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쿡에서 퀸스타운까지, 퍼그버거 그리고 스키
남섬 로드트립 나흘차. 마운트쿡 후커 밸리 트래킹을 마치고 이동한 지 4시간여 만에 최종 목적지인 퀸스타운에 도착했다. 퀸스타운으로 가는 길 역시 험난했다. 마치 화성에 눈이 내린 듯한 풍경의 Lindis Valley를 지나 퀸스타운 인근 도시인 크롬웰까지 험한 길이 군데군데 이어졌다. 크롬웰에서부터는 좀 편안해질 줄 알았지만 얼마 안 가 역시나 깊고 좁은 카와라우강 협곡길이 꼬불꼬불 이어졌다. 도시 초입인 퀸스타운 공항에 가까워지니 교통체증이 심해졌다. 편도 1차로라 심할 수밖에 없는 교통체증은 퀸스타운에 드디어 입성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스위스 알프스 마을에 비견되는 동화마을 같은 퀸스타운은 20년 전에 왔을 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설산이 병풍처럼 도시를 빙 둘러 펼쳐졌고, 그 사이에 강과 큰 호수(와카티푸)가 잔잔히 물결쳤다. 20년 전에 비해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산복도로에 많은 펜션 같은 숙소가 지어지고 있다는 점. 호수뷰 때문이리라. 퀸스타운 산복도로는 시내에서 머지않은 데다 와카티푸 호수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창 개발붐 중이었다.
산복도로에 위치한 로지(Lodge)에 짐을 풀었다. 성수기 퀸스타운 숙박비는 사악해 산복도로 쪽 숙소로 정했다. 시설이 낡았고, 호수도 찔끔 보이는 위치였지만 대신 설산, 시티를 내려다보는 조망이 좋은 곳이다. 창문을 열면 호수가 한눈에 펼쳐지는 비싼 숙소는 다음에 돈 더 벌어서 오는 걸로!
다음날인 5일차에는 시내 투어에 나섰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이곳의 명물, ‘퀸스타운의 성심당’이라 불리는 퍼그버거(Fergburger). 퀸스타운에 왔으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햄버거 맛집이다. 명성답게 긴 대기줄이 이어졌다. 버거집만 있는 것이 아니라 퍼그젤라또 퍼그베이커리 퍼그바까지 이 일대 골목이 온통 퍼그거리였다. 퍼그 사장님이 이 일대 돈을 다 끌어다 모으는 느낌.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드디어 퍼그버거를 맛봤다. 일반 퍼그버거와 치즈버거, 디럭스버거 등을 골고루 시켰는데 역시나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다. 바싹 익은 패티와 베이컨은 씹는 맛을 더하고, 짭조름한 양념은 버거의 느끼함을 잡아주기에 충분했다. 버거 크기가 커서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었다. 버거를 다 먹고 옆 퍼그젤라또 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으로 디저트를 먹은 뒤 와카티푸 호수 근처를 산책했다.
남섬 로드트립 6, 7일차는 스키장으로 향했다. 겨울 여행지로 남섬을 고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스키다. 아이들 스키 레슨을 받고, 나도 스키를 즐기려 이곳 퀸스타운으로 온 것이다.
20년 전 퀸스타운에 왔을 때는 도심에서 25분 거리인 코로넷픽 스키장으로 갔는데, 이번에는 45분 거리인 리마커블스 스키장을 선택했다. 코로넷픽보다 시설이 현대적이고 초중급자에 특화된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리프트 대신 컨베이어벨트처럼 서서 슬로프로 올라갈 수 있는 ‘매직카펫’이 있어 초보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스키 레슨장은 수업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이가 속한 반에도 호주 태국 등 외국에서 스키를 즐기러 온 수강생이 많았다.
초보자 스키 레슨비는 이틀 기준 장비 렌털을 포함 인당 550NZD(교통 별도). 첫날은 스키 신고 벗고 넘어지고 일어서는 법, 완만한 경사를 타고 내려오는 법 정도만 배우는 ‘퍼스트타이머’반(225NZD), 둘째 날은 매직카펫을 타거나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 제법 경사도가 있는 슬로프를 타며 스키 스피드를 제어하는 법을 배우는 ‘원데이’반(325NZD)으로 신청한 기준이다. 예약은 리마커블스 홈페이지(www.theremarkables.co.nz)를 통해 쉽게 할 수 있다. info&snow나 시내 액티비티숍 등 외부 업체도 레슨+교통+렌털 등을 패키지로 판매하니 가격비교를 해보고 선택해도 좋다. 레슨 제외 원데이 스키 패스+장비 렌털 비용은 성인 기준 240NZD이다.
교통편은 스키장까지 운전이 만만치 않으므로(타이어 스노 체인 필수) 전문 스키버스를 타는 것이 좋다. 스키버스는 스키장이나 info&snow(www.infosnow.co.nz), 아고다 등 업체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