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법인의 숫자다. (2021년 중국 외국자본 통계, 중국 상무부, 누적치)
일본계 53,633개보다는 많고, 미국계 73,556개보다는 조금 적은 이 숫자로 중국이 자국이라고 극구 우기는 홍콩과 대만계 기업을 제외한다면 중국 내 외자 기업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2010년 이후 우리나라는 중국에서 매년 평균 1천5백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이어왔다.
한마디로, 겁나게 많은 우리 기업이 오지게 큰돈을 중국에 묻어둔 것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에서 그만큼 회수하고 또 벌어들일 노력을 해야한다.
물론, 노력은 뼈 빠지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지난 20년 간, 중국을 상대로 우리가 최대로 꿀을 빤 국가라는 것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노력의 방법이 틀렸다.
그중 하나가 바로 중국 소비자와의 소통이다.
최근의 소비 트렌드도 그렇거니와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 때문에 오프라인은 파죽지세다.
그러다 보니 온라인이 단순히 한 개의 판매채널이 아닌 주력채널로 바뀌었다.
한국 제조의 수입품이건, 중국 내 제조였건 중국에서 제품을 파는 기업들에게 온라인 홍보는 필수이다.
공들여 개발하고 정성들여 만들어낸 제품의 원료, 효과 혹은 기능, 특장점에 대해 수요가 있는 잠재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리고 그 일이 중국에서는 참으로 녹록지 않다.
인구도 너무 많고 온라인 플랫폼도 너무 잘게 쪼개져 있다.
시장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니 당신이 아는 제품, 모르는 제품 가릴 것 없이 전 세계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들이 여기에 기어들어 와 있다.
내 제품 구매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를 타깃팅 하기에는 그 정보와 인프라의 한계가 명확하고,
그게 가능하다고 떠드는 마케팅 툴을 믿고 썼다가는 시원하게 눈탱이 맞기 십상이다.
그렇다 보니 ‘물 반, 고기 반’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마케팅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력과 돈을 쏟아부으며 폼 나고 멋진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다 보면,
제품이 팔리기 시작한다.
내가 떠드는 이야기에 누군가 귀 기울였고, 내가 보여주는 몸짓에 초점이 고정되면 그 누군가는 다음의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이어갈 것이다.
1. 호기롭게 충동적으로 구매한다.
2. 의심이나 궁금증이 생기고, 질문한다.
당신은 어떠한가?
불행히도 중국인은 우리보다 의심이나 호기심이 훨씬 많다.
더군다나 별의별 제품이 다 혼재한 중국시장에서 그 많은 선택의 여지를 버리고 충동을 선택할 소비자는 많지 않다.
그리고,
분명 제품이 좋다고 떠든 사람은 있었는데 질문에 답을 하는 사람이 없다.
오래 기다렸고 답을 하는 이가 나타났는데 뭔가 이상하다.
앞서 떠든 사람과 다른 이가 분명하다.
영혼 없는 문구, 판에 박힌 대답, 심지어... 동문서답.
왤까?
중국 내 한국기업의 대다수가 고객센터를 외부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야 많다.
‘운영비용의 부담’, ‘리스크의 분산(문제 발생 시 꼬리 자르기)’, ‘인력수급의 어려움’
고객센터를 내재화한 몇몇 대기업이라고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영업과 마케팅부서에는 억대 연봉자를 과감히 앉히면서 고객센터 직원은 순전히 저가의 인력들뿐이다.
센터 직원들의 교육에 힘 써야 하지만 그 역시 관리자의 업무이고 비용인지라 ‘대응규정’으로 못 박은 얇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움직이게 한다.
상상해보라.
아무리 근사하고 멋진 자가 당신을 사로잡은들, 나에게 시큰둥한 반응과 동문서답 일색이라면 당신은 그를 친구 삼겠는가?
심지어 이건 ‘상대의 지갑을 여는 일’이다.
한마디로, 턱도 없다.
이제 막 중국에 진출해 고객센터를 내재화할 여력도,
내재화된 고객센터를 소비자와 소통이 되는 곳으로 운영할 방법이 없는 기업들에게,
여기 시작이 좀 어렵고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나름 괜찮은 방법이 있다.
직원 중 제품을 가장 잘 알고, 이해하는 부서는 어디일까?
아무래도 상품개발•기획, MD, 영업•판매부서 직원들일 것이다.
그들 역시 개인의 SNS상에서 개성에 맞는 소셜라이프를 활발히 영위하고 있다.
또 다른 소비자인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마음은 소비자가 가장 잘 안다.
기업의 이커머스 채널과 SNS, 회사의 웹 사이트까지 그들의 개인 계정을 가지고 답을 달도록 해보았다.
처음에는... 안 단다.
귀찮으니까.
그래서 시작이 좀 어렵다. 고객 문의와 컴플레인에 대한 응대에 상응하는 인센티브 등의 포상 제도를 좀 짜내야 한다.
하지만 이게 시작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답하는 직원마다의 스타일이 틀리고, 답변의 깊이가 틀리고, 때로는 실수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다. 완벽한 이는 없으니까.
그리고 소비자가 먼저 반응하기 시작한다.
“@칼퇴의요정 요정언니, 이번 신상은 핏이 좀 타이트한 것 같은데... 기존 사이즈랑 동일해요?”
“@심마니 심마니님, 이 제품의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왜 이리 높은 거죠? 원료가 바뀐 건가요?”
“@히끼꼬모Re 님아님아, 이번에 한국에서 출시한 신제품 리뷰 좀 해줘요. 그리고 중국에는 언제 출시해요?”
누굴 찾아 무엇을 문의해야 하는지를 소비자가 먼저 알고 정의한다.
직원들 역시 자신을 지정해 찾는 소비자로 인해 귀찮음의 감정과 포상의 의미는 점점 작아지고 개인과 브랜드•제품의 물아일체가 일어난다.
그토록 꿈꿨던 기업과 시장 간의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러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래서 여러 걱정도 이해한다.
‘직원의 실수와 배신’, ‘IMC(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와해’, ‘외부자의 도용과 사칭’이 두려운가?
리스크 매니지먼트는 리스크의 존재와 함께 그 리스크를 적정 수준 내에서 쉴새 없이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리스크 자체를 피하기 위해 영혼 없이 기계어나 다름없는 말들만 내뱉고 있는 그것이 내 눈에는 슈퍼 리스키한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과 다름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