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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훈의 중국평론 Jun 20. 2022

중국시장에서 승리하는 시간의 마법

중국 매출 대목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618 쇼핑데이가 끝이 났다.


이 글을 시작하는 6월 17일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가 받아들게 될 초라한 성적표가 뻔히 예상된다.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중국의 코로나 락다운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때문일까? 이전의 한한령 여파가 누적되어 쓰나미가 된 걸까? 우리의 반중 감정을 눈치챈 중국 소비자가 억하심정으로 주머니를 닫은 걸까?


중국시장에서 찌그러진 우리 브랜드의 위상은 그런 것을 탓할 이유가 1도 없다.


지금 우리의 초라함은 우리가 스스로에게 패배한 까닭이기 때문이다.


중국시장은 우리에게 어떠했는가?


우리의 제품들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환영받기 시작한 그 시점,


솔직히 중국과 중국 시장에 대해 일말의 고민이나 제대로 된 연구를 한 적이 있었던가?


다들 돈 세기 바빴다.


그만큼 중국은 우리에게 뜬금없고 느닷없이 찾아온 호구스러운 시장이었다.


내가 만든 제품이 중국에서 팔리고 있는지조차 몰랐고,


허리춤에 묵직한 열쇠 꾸러미를 찰랑거리며 다짜고짜 찾아온 중국 도매업자가 현금다발과 함께 던져놓은 주문서에 별 기대 없이 창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우리는 소위 대박이 났다. 그것도 유사 이래 경험해 본 적 없는 초대형 스케일로.


이유, 영문도 모르지만 중국은 우리에게 열광했다.


한국산이라면 드라마도 좋고, 노래도 좋고, 케쥬얼 의류도 좋고, 정장도 좋아했다.


얼굴에 바르건, 몸에 바르건, 싸건, 비싸건 ‘Made in Korea’가 붙어 있으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렇게 우린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서 규모 경제의 참맛을 보았다.


그리고 그런 복됨이 무엇 때문에 벌어진 일이고, 왜 우리에게 생겨났는지 아무도 몰랐다.


아니, 여전히 이러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모른다.


중국이 중공일 때, 우리는 그따위 망해가는 공산국가에 관심조차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몹시 관심을 가지고 노려보던 나라들이 있었다.


미국, 일본, 중동, 유럽...


찢어지게 가난하던 전근대 식민지 국가에서 현대화된 민주국가로 거듭 태어나며 우리는 세계로 나가고 싶어 몸부림쳤다.


고립되고 작은 시장의 한계.


메이지 유신으로 일진이 된 일본에게 후들겨 맞으며 얻은 교훈.


역사의 시간만큼 약소국으로 천대받으며 한(恨)이라는 이름으로 누적된 콤플렉스.


그래서 우린 세계 최고의 시장에서 인정받고 싶었고,


더 나아가 세계 일류의 메이커들과 경쟁하고 싶었다.


그러한 집중은 한국 내 많은 기업의 정신이 되었고, 국민의 노력이 되었다.


1990년대, 우리는 그 결과로 세계 시장에서 선진국 일류 브랜드와 경쟁할 수 있는 우리의 것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반세기의 노력만으로 우리는 그 결과를 맞이한 것이다.


근데 예상치 못하게 옆 나라 중국이 그런 우리나라에 반응한 것이다.


개방개혁을 통해 주머니 사정이 나아지고 그 식구도 엄청나게 풍성하니 그 반응이 우리의 경제를 불리고 큰 시장으로 열렸다.


중국은 왜 갑자기 우리에게 반응했을까? 뭐에 그리 홀렸을까?


아마도 그것을 표현하기에는 ‘합리적인 탁월함’이 적합한 단어일 것 같다.


할리우드 영화의 엄청난 스케일과 일본 드라마의 유려하고 심오함이 몹시 대단해는 보이지만 딱히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산 콘텐츠의 그 현실적 액션과 섬세한 감정 표현은 중국인의 마음과 멀지 않았다.


세계적 명품을 알게 되었고 소유하고 싶지만, 지금의 형편에 불가능하다.


하지만 세계적 명품의 디자인과 품질을 추구하며 그 가까이 다가서 있고 가격도 합리적인 한국의 제품이 중국인을 만족시켰다.


막연한 동경이나 멀리 있는 환상이 아니라,


그와 별로 다르지는 않지만 중국인이 공감할 수 있는 ‘감동’을 바로 한국에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우리가 중국시장 따위는 고민조차 하지 않던 ‘고작 반세기’의 산물이었다.


챔피언을 꿈꾸며 선진국 시장을 타깃으로 최강의 기업들과 경쟁을 주저하지 않았던 우리의 시간.


그 결과물에 크나큰 감동을 받고 지갑을 열은 중국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그 시절, 그 흔했던 ‘세계 일류’를 목표하자는 구호는 사라진지 오래다.


누구나 살 수 있는 중저가의 제품들로 중국시장에서 줄어드는 자리를 메꾸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가 다시 한번 ‘와우!’할 수 있는 아이템은 무엇인가 따위를 고민하고 있다.


내 중국생활 30년을 걸고 말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절대 답이 없다.


최강의 기업, 일류의 브랜드를 꺾고 세계를 무대로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와 노력,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시간과의 싸움.


그것이 없는 기업과 제품은 중국시장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


최근 중국 관련 뉴스에 달리는 엄청나게 많은 댓글은 오직 한 종류이다.


“잦같은 중국시장에서 왜 개고생하냐? 최대한 멀리하고 상종 안 하는 것이 답인 듯!”


초등학교 1학년인 내 아들만도 못한 수준의 이러한 댓글들이 그 뜻만 다르게 한다면 내가 하고자 하는 말과 다르지 않다.


“중국시장만 쳐다보는 고생 그만해도 된다. 머릿속에서 중국을 비우고 다시 더 큰 세계, 더 먼 미래로 나가라. 그러면 중국시장은 스스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지금의 절박함을 이겨내고 마음속 아쉬움을 내려놓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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