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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훈의 중국평론 Jun 22. 2022

짝퉁은 짝퉁의 길로, 나는 나의 길로

중국시장의 양 갈래 길


붙이는 손톱으로 세계 속에 유명해진 브랜드, 데싱디바가 있다.


© Dashing Diva


하지만 중국에서는 영 힘을 못 쓰고 있다.


밀수로까지 제품이 흘러들어오던 몇 년 전 상황과는 너무도 딴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데싱디바는 중국에서 소위 ‘뜨는 브랜드’였다.


한국 본사는 찾아오는 중국 도매업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타오바오나 샤오홍슈 같은 쇼핑 플랫폼에서는 한국 출시 신상품들이 이미 여러 경로로 수입되어 판매되고 있었다.


중국에 대규모 생산공장까지 가지고 있던 데싱디바는 중국시장에 욕심이 생겼다.


현지 유통사와 생산공장을 활용해 중국 내 유통과 마케팅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현지에서 한창 잘나가던 f(x) 출신의 ‘빅토리아’를 모델로 기용하고 티몰에 브랜드숍을 운영하며 큰 매출을 기대했다.


© Dashing Diva


하지만 기대는 여지없이 부서졌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유사품’, ‘모조품’과 같은 중국산 저가 짝퉁의 등장에서 시작된 ‘내 발등 내가 찍기’ 때문이다.


짝퉁, 중국시장에서 활약 중인 모든 브랜드가 가장 두려워하는 악마 같은 존재다.


겪어본 이는 알겠지만, 짝퉁은 사드 같은 국제정세, 코로나 같은 천재지변보다 무섭다.


중국시장에서 제품이 팔리고 브랜드가 알려지기 시작하면 동일한 콘셉트, 비슷한 외관, 파격적인 가격에 시커멓게 몰려오는 짝퉁의 공습은 구약의 시대에 이집트가 겪었던 메뚜기 떼의 저주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눈을 감고 마음을 가라앉힌 뒤 그들이 가져오는 공포에서 벗어나 잠시 생각해보면 이 상황이 그리 절망적이거나 심지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일단, 중국시장에 내 제품의 짝퉁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시그널이다.


그만큼 본인의 제품이 중국에서 환영받고 있다는 방증이며, 내 제품이 새로운 시장 일구고 이정표로 세우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순간 줄어들거나 멈춰서는 매출에 쫄아서는 안 된다.


중국 소비자 개개인의 주머니 사정과 소비 관념이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어떤 소비자에게는 내 제품이 큰 사치일 수 있고, 꼭 원조 제품이 아니더라도 외관이나 기능이 ‘비스무리’한 정도에 만족할지 모른다.


그들은 그들의 돈으로 그들의 선택을 한 것이다. 브랜드가 나서서 뭐라 할 것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켜야 할 시장과 지위를 시시각각 점검해보아야 하는 것이 두 번째이다.


내 진짜 자리는 짝퉁이 생겨나고 유통되어야 비로소 그 모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내가 그렸던 스스로의 자리가 어디였고, 내 몫의 크기가 얼만 했었는지는 전혀 중요치 않다. 아니, 오히려 지워버리는 편이 현명한 판단이다.


조잡하지만 그만큼 낮은 가격에 만족하는 시장은 내가 영위할 수 있는 시장에서 지워야 한다.


그리고 절대 빼앗기지 말아야 할 ‘나 여야만 하는 시장’이 있다.


내 제품의 가치와 상응하는 조건의 상대들이 나타난다면 박 터지게 경쟁해야 하는 시장이다.


그 영역의 변화를 매일매일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지켜야 하는 것과 버려야 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세 번째 할 일이다.


우선,


지켜야 하는 것 중에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격이다.


“너무 비싸요!”


시장통이건 백화점이건 소비자는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앞에 두고 거의 습관에 가깝도록 이 한마디를 내뱉는다.


“저기 똑같은 물건이 반값이던데!”


이런 손님은 꼭 나타나기 마련이고, 가보면 진짜 비슷한 반값의 제품이 있기 마련이다.


멈춰선 매출에 속이 타고, 행여나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제 살 갉아 먹히는듯한 두려움에 가격에 손을 데기 십상이다.


절대 안 된다.


한번 내려간 가격은 다시 올릴 수 없고,


가격을 내리기 위해 줄여버린 원가는 제품의 본질과 가치를 흔들어놓는다.


그러기 위해, 버려야 하는 것이 있다.


욕심이다.


중국시장에 진출하며 처음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펴보아라.


거기에 브랜드의 욕심이 담겨있다.


‘예상 시장규모’, ‘목표 매출계획’과 같은 이름으로 담겨있는 욕심을 찢고 불태우는 선택이 필요하다.


잘못된 예측과 허황된 목표는 그 자체를 새로이 해야 할 것이지 절대 연연할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중국법에 대한 믿음과 오리지널로써의 당당함을 가지고 묵묵히 전진해야 한다.


단순 짝퉁을 넘어서 상표까지 도용하고 불법의 제품을 만들어 유통하는 자가 있다면 법원과 판매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고소, 고발을 진행하고 처벌을 요구해야 한다.


여기서까지 중국의 부당함을 경험한다면 침을 뱉고 욕을 하며 진상을 떨어도 좋다.


하지만 21세기, 지금의 중국은 ‘그나마’ 이 정도는 합리적인 범위에서 그 꼴을 지킨다.


유사한 콘셉트와 디자인의 짝퉁까지는 벗 삼아 같이 가야 한다.


© Baidu


짝퉁을 수요로 하는 소비자가 분명 존재하고, 심지어 고퀄의 오리지널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러한들 또 어떠한가.


오리지널의 소비를 꿈꾸며 저 정도의 짝퉁을 구매하는 이들이 어느 미래에 충분한 재력과 품위를 가질 수 있기를 소망하자.


그리고 오리지널의 가치를 지키는 데 집중하자.


각종 조사 자료와 이에 근거한 뉴스 기사는 중국의 명품시장에 대해 자주 눈이 휘둥그레지는 수치를 내놓는다.


하지만 짝퉁시장에 관해서는 그 숫자를 찾기 어렵다.  


그리고 그 숫자가 얼마건 내 몫이 아니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는 일이다.


루이뷔통이나 구찌가 중국 전체 액세서리 시장규모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 분명한 만큼 내가 가질 수 있는 시장, 내가 지켜야 할 자리에 보다 현실적이어야 한다.


이에 관해, 이천 년 전 누군가 아주 멋지게 표현한 말이 하나 있다.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의 것으로,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의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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