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부터 나이트 댄스파티까지
뉴질랜드 초등학교는 학기 중 정규 학습 외 이벤트가 많이 진행된다. 운동회나 야외 체험학습 등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나이트 파티 같은 독특한 행사도 치러져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을 더 재미있게 만든다. 이번 학기에는 어떤 이벤트가 있을까 기대하기도 한다. 나이트 파티 등 학생들만 입장할 수 있는 행사도 있으나 학부모 참관이 가능한 이벤트도 많다. 학부모가 학교에 가야 할 일이 빈번하고, 준비물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1term 때는 가장 큰 이벤트로 학교 운동회인 ‘Swimming Sports’가 펼쳐졌다. 뉴질랜드 초등학교는 교내에 야외 수영장 시설을 갖췄는데, 여름 시즌인 1학기(2~4월) 때 매주 한 번 수영 수업을 실시한다. 체육 수업 종목인 수영으로 운동회를 여는 셈이다. 수영 대회에는 학부모가 참관해 아이들의 수영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1term 때 오클랜드 전쟁 박물관(자연사부터 역사 등을 아우르는 오클랜드 최대 종합 박물관)을 투어 하는 야외 체험학습 ‘Museum Trip’도 진행됐다. 오전 등교해서 출석 체크를 한 뒤 도심으로 이동, 박물관에서 반나절 학습을 진행하고 오후 2시께 학교로 다시 오는 일정이다. 학부모 헬퍼(Helper)를 별도로 모집하는데, 선발된 헬퍼가 아이들의 도시락 등 짐을 운반하고, 조별 학습을 돕는 일을 한다. 나는 큰 아이 반 학부모 헬퍼로 참가해서 야외 체험학습에 나섰는데, 아이들에게 시달려(?) 피곤하긴 했지만 오클랜드 전쟁 박물관 구경도 하고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박물관 학예사의 뉴질랜드 기원에 관한 강의를 1시간가량 들은 뒤, 전체 전시물을 관람하고, 점심 도시락을 먹은 후 scavenger hunt(보물찾기) 게임에 나섰다. scavenger hunt는 조별(4~5명)로 주어진 문제의 해답을 박물관 전시물 내에서 찾는 방식이다. 전시물 설명판에 문제의 해답들이 있어 답을 찾아내는 재미를 준다. 문제의 난도가 상당해 아이들이 애를 먹었지만, 전시물을 한 번 보고 지나치지 않고 좀 더 집중해서 관람하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우리 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 박물관 코너는 지진체험관이었다. 설치된 집 모양의 체험관(거실로 꾸며진)으로 들어가 영상물과 함께 지진이 났을 때 흔들림을 느끼고 쾅! 하는 소리를 들으며 실제 지진의 강도, 여파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뉴질랜드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해 지진이 심심찮게 일어난다.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대지진은 근래 가장 큰 피해가 난 지진이기도 했다. 생활 속에서 지진의 위험을 미리 인지하고 대처하는 법을 배우게 하는 체험관인 셈이다.
학교 밖 이벤트로는 ‘Shore to Shore’ 행사가 진행됐다. 학생뿐만 아니라 가족이 함께 참가해 오클랜드 노스 지역의 해변을 걷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행사다. 신청이 늦어 참가는 못했지만 일요일 아침 가족과 함께 해변 걷기를 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행사라고 한다.
매 학기 마지막 날 전날은 학부모회 주관 ‘피자 데이’가 진행된다. 도시락 대신 피자를 주문해서 먹는 날로, 이날은 도시락을 안 싸도 돼(과일과 과자, 물은 보내야 함) 학부모가 편한 날이다. kindo(우리나라 하이클래스 같은 앱)에서 미리 주문하면 된다. 라지 피자를 생각하고 2조각을 주문했는데, 양이 적었다고 한다. 다음에는 3조각을 주문하는 걸로 합의를 봤다.(애들 말로는 4~5조각을 먹는 친구도 있었다고 한다!)
여름 시즌인 1학기 매주 금요일에는 학부모회 주관 ‘아이스블록 데이’도 열린다. 하교 시간 학교 오피스 근처에 마련된 매대에 가서 하드(개당 2NZD)를 사 먹을 수 있다. 아이스블록을 물고 일주일을 즐겁게 마무리할 수 있는 이벤트다.
또한 학기 마지막 날에는 ‘무비 데이’ 이벤트가 진행된다. 1term 때는 ‘모아나’, 2term 때는 ‘인사이드 아웃’을 관람했다. 학기별로 교사만 학교를 가는 Teachers only day가 있어 이날은 등교하지 않는다.
2term 때 학교 운동회는 ‘Cross Country’로 치러졌다. 학교 인근의 목장(공원)을 한 바퀴 뛰어 순위를 가리는 대회다. 너른 잔디 운동장에서 출발해 정해진 코스를 뛴 뒤 출발 지점으로 다시 오는 경기다. 말이 있는 울타리를 넘어서면 안 되고 정해진 러닝 코스를 뛰어야 한다. 학년별(성별 구분) 1~3위는 학교 간 지역 대회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에 2term 체육 수업은 크로스 컨트리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이날 점심 역시 kindo 앱에서 미리 주문, 아이스블록(하드)과 소시지시즐로 맛있게 해결했다.
2term 이벤트로는 ‘Freaky Friday’ School Disco’ 행사가 가장 신났다. 6월 ‘13일의 금요일’ 저녁(3~6학년 기준 오후 6시30분~7시45분) 학교 강당에서 freaky 주제의 나이트 파티가 열렸다. 코스튬은 직접 준비해야 하는데, 고민하다가 핼러윈 복장으로 가기로 했다. 별별 복장의 학생들이 댄스파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음식이나 야광 액세서리, 페이스 페인팅, 사진 찍기 등 이벤트 체험 거리는 미리 kindo 앱을 통해 구입하면 현장에서 받을 수 있다.
학부모는 아이를 시간 맞춰 강당으로 데려다주고, 끝나는 시간 데려가면 된다. 학교에서 치러진 밤의 댄스파티라니! 한국에서는 상상을 못 할 이벤트라 아이들이 더 즐거워했다. 파티를 워낙 즐기는 문화이다 보니 학교에서도 파티를 '조기교육'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5월 16일 금요일 열린 ‘Pink Shirt Day’도 인상적이었다. 핑크 셔츠 데이는 뉴질랜드 정신건강재단(Mental Health Foundation of New Zealand, MHFNZ)이 주관하는 괴롭힘 금지 캠페인으로, stop bullying을 통해 다양성을 촉진하고 포용을 강조하는 의미로 매년 진행된다. 학교에 핑크 옷(상의든 하의든 상관없음)을 입고 가 핑크 셔츠 데이의 의미를 다지는 날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어린이집은 물론 회사 직원도 출근할 때 핑크 옷을 입고 갈 수 있다. 그래서 이날은 도로, 쇼핑몰 곳곳에 핑크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Shared Lunch’ 역시 흥미롭다. 평소에는 도시락을 나눠먹을 수 없는데(위생상 이유로), 이날은 다른 친구들과 셰어 할 수 있도록 핑거 푸드 위주로 도시락을 싸가는 날이다. ‘포트럭 파티’를 학교 점심시간 때 하는 것이다. 각자 싸 온 도시락을 뷔페처럼 놓고 먹고 싶은 음식을 가져다 먹는 방식이다. 우리는 김밥과 유부초밥을 선택했는데, 홀케이크나 쿠키를 집에서 직접 만들어 온 친구도 있었고, 샌드위치 햄버거 만두 등 가져온 음식 종류가 다양해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다고 한다. 친구들의 ‘집밥’이 어떤 건지 맛볼 수 있어 신기한 눈빛이었다. 음식을 통해 자연스럽게 각 나라 문화도 체험할 수 있었다.
아이가 같은 반 한 키위 학생이 “이거 스시냐?”고 물었는데 “No, It’s Gimbap”이라고 정정해 줬다며 뿌듯해했다. 그 학생이 김밥을 먹고 “너무 맛있다. 당장 한국에 가고 싶은 맛”이라고 표현해 줘서 더욱 기뻤다고 한다.
3term의 가장 큰 빅 이벤트는 9월 초 열릴 'Dancing through the Decades' 주제의 스쿨 프로덕션이다. 반별로 각 시대를 지정, 그 시대 유행했던 댄스를 재연해 발표회를 여는 일종의 학예회다. 큰 아이반은 'Disco inferno'를 주제로 1970년대 디스코 춤을 선보이는 공연이 준비돼 블링블링한 맞춤 의상을 찾느라 애를 먹었다. 작은 아이반은 엔싱크 음악 'bye bye bye'에 맞춰 춤을 추는 2000년대 댄스가 콘셉트였다. 모든 학생이 참가하는 반별 대항 춤 대회가 어떤 모습으로 펼쳐질지 기대된다. 댄스 대회는 사흘간 개최되는데 이틀은 오후 7시~8시30분 진행돼 '나이트 댄스파티' 분위기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