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역설적 가치융의 역설적 가치
최근 미국 노동시장 약화에 따른 금리인하를 기대한다면서
이른바 “Bad is good”라는 표현이 자주 보입니다.
이처럼 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나쁜 소식이 오히려 주식시장에는 좋은 소식”이라는
내러티브를 듣습니다.
미국 경제에 한해서 가능함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축통화국으로서 금융패권을 가지고 있기에
금융조작을 통한 실물경제를 조절할 수 있으며,
이런 조작의 결과 환율 영향이나 인플레이션을 일부는 받고 일부는 수출합니다.
한국이 나쁜 경제상황을 양적완화나 재정지출 확대를 감행한다면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납니다.
극단적으로 비유하면 바이마르공화국, 베네수엘라, 짐바브웨이처럼 됩니다.
물가폭등, 환율 폭락......
이처럼 미국이라는 패권국에 대한 신뢰는 블랙먼데이 같은
단기적 금융시장 폭락은 있을지언정
장기성장이 가능한 경제 구조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계경제의 주인이라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요?
이는 금융팽창, 신용확대, 자산가치 상승을 스스로 장기적으로 가능하도록
조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실물경제가 악화되면 중앙은행(특히 미국 연준, Fed)이나 정부가 개입합니다.
금리 인하, 양적완화(QE), 재정지출 확대 같은 정책이 바로 실행되죠.
이 정책들은 유동성을 공급하고 신용을 확장시켜 결국 금융시장, 특히 주식과 채권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만듭니다.
즉, 실물경제의 Bad → 정책 개입 → 금융시장에 Good이라는 역학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1929년 대공황 시절에는 지금과 같은 중앙은행의 적극적 개입, 즉 현대적 통화정책·재정정책 프레임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긴축적 금리 정책과 금본위제의 한계로 인해 위기를 더 악화시켰죠.
따라서 당시에는 “Bad is good”이 아니라, Bad가 그냥 더 Bad로 이어졌던 겁니다.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된 1970년대 이후, 달러는 기축통화로서 무제한 발행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1980년대 이후, 금융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정책 개입이 곧바로 자산시장 가격으로 반영되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금융시장은 실물경제보다 더 빠르고 크게 움직이며 “정책이 시장을 살린다”는 믿음이 강화된 거죠.
오늘날 전 세계 금융자산은 실물 GDP의 약 4배 규모로 팽창했습니다.
20세기에 비해 21세기의 금융 팽창은 두 번의 거대한 충격에서 가속화됐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 대규모 양적완화(QE)
2020~2021년 팬데믹 → 무제한적 통화 공급
이 두 사건은 금융 팽창을 기하급수적으로 확대했고, 그 결과 금융시장이 실물경제를 조정하는 거대한 레버리지로 작동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Bad”는 실물경제의 악화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정책 개입의 트리거입니다.
결국 이는 금융시장에 호재가 되고, 자산가격 상승을 불러옵니다.
이 아이러니는 우리가 현대 금융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금융 문해력(financial literacy)이 없다면, 개인은 빈곤의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리하자면,
과거에는 Bad가 단순히 Bad로 끝났지만,
지금은 Bad가 정책을 불러오고, 그것이 금융에 Good으로 작동합니다.
이것이 바로 **“Bad is good, Good is bad”**라는 현대 금융의 역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