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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법보다 지지 않는 법

by 자본주의 해커톤

사람들은 흔히 “성공하는 법”, “돈 버는 법”을 찾습니다.
하지만 손자는 전쟁의 본질을 “이기는 법”이 아니라 “지지 않는 법”에서 보았습니다.


그에게 전쟁은 승부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질서의 유지였습니다.
이 관점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이성적 삶의 회복,

즉 *관조(θεωρία)*와 깊은 닮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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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입의 추진력과 그 변동성

감정이입적 행동은 언제나 추진력이 강합니다.


트레이더가 “이번엔 반드시 맞을 거야”라는 믿음으로 매수 버튼을 누를 때,
골퍼가 “이번 홀은 꼭 버디를 해야 해”라고 생각하며 스윙을 강하게 할 때,
그 감정의 에너지는 엄청난 집중력과 추진력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추진력이 강한 만큼 변동성도 커집니다.
한 번의 손실이나 미스샷이 감정의 파도를 일으켜,
판단이 흔들리고 리듬이 깨지게 됩니다.


감정이입은 *몰입(flow)*의 전단계이지만, 통제되지 않으면 폭주로 바뀝니다.



몰입: 감정의 통합을 통한 리듬의 생성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가 제시한 몰입(flow) 이론은
감정과 이성이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리듬으로 통합된 상태를 말합니다.


골퍼가 스윙의 리듬 속에서 시간감각을 잃고,
트레이더가 시장의 흐름과 조화를 이루는 순간이 바로 그런 몰입의 상태입니다.


이때 감정은 억제되거나 배제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성의 리듬 속에서 질서 있게 작동합니다.
몰입은 감정의 소멸이 아니라, 감정의 질서화입니다.


몰입은 감정과 이성이 싸우지 않고 함께 춤추는 상태입니다.



거리두기: 감정의 질서화를 위한 이성의 장치

연극이론가 **브레히트(Brecht)**는 ‘거리두기 효과(Verfremdungseffekt)’를 통해
관객이 감정에 빠지지 않고 비판적 시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는 감정을 낯설게 만들어 관객이 작품을 ‘이성적으로 관조’하게 만들었지요.

트레이딩이나 골프에서도 이 개념은 유효합니다.


차트를 자신과 동일시하면 시장의 감정에 휘말리지만,
그것을 ‘관찰의 대상’으로 보면 냉정함이 유지됩니다.


골프에서도 결과가 아닌 루틴과 리듬에 집중하면 감정의 변동을 줄일 수 있습니다.



거리 두기는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재배치하여 이성을 회복하는 기술입니다.




손자의 전략: 감정의 배제, 형세의 활용

손자는 전쟁을 감정의 문제가 아닌, **형세(形勢)**의 문제로 보았습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자가 최고의 장수다.”


이는 감정이입적 공격이 아니라, 이성적 관찰과 판단을 뜻합니다.


그는 “묘산(妙算)”을 통해 전쟁의 흐름을 감정이 아닌 계산과 시세로 읽었습니다.


빠르게 전쟁을 끝내고, 작게 나누어 관리하며,
비겁한 자가 생기지 않도록 형세를 조성하는 그의 전략은
‘몰입된 감정’이 아니라 ‘거리두기 된 이성’의 산물이었습니다.



관조: 감정의 초월을 통한 통제의 회복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조(θεωρία)**는 단순한 지적 사색이 아닙니다.
그는 감정적 삶의 불안정 속에서 이성적 질서의 회복을 추구했습니다.


관조는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감정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그 너머의 조화로운 질서를 바라보는 시선입니다.


트레이더가 시장의 파동을 관찰하며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유지하고,
골퍼가 리듬으로 힘을 조절하는 것처럼,
관조는 감정의 파동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기술입니다.


감정이입은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거리 두기는 질서를 회복하게 합니다.
그리고 관조는 그 둘을 균형 있게 완성시킵니다.



마무리하며

이성은 감정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감정이입은 추진력을 만들고,
몰입은 그 추진력을 리듬으로 바꾸며,
거리 두기는 그 리듬을 지속 가능하게 만듭니다.


손자의 전쟁,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조,
그리고 트레이딩과 골프의 본질은 모두 같습니다.


지지 않는 법이란, 감정과 이성의 균형을 회복하는 법입니다.


이기는 법은 순간을 이기지만,
지지 않는 법은 시간을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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