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타인의 눈 속에서 완성되는 존재

by 다크브라운


우리는 몸으로 하루를 살아낸다. 숨을 고르고, 팔을 들어 올리고, 눈을 돌리고, 말을 내뱉는다. 그 단순한 호흡과 움직임이 내 삶을 지탱하는 최소 단위다. 그런데 타인의 시선 속에서 그것들은 결코 단순한 동작으로 남지 않는다. 작은 각도의 기울임, 무심한 말투, 어쩌다 흘린 표정이 쌓여 하나의 이미지가 된다. 그리고 그 이미지가 얼굴보다 먼저 나를 대변한다.


이상한 건, 그 이미지가 내 것이 아닌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나와 떨어질 수 없다는 점이다. 나는 하루를 버티는 몸으로만 존재하는데, 타인은 그 몸 위에 의미를 덧씌우고, 그 의미가 결국 ‘나’로 굳어진다. 때로 억울하다. 설명할 수 없는 낯선 문장이, 타인의 입을 빌려 내게 씌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그 오해마저도 끝내 부정할 수 없는 나의 일부가 된다. 그렇게 우리는 몸으로 살아가지만, 타인의 이미지로 죽어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그 불일치를 견딘다. 진실과 이미지 사이의 미세한 시차, 그 어긋남 속에서 인간은 늘 흔들리지만, 그 흔들림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 같으니까. 이미지와 몸 사이의 틈, 오해와 진실 사이의 떨림, 그 불안정한 공간에서만 내가 나 자신을 조금 더 선명하게 만날 수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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