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e you ever made someone’s day
시카고-아부다비 비행 중 첫 번째 서비스를 마치고 4시간 휴식을 가졌다. 벙크에서 나왔는데 그냥 기분이 갑자기 좋아졌다. 양치를 하고 내 담당 구역으로 돌아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이런 긴 비행엔 승객들이 찌뿌둥한 몸을 풀며 스트레칭을 하거나 화장실을 기다리거나 잡담을 하러 갤리로 오곤 한다. 어제는 한 커플이 문 쪽으로 왔다. 창을 보며 서로 이야기하다가 껴안다가 하는 걸 그냥 보고 있었다. 그러다 둘이 율동을 하면서 진지하게 맞추는 거다. 너무 귀여워서 몰래 힐끗 보면서 속으로 미소 짓고 있었다.
그러다 어쩌다 보니 말을 트게 됐는데 곧 인도에서 결혼을 해서 그때 선보일 춤을 연습한다고 했다. 귀엽잖아! 바쁘게 사는 와중에 3주 짬이 나서 그동안 결혼 준비를 다 하고 크리스마스가 지나 결혼식을 올린다고 했다. 원래는 식이 1주일인걸 3일로 줄였다며 그래도 기대된다고 했다. 한국은 결혼식이 점심 먹고 끝난다니 엄청 놀랐다. 서울에도 4개월 공부하러 갔었다며 이야기하다 다른 승객들이 와서 둘은 자리로 돌아갔다.
중간에 타 항공사 크루로 15년간 일했던 승객과도 이야기하며 다른 회사들 이야기도 듣고, 머리 아픈 승객들 약도 주고 하다가 심심한 시간이 돌아왔다. 이 커플에게 뭔갈 해주면 좋겠다 해서 카드를 쓰고 꾸미고 나서 비즈니스 크루에게 부탁해 케이크를 확보했다. 사진을 안 찍은 게 아쉽구만.
마지막 서비스가 끝나고 케이크와 카드를 가지고 커플에게 갔다. 너무 곤히 자고 있어서 좀 기다리다 결국은 깨워서 줬다. 정신없을 텐데도 너무 고맙다고 카드는 직접 쓴 거냐며 놀라 했다. 마지막으로 하기할 때도 너무 고맙다며 인사해 줬다.
퇴근할 땐 항상 기분이 좋아지지만 이 일 때문인지 더더더 좋은 날이었다.
짐도 1등으로 받아서 셔틀을 제시간에 타고 갈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전에 비행했던 크루랑 만나서 이야기하다 놓칠 뻔 한 걸 탔다.
셔틀에선 노래를 들으면서 집으로 가는데 이 시간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숙소 건물에 내렸는데 재밌게 비행했던 또 다른 크루를 오랜만에 만났다.
집에 도착해서도 한동안 기분이 좋아서 힘든 것도 모르고 청소, 빨래도 하고 휴가 간 동안 말라비틀어졌던 아이비도 정리해 주고 할무니 김치에 짜슐랭도 먹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지쳐서 잠에 든 날이었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일은 나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