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파트 소유부터 아파트 갈아타기까지
나와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 부부이다.
때는 16년, 마곡지구 근처 신혼집 전세를 살고 있었다. 집주인이 정말 뜬금없이 집을 팔 예정이라고 연락이 왔다. 우리가 전세를 들어왔을 때보다 매매가가 1억이나 올라있었고, 신고가였다.
우리는 '이 가격에 팔리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집주인 연락과 동시에 바로 집을 보러오는 팀들이 생겼다. 아마 1주일 동안 2팀이 봤던 것 같다. 전세집 인테리어가 잘 되어있어 2팀 중 1팀에서 매수의사를 밝혔고 정말 1주일도 안되어 매도가 되었다.
전세 연장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다. 1년 전 매매를 고민하다 전세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거주하는 1년 간 집주인은 앉아서 1억을 벌었다. 지금은 1년 간 1억 오르는 게 큰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매우 큰 일이었다. 그리고 그 집은 우리가 전세로 들어올 때 약 2억 정도 하던 집이었으니 거의 매매가가 50%가 상승했다.
거기서부터 모든 궁금증이 시작되었다.
'왜 이 작은 집이 1억이나 올랐지?'
'집을 한 번만 보고 산 이유가 뭘까?'
'우리가 전세를 살고 있어서 당장 이 집에 거주하지도 못할텐데 왜 샀지?'
그 후 전세집 집주인분께 용기를 내 집을 파는 이유에 대해 여쭤보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분은 참 귀인이었다. 자신이 아파트를 어떻게 구매했고 몇 채를 가지고 있으며 왜 매도하는지에 대해 전화로 친절히 이야기해주었다.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첫 순간이었다. 평소 집주인과 관계를 잘 형성해놓은 남편 덕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본인의 10년 간의 귀한 경험담을 우리에게 공유해 준 것이었다. 이 경험담을 듣고도 사실 아파트 갭투자와 레버리지에 대한 개념이 정확히 잡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때부터 무조건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이 때부터 정말 무조건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집 주변의 아파트들을 탐색했다. 단순하게 집 주변에 개발 호재가 있다는 이유때문이었다. 사실 당시에는 선택지가 아래와 같이 2가지 있었다.
옵션1) 레버리지를 최대로 이용
-> 마곡지구 신축 아파트 or 강남권 소형아파트 매수
옵션2) 적당한 레버리지
-> 마곡지구 근처 20평 구축아파트
하지만 우리는 대출에 겁이 많이 나기도 했던 터라 옵션2를 선택해 위치가 외진 구축아파트를 매수했다. 레버리지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사용했다는 안도와 함께 평화가 찾아왔다.
인테리어를 하고 입주를 했고 정말 행복했다.
10평대 전세를 살다 20평대로 평수도 늘린데다 구축특권인 넓은 광폭 베란다로 확장 후 집 이 매우 넓어져서 30평대가 부럽지 않을 정도였다. 게다가 베란다에서 아름다운 한강이 보였다. 20대에 한강뷰 아파트에 거주하다니, 꿈만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약 1년을 정말 잘 살게되었다. 부린이었기 때문에 매수하고 인테리어하고 사는 동안에는 잘못 매수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느낀 건 1-2년 후 쯤이었다.
주위 아파트 시세를 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이상하게 주위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우리 아파트가 1-2천 오를 때 다른 아파트는 5천이 올랐고 심하게는 3-4천 오를 때 다른 아파트는 1억이 올랐다.
이 때 원인을 파악해보기 위해 정말 많이 공부했다.
1) 외진 위치
2) 비 역세권 (도보 15분 내)
3) 학군(초등 도보 10분, 중고 도보권 내 없음)
4) 혐오시설 건축예정
5) 재건축/리모 가능성 매우 낮음
물론 더 많은 원인들이 있었지만 크게는 위와같이 5가지 이유였다. 서울권 아파트라 아파트값이 상승하긴 했지만 주변에 비해 정말 안올랐다. 이렇게 되면 추후 30평대 갈아타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위기감을 느꼈다. 상대적으로 내가 가진 실물자산 가치가 떨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다른 아파트를 살 걸, 레버리지를 더 받을 걸 등등의 후회가 밀려왔고 나도 모르게 '껄무새'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걸 알아내는 과정 자체가 부동산 입지에 대해 더 심도있게 고민하게 된 계기였다.
넘을 수 없는 벽
강남권 아파트와의 가격 격차는 정말 넘을 수 없는 벽이 되어버렸다. 아파트 매도를 결정하기까지 2년이 걸렸다. 돈을 들여 인테리어 해 놓은 아파트를 매도하다니, 가슴이 쓰라렸다. 실거주 1주택자에게 사실 아파트 갈아타기란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남편을 설득했다. 우리의 수준에서 갈아탈 수 있는 아파트를 찾아보자,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대로 머무르게 될 것만 같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기에 가진 자산에서 가장 상급지, 그 중 신축이 될 곳을 찾았다. 이 때 관련 강의, 블로그 글을 많이 찾아봤다. 지금이야 유튜브가 정말 활성화되서 좋은 정보도 많고 좋은 카페를 찾기가 매우 쉽지만 당시에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끝없이 검색하고 검색한 끝에 괜찮은 재건축/재개발 카페를 찾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서울권 재건축, 재개발은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눈을 낮춰 소규모재건축, 가로정비주택, 리모델링을 보았다. 리모델링 매수를 고민하였지만 당시 수중에 가진 돈으로는 자금과 입지의 한계가 보였다. 그래서 눈을 더 낮춰 가로정비주택으로 가게 되었다.
강의를 들어보니 가로정비주택도 결국 입지싸움이었다. 가로정비주택은 아파트가 아니라 그냥 신축 빌라가 되는 곳들이 많아서 잘 골라야 했다. 가진자산 중 아래의 기준에 부합하는 곳으로 골랐다.
1) 가장 상급지(강남권)
2) 역세권
3) 신축 아파트가 될 곳
4) 학군이 좋은 곳
5) 교통이 좋은 곳
드디어 찾았다. 내 눈엔 가장 이쁜 아이!
많은 학습과 임장끝에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했다. 매수하는 과정에서 지분당 평당가가 저렴한 물건은 정말 빨리 매도되어 물건 잡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살던 아파트가 매도된 상태가 아니라서 물건을 쳐다보기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1주간 남편을 끝없이 설득했고 용기를 내 선매수 했다. 하지만 여유자금 없는 선매수는 리스크가 매우 크다. 결국 살던 아파트가 매도되기까지 하루하루 피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기존 아파트는 매도자 우위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선매수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신고가에 매도하지 못했다. 우리의 매수 잔금 일정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했다. 그리고 손해를 보고 팔 수 밖에 없었다. 풀옵션 인테리어 한 집이었기에 붙박이 가전/가구를 무료로 넘겨주는 대신 잔금일정을 빠르게 잡는 조건으로 기존 아파트를 매도했다.
그래도 가로정비주택 대상지이다보니 이점이 있었다.
1) 공시가가 낮은 빌라로 1주택이어도 전세대출 가능
2) 철거 후 이주비, 준공 후 일시불 납부로 대출이자 부담 없음
3) 절차가 가소하고 속도가 매우 빨라 23년 입주 가능
재건축, 재개발은 지분싸움이었다. 우리는 돈이 많이 들어도 지분 큰 걸로 매수하자!라고 한 건 절대 아니었는데도 남은 물건이 지분이 큰 물건뿐이었고 큰 돈이 들어갔지만 어쩔 수 없이 매수했다. 하지만 지분 큰 물건을 사는 것이 진리였다. 그 덕에 동호수 추첨에서 84형으로 가장 큰 평수를 받을 수 있었다.(이 물건 자체도 뒤에 5팀이 붙어있던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재건축, 재개발, 소규모재건축, 가로정비주택, 리모델링, 부동산정책, 대출에 관해 정말 많은 공부를 했다.
입주를 기다리고있는 지금
우리는 살고있던 집을 매도하고 근처에 저금리 대출을 받아 전세로 들어왔다. 하지만 살고있는 전세집의 집주인이 연장을 거부하여 입주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월세집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대출금리가 많이 올라 신축 집 입주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많이 커진 상태다.
하지만 또 열심히 공부해서 돌파구를 찾으려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더 상급지를 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출금리가 더 높아지면 월 소득을 높이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담이 더 된다면 비과세 거주기간만 채우고 또다시 이동하면 된다.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변화하는 정책과 경제상황에 맞춰 얼마든지 전략을 바꿔 움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