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는 뉴질랜드 초등학교

작년부터 초중고 교내 휴대전화 사용 전면 금지

by 오클랜드방랑자

내년 1학기부터 한국 초중고교에서는 학생들의 교실 내 스마트폰 사용이 법적으로 금지된다. 학생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해결하고 학습권을 보장하고자 수업시간 내 휴대전화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이를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뉴스를 접하고 ‘아니, 그럼 지금까지 수업시간에도 휴대전화를 사용했단 말인가’라며 놀랐다.


뉴질랜드 초등학교와 한국 초등학교의 가장 다른 풍경을 꼽자면 바로 이 휴대전화다. 뉴질랜드에 와서 가장 놀란 점은 학교에 휴대폰을 든 아이들이 없다는 것이다. 수업시간은 당연할 테고, 등하교 때만 봐도 휴대전화를 든 아이는 거의 못 봤다(지난 9개월간 딱 한 명 봤는데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한국 유학생이었다).

우리 아이들 말로는 반에 휴대폰을 가진 친구들이 여럿 있다고 한다. 그래도 수업시간을 마치고도 휴대전화를 먼저 찾지 않고 교문에 서서 부모 픽업을 기다리거나 학교 운동장으로 직행, 놀이터에서 뛰어논다.

등하교 때 휴대전화에 ‘머리를 박고’ 이동하거나(심지어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유튜브를 큰 소리를 틀어놓고 보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거리를 다니는 한국 아이들과는 사뭇 다르다. 이런 환경 덕분인지 뉴질랜드에 온 뒤 휴대폰을 사달라는 아이들의 요구가 줄어들기는 했다(그렇다고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뉴질랜드는 작년 2학기부터 전국 초중고교 학생의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했는데, 이 영향이 큰 듯하다. 원칙적으로 등교 때 휴대전화를 학교에 제출하고 하교 때 받아가므로, 수업시간은 물론이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때도 사용할 수 없다. 국민당이 주도하는 새 연립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가 취임한 뒤 가장 우선 추진했다고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나아가 국민당 주도로 다른 일부 나라와 마찬가지로 16세 미만 SNS 접근 제한 법안도 추진 중이다.


정책 영향뿐만 아니라 등하교 때 아이를 데려다주고 오는 문화가 다른 점도 한몫한다고 본다. 한국은 맞벌이가정이 많아 특히 하교 때는 학원차량이 픽업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아이의 안전 및 위치 확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휴대전화를 사주는 부모가 대부분이다. 반면 이곳은 초등의 경우 ‘Hand to Hand(부모의 손↔학교 손)’ 픽업이 일반적이다. 자기 아이의 등하교는 부모가 직접 책임진다.(스쿨버스 노선이 운행되는 학교도 물론 있다) 육아를 부부가 공동으로 하니 등하교 임무를 분담할 수 있고, 퇴근시간이 오후 3시30분~4시가량으로 빨라 부모의 직접 픽업이 가능하다 보니 ‘연락을 위해’ 휴대전화가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이다.


이처럼 교내 스마트폰은 없지만 교육 목적의 다른 디지털 기기는 사용을 허용한다. 뉴질랜드 초등학교는 BYOD(Bring your own device) 정책을 펴는데, 대략 year4(한국 초2~3학년)부터는 크롬북을 등교 시 반드시 풀충전 후 지참하도록 한다. 자기 크롬북이 없으면 학교 공용 기기를 쓸 수 있으나 대기가 많아 사용에 불편함은 있다고 한다.

교내 인터넷으로 접속한 뒤 수학 등 각 수업시간에 크롬북을 활용해 학습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아이들은 크롬북으로 하는 수업 중 수학연산 게임이 가장 좋다고 한다. 수학을 가장한(?) 게임이지만 그래도 수학을 재미있는 과목으로 여기게 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물론 이마저도 디지털 기기라 중독을 우려하며 곱지 않은 눈으로 보는 학부모(특히 한국 유학생 부모)도 있긴 하나, 수업 등 제한된 시간 내 교사의 통제 아래 사용하는 거라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디지털 기술의 적절한 활용, 균형 있는 사용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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