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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훈의 중국평론 Jun 07. 2022

왕홍, 중국 마케팅의 늪


리쟈치, 웨이야, 신바...


설명이 필요 없는 중국 최고의 왕홍들이다.


하지만 내 눈에는 이들의 이름이 모두 한 단어로 보인다.


‘최저가’


리쟈치, 웨이야, 신바 © Baidu


수많은 성공 사례와 영광의 수식어가 따라붙는 전설의 왕홍들.


난 여기서 그런 이야기를 할 생각이 1도 없다.


만약 그런 미담을 원한다면 죄송하지만 다른 기사의 검색을 권한다.


그리고 난 오늘 여기서 이러한 왕홍들이 가진 허구와 환상을 무참히 박살 내고,


이후의 글에서 효과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려 한다.




중국 왕홍의 판매력은 워낙 유명하다.


리쟈치는 중국 최대 쇼핑 행사 기간인 광군절에만 매출 2조 원을 뿜어내고,


웨이야는 2년간의 수입 중 적발당한 일부 탈세로 2천6백억 원을 한방에 추징당했다.


리쟈치와 웨이야의 2021년 광군절 사전판매 성적표 © 알리바바


아모레퍼시픽이나 엘지 생활건강과 같은 한국의 대표적 화장품 브랜드부터 세계 각국 유명 브랜드들의 신화적인 중국 매출에는 이들의 공헌이 절대적이다.


그렇기에 새로운 신화를 꿈꾸는 수많은 루키 브랜드 또한 이들과의 협업을 꿈꾼다.


하지만,


당연히 이들의 몸값은 엄청나다.


3~4시간 정도 진행되는 이들의 ‘팔이타임’ 중 신생 브랜드, 신규 제품의 판매를 정말 스치듯 잠깐 끼워 넣는 것에는 ‘수수료 개런티’라는 연예인 모델료에 버금가는 금전적 대가가 따른다.


설상가상,


판매의 조건은 더욱 험악하다.


‘최저 판매가 보장’, ‘타 왕홍 판매 금지’, ‘무조건 환불/반품 수용’ 등 불평등 조항들이 따라붙는다.


그래도,


한 타임에만 수천만 이상 방문하는 소비자에게 자사의 브랜드, 제품을 노출할 수 있다는 기대와 전설 속 매출의 작은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신생 브랜드들을 달군다.


하지만 뜨거운 내 애정과는 너무도 다른 현실 속 주머니 사정에 고개를 돌리면,


이제는 두물 정도 간 왕년의 무비스타, 80년대 가왕이 내 애정을 기다리고 있다.


잔존하는 본인의 지명도를 이용해 한껏 트래픽을 끌어모으며 팬심에 호소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이들이다.


브랜드에게 다가와 왕년의 본인 모델료가 얼마였는지,


여전히 건재한 자기가 얼마나 제대로 된 ‘팔이피플’로 다시 태어났는지를 어필한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손잡을 수 없을 만큼 형편이 궁핍하다면 또다시 고개를 돌려야 한다.


이쯤 되면 처음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중•소형 왕홍들이 눈에 들어온다.


“싸게 여러 명을 써서 판매해보자. 티끌 모아 태산이다!”


호기롭게 얼마 안 되는 판촉 예산을 탈탈 털어 진행했지만, 매출도 홍보도 보잘것없다.


‘티끌 모아 티끌’이 된 것이다.


하지만 슬퍼하지 말지어다.


빚내서 앞서 만난 왕홍들과 협업했더라면 태산을 티끌과 바꿨을 테니까.


대형 왕홍들의 엄청난 매출에는 몇 가지 함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1. 파레토의 법칙


에스티 로더의 갈색병 세럼, 디올과 아르마니의 립스틱 소비자들은 리쟈치의 라이브 방송을 찾는다.


후와 라네즈의 팬들은 웨이야의 방송 알림을 받는 팬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러한 메이저 브랜드들의 매출이 대형 왕홍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당연히 유명한 브랜드, 인기 높은 제품일수록 이들의 방송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그 앞에서 몇 시간의 방송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백 개 제품은 그저 가늘고 힘없는 롱테일일 뿐이다.


대형 왕홍, 알리바바, 뉴스 기사가 떠들어대는 그들의 엄청난 매출에 신규 브랜드와 제품을 위한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2. 박리다매


이처럼 수억 명의 사람들이 대형 왕홍에게 열광하고 그들을 통해 구매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최저가.


오매불망 기다려도 세일이 없는 브랜드, 면세점에서는 없어서 못 사는 제품을 이 대형 왕홍들이 늘 갱신된 최저가로 자신들에게 방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콘셉트를 잘 이식한 것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한창 인기를 끌던 ‘네고왕’이라는 예능인 것이다.


결국,


협업을 통해 제품을 팔아 수익을 올리려 하는 정상적인 생각과 대형 왕홍은 애당초 어울리지 않았다.


매출액을 만들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이익을 구하는 상장사, 대기업에게 특화된 존재인 것이다.


3. 소문난 잔치


적은 날은 몇백만, 많은 날은 억이 넘는 시청자가 몰린다.


시청률 몇 퍼센트 나올지도 모를 TV 프로그램에 PPL도 하는데,


보장된 노출에 제품 소개를 곁들인 실시간 판매까지 이루어지니 매력이 차고 넘친다.


방송 이후, 리쟈치가 팔았던 제품이라고 홍보 마테리얼까지 만들어 활용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근데 노출을 기억하는 이가 없고 ‘리쟈치 추천 상품’으로 홍보해 봐도 신통치가 않다.


왤까?


리쟈치나 웨이야가 한 번의 방송에서 판매하는 품목의 수는 적게는 50개, 많게는 500개까지 된다.


그 수많은 제품 중에 누가 과연 내 제품을 기억해줄 것인가?


너도나도 붙이고 나타나는 ‘리쟈치의 추천’ 스티커가 그리 신묘한 솔루션일까?


차라리 드라마 PPL이 났다.


주인공이나 조연이 티 날 정도로 힘주어 말해주면 그래도 눈에는 들어오니까.


하지만 왕홍의 방송을 드라마라고 가정한다면 당신의 신규 제품은,


500명의 배역이 등장하는 말도 안 되는 오늘의 에피소드 속, ‘신인’ 한 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늘 그렇지만 세상일에 왕도는 별로 없다.


설령 왕도가 존재하더라도 너도나도 걷다 보면 그 길이 더 이상 왕도일 수 없다.


그렇다고 중국에서 내 브랜드를 알리고 제품을 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왕홍 따위 없어도 갈 수 있는 그 길을 이제부터 이야기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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