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공립 초등학교는 어떤 모습일까?(1)정규수업

오클랜드 공립 초등학교 한 학기 체험기

by 오클랜드방랑자

2025년 1년간 뉴질랜드에서 생활하고자 오클랜드로 온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갈 줄이야. 2월 초 개학한 아이들 학교는 1학기(1term)가 지나고, 지난 4월 28일부터 2학기(2term)가 시작됐다. 지난 3개월간(정확히 말하자면 두 달 반, 나머지 반은 방학)의 공립 초등학교 체험기를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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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전반


뉴질랜드 학교는 1년에 총 4학기제로 운영된다. 1년에 2학기 체제인 한국과 다르다. 학기당 두 달 반(10주) 수업이 진행되며, 2주간의 짧은 방학 뒤 다음 학기가 시작되는 방식이다. 방학을 포함, 대략 학기당 3 달인 셈이다. 다만 12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여름방학은 1월 말까지로, 한 달 반 정도로 매우 길다.


올해 1학기(1term)는 2월 3일 시작해서 4월 둘째 주까지 이어졌다.

1학년 몇 반, 2학년 몇 반 등등 우리나라처럼 학년/반으로 나눠진 게 아니라 몇 번 방(Room)으로 학생들이 배정된다. Rm 넘버를 보면 아이들의 학년이 가늠되는 방식이다. 다만 학년 간 통합반이 많다. 우리 아이들 반도 year4와 year5가 합반돼 운영된다.

학년 역시 5월을 기준으로 갈라서 조금 헷갈린다. 5월 이전 생은 전해의 5월부터 그해 4월까지가 한 학년을 이룬다.


여긴 한국보다 학년이 1년 빠른데(한 해 일찍 들어감), 우리 아이들은 2016년 4월생이라 2015월 5월 이후부터 태어난 학생들과 같은 학년이 되어 year5가 됐다. 한국으로는 초등학교 3학년인데, 2년을 더 월반한 느낌이다. 그래도 year4와도 한 반을 이루기 때문에 체격 차이나 공부 진행 정도가 그리 차이 난다는 느낌은 없다.

학년뿐만 아니라 다른 반(Rm)과도 합반 수업이 많아서 다른 반이지만 같은 반 같은 느낌이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year6(한국으로 치면 초등 4~5학년)까지 있는 학교이며, year8학년까지 있는 풀프라이머리(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합쳐진 형태의 학교)와는 다르다. 풀프라이머리는 year8까지 한 학교에서 다닐 수 있고, 풀프라이머리가 아니면 year6를 마친 뒤 intermediate(중학교 개념) school로 진학한다. 고등학교는 high school이라고도 하고 college라고도 한다.


여기는 학교급식이 안돼 도시락을 매일 싸간다. morning tea break, fruit break, lunch break 등 중간에 도시락을 까먹을 수 있는 시간이 세 번이나 있다. 그래도 노는데 바빠서 매번 도시락을 다 먹지 못하고 오는 날이 많다. 도시락은 메인요리/과자/과일 이렇게 싸주는데, 메인요리는 주로 밥이나 빵, 과자는 도시락용 소포장된 과자를 마트에서 사면되고, 과일은 사과나 배, 바나나 등을 도시락통에 담아주면 된다.

도시락 싸기가 귀찮으면 킨도(KINDO) 앱(우리나라로 치면 하이클래스 같은)을 통해 점심을 주문할 수도 있다. 날짜를 지정하고 결제하면 점심시간에 맞춰 배달이 돼 편리하다. 다만 비싸서 아직 이용한 적은 없다.




정규 수업


수업은 교과서가 없다는 점이 가장 특이하다. 담임 선생님의 재량으로 writing, reading, math, PE, inquiry 등 각종 수업을 진행한다.

특히 math는 크롬북(여기는 year4 이상 학생은 반드시 개인 디바이스를 지참해야 한다. 크롬북 들고 등교해서 학교 와이파이로 접속) 활용을 자주 한다. 각자 디바이스로 수학 교육 사이트에 접속, 게임 식으로 진행해서 수학에 재미를 느끼게 한다. 수학 문제 풀고 포인트 얻는 방식이라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여기서 나오는 수학 문제는 미국 문제집인 180days math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형이다. 우리 아이들은 180days math를 지난 2년간 꾸준히 풀어서인지 영어로 된 수학 문제에 거부감이 없는 상태여서 재밌게 풀면서 레벨업 중이다. 낮은 레벨은 단순 연산, 레벨이 올라가면서 서술형이 많이 출제되는데, 수학 난도는 낮지만 영어로 읽어야 하므로 영어 독해 실력도 함께 올라간다. 여전히 문장 길게 나오면 힘들어하지만 곧 극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수학 수업은 개별 맞춤형으로 진행한다. 아이들의 수준은 교사가 학생들을 수시로 테스트하면서 파악한 뒤 맞춤형 수업을 한다.


reading 역시 각종 리더스북을 크롬북으로 읽는다. 리딩 사이트 접속하면 빅캣 같은 여러 리더스북이 레벨별로 정리돼 있어 ebook을 꽤 많이 읽게 된다. 아이들이 종이로 된 책보다 ebook 읽기를 더 좋아한다. 책이 아니라 게임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reading은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면서 각종 질문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지난 1학기 때는 영화 모아나 관련 책을 주로 읽어주셨다. 모아나는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 이야기라 뉴질랜드 정체성과 관련되기도 해서 리딩 교재로 채택된 모양이다.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시는 건 좋은데 바닥(매트)에 앉아서 들어야 해서 불편하다고는 한다. 바닥 매트에 앉아 수업하는 건 외국학교에서나 가능한 거라서 엄마들에게는 일종의 로망인데, 실상은 불편한 거였다.


우리 아이들은 의외로(?) writing 수업을 좋아한다. writing 수업을 하면서 영어로 표현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뉴질랜드 와서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소개, 자기가 속한 나라의 문화, 오클랜드의 랜드마크 등등 매일 다른 주제로 쓰기 수업이 진행된다.

writing을 하면서 한국에서는 한 번도 하지 않는 질문을 여기선 매일 한다. “엄마, **는 영어로 어떻게 말해? 스펠링이 뭐야?” 어떨 땐 하도 물어서 귀찮지만 꾹 참으며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writing에 이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 inquiry 시간이다. 선생님이 주제를 던져주면 아이들이 계속 질문을 반복해서 자신만의 답을 완성해 가는(답은 그림을 그려도 되고 글쓰기를 해도 된다) 시간이다. 한국 교실에는 없어 생소한 수업이지만 답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창조성, 더 생각하게 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목표인 수업인 것으로 파악된다.


마오리어 시간도 따로 있는데, 유학맘 입장으로선 쓸 데 없는 시간이겠지만 우리 애들뿐만 아니라 주위 한국 유학생들은 마오리어가 재밌다며 좋아한다.

뉴질랜드는 호주와 달리 원주민을 학살하지 않고 공존하기로 영국 왕실과 마오리 부족장 간 조약을 맺었으므로(1840년 와이탕이 조약-조약을 맺은 2월 6일은 뉴질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공휴일 중 하나다) 마오리 문화/언어를 보존 유지 발전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학교에서의 마오리어 교육 의무화는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과학은 science라고 따로 과목이 있는 건 아니고 STEM 수업으로 진행된다. STEM 전담선생님이 따로 계셔서 좀 더 전문적으로 과학/기술/공학/수학의 통합 수업이 이뤄진다. 이번 학기 때는 브리지를 팀별로 직접 만들면서 다리가 무너지지 않게 하려면 어떤 모양으로, 어디에 무게중심을 잡는지 등등을 배웠다. 각자 다른 모양으로, 다른 계산법으로 브리지를 만들어 학교 총회(Assembly) 때 발표회도 열었다.


ESOL(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 수업도 정규 수업 내 진행된다.

ESOL은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영어수업이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별도의 수업으로, 일주일에 3~4회 정도 정규 수업 중 진행된다. 정규 수업시간에 반을 나와서 이솔 클래스로 가서 수업을 듣는 방식이다.

우리 학교 이솔 선생님은 한국인이셔서(두 분 계신데 한 명은 한국인, 다른 한 명은 중국인), 아이들이 초기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반 숙제는 따로 없는데 이솔 클래스 숙제는 매일 주신다.

지정 책 읽기와 지문 읽고 답 writing 쓰기 숙제. 지정 책은 ‘ready to read’ 시리즈. 웰컴북이라고 영어 기본 문제집도 프린트물로 별도로 줘서 매일 풀게 한다.


정규 수업 외 다른 교내 교육 관련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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