안에서 겹쳐졌다. 내 것이 아닌데 내 것 같은 풍경. 그 순간 나는 잠시 멈칫했다.

여름밤은 묘하다. 소음은 잦아들고,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매미 울음이나 멀리 지나가는 오토바이의 바퀴 소리만 남는다. 그 사이사이의 공기는 이상할 만큼 무겁고, 동시에 가볍다. 나는 그 공기 속에서 네 이야기를 오래 붙잡았다.

그 속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숨어 있었다. 물속에 오래 잠겨 있다가 숨을 내쉴 때처럼, 편안함과 불안을 동시에 안겨주는 감각.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다만 분명한 건, 그 어느 쪽이든 단 하나로는 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삶에서 그런 순간들이 있다. 처음엔 특별한 낙인처럼 보이지만, 조금 지나고 보면 누구에게나 스며 있는 흔적. 너의 이야기는 내 안의 오래된 기억과 그렇게 포개졌다. 낯설지만 이상하게 익숙했고, 가까이 있지만 끝내 닿지 않는 풍경 같았다. 우리는 각자 다른 별칭을 달고 살아간다. 하루의 표정도, 말투도, 걸음걸이도 다르다. 그러나 밤이 깊어지면, 모든 차이가 잠시 지워진다. 나는 그 순간에야 우리의 닮음을 더 또렷이 인지한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묻는다. 네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느낀 것은 무엇이었을까. 연민이었을까, 아니면 위안이었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운과 노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