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과 노력

당연하지 않음에 감사하며

by 다크브라운

아침에 커피를 내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게는 너무 당연해서 굳이 말로 꺼내본 적 없는 것들이, 누군가에겐 한 번도 맞아보지 못한 바람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창문을 열면 들어오는 적당한 빛, 방해받지 않는 한두 시간의 고요, 개운함을 유지시켜주는 체력, 아프지 않은 몸, 처음 나를 믿어준 어른의 한마디. 이런 것들은 배경처럼 깔려 있어서, 나는 종종 멜로디만 내가 불었다고 착각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당연함의 뒤에는 내가 고른 것도, 제대로 갚아본 적도 없는 손길들이 있었다. 누군가 먼저 쓸어놓은 복도, 내가 들어가기 전부터 따뜻해져 있던 방, 제도와 우연이 만들어준 작은 여백들. 나는 그 위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았을 뿐인데, 어느새 내가 전부를 이끌었다고 믿어버릴 때가 있다. ‘운’이라는 말을 꺼내면 내 몫의 수고가 얇아지는 것 같아 머뭇거리고, ‘노력’이라고만 말하면 설명되지 않는 간격이 남는다. 아마 둘 다였을 것이다. 좋은 방향의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줬고, 나는 그때마다 넘어지지 않으려 발을 조금 더 단단히 디뎠다.


그래서 “노력하면 된다”는 말을 조심하게 된다.

그 말은 어떤 날엔 맞고, 어떤 날엔 틀리다.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는 없지만 발의 각도는 고칠 수 있고, 연주회의 크기를 당장 키울 수는 없지만 피치가 살짝 샤프한지 플랫한지는 내 귀가 먼저 알아챌 수 있다. 나는 이제 노력이라는 것을 원인이 아니라 조율에 가깝다고 생각한다.이미 있는 것들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음을 맞추고 박자를 잡아 전체를 덜 흐트러뜨리는 일.


호수를 달릴 때가 그렇다.

어떤 날은 바람이 등을 밀어주고, 어떤 날은 정면에서 와서 숨이 짧아진다. 그래도 나는 정해둔 코스를 돈다. 페이스를 반 박자 낮추고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 바람은 여전히 바람이지만 나는 덜 흔들린다. 운은 바람이고, 노력은 페이스고, 결과는 두 개가 만나는 삼거리 표지판 같은 것.그날그날 조금씩 다른 방향을 가리키지만, 그래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게 하지는 않는 표지판.


음악을 들을 때도 비슷하다.

피아노가 아무리 잘해도 드럼이 반 박자 미끄러지면, 트리오는 금방 표정이 바뀐다. 그렇다고 연주를 멈출 수는 없다. 베이스가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드럼이 스틱을 낮춘다. 그 작은 조정들이 곡을 다시 한 군데로 모은다. 삶의 무대에서도 그런 순간이 온다. 누군가는 좋은 악기를 받았고, 누군가는 좁은 무대의 소음을 견뎌야 한다. 각자의 조건이 다르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연대가 시작되고, 그래도 오늘 연주를 망치지 않으려는 마음에서 책임이 나온다.


나는 그 두 가지를 함께 붙들고 싶다.

고개를 조금 숙이는 쪽으로, 그러나 손은 끝까지 뻗는 쪽으로. 내가 넉넉한 여백을 받았다면 정보를 나누고, 아직 여백이 모자라면 루틴을 쌓는다. 떼운 시간이 아니라 사용한 시간으로 하루를 적시고, 내일의 나에게 최소한의 단서라도 남겨두는. 달력에 점 하나 찍고, 해야 할 일의 첫 줄만이라도 열어두는.


결국 나에게 남는 문장은 간단하다.

“모든 것을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라고 말하는 건 조금 오만하고, “아무것도 못 바꾼다”라고 말하는 건 체념이 지나치다. 우리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산다. 바람은 바람대로 불고, 나는 내 호흡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때로는 내가 가진 당연함을 운으로 기억하고, 오늘의 반복이 내일의 운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믿는다.


커피를 다 마시고 LP를 켠다. 바늘이 홈을 타기 시작하면 내 몫과 세계의 몫이 또렷해진다. 나는 박자와 호흡, 오늘의 첫 박만 책임지고, 나머지는 바람의 방향과 방의 크기, 우연의 타이밍에 맡긴다. 그렇게 고개는 조금 숙이고도 손은 끝까지 뻗는다. 내 하루는 간절함과 확률의 미소가 만나는 지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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