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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훈의 중국평론 Jul 26. 2022

china rising] 지들 둘밖에 모르는 G2

한중수교 30주년, 그 두 번째 이야기

한중수교 당시 중국은 12억이나 되는 식구를 인구 4천5백만 명의 한국과 엇비슷한 GDP로 먹여 살리고 있었다.


한중수교 30주년, 그 첫 번째 이야기


덩샤오핑이 경제회복에 최선을 다하고는 있었으나 오병이어(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천 명을 먹였다는 예수의 기적)가 가능했던 것도 아닌지라 당시 중국 인민의 생활은 고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중국이 시작부터 한국에 비해 곤궁한 처지는 아니었다.


한중수교가 있기 30년 전인 1960년대만 해도 중국의 GDP는 597억 달러, 한국은 20억 달러로 중국의 1/30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이 처참할 정도로 가난했기 때문이다.


식민지로써의 아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벌어진 6.25 전쟁으로 나라는 쑥대밭이 되어있었다.


휴전 후에도 이승만 정권은 부정선거와 부정부패로 나라가 다시 일어설 틈을 주지 않았고 결국 국민의 손에 의해 몰락했다.


같은 시기, 중국은 참전국으로 6.25 전쟁에 발을 걸쳤고 심지어 핵무기까지 개발하고 있었다.


토지를 개혁하고 티베트를 병합하는 등 내부적으로 확고한 기반을 다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창 잘나가던 중국은 1960년대에 들어서며 대약진운동•大跃进运动과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이라는 마오쩌둥의 역대급 삽질로 나락에 굴러 떨어지기 시작한다.


4천만 명씩 굶어 죽어가는 와중 원자폭탄(1964년)과 수소폭탄(1967년)까지,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해 개발하고 또 성공했으니 인민의 뱃속에 들어갈 국고는 더더욱 없었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만약 원자폭탄, 수소폭탄조차 없었더라면 중국은 이미 이 지구 상에서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것이니... 세상일이라는 게 참 알 수가 없다.


중국이 이렇게 유사 이래 존재한 적 없던 인재(人災)로 허우적거리고 있던 와중, 한국은 유사 이래 존재한 적 없던 속도로 경제적 발전에 한창이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대를 맞아 정치는 지옥, 경제는 천국의 계단을 밟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은 1992년 한중수교라는 접점에서 3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편으로 다시 만났다.


1992년은 덩샤오핑의 중국특색사회주의•中国特色社会主义라는 아리송한 자본주의가 한창이었다.


선부론, 흑묘백묘론 등 신묘한 경제 개방개혁 논리들을 펼치며 자본주의보다 더한 자본주의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30년을 뻗어나가고 또 뻗어나가며 몸집을 50배나 불리더니 미국 GDP의 75%까지 따라잡는 오늘에 왔다.


그간 우리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1992년의 1.4%에서 2022년 25%까지 올라섰다.


물론 우리는 대중국 수출에 홍콩까지 포함시키는 것이 옳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니 그렇게까지 한다면 그 비중은 31%로 올라간다.


특히 2000년부터 2010년 사이에 우리의 대중국 수출액은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그 기간 우리 경제는 황금기를 맞았다.


그렇게 누적된 무역수지 흑자가 7천억 달러에 달한다.


근데 최근 들어 적자로 전환되었다고 다들 난리다.


올 년 5월에 11억 달러를, 6월에는 12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그간의 누적 흑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숫자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걱정의 이유는 적자로의 전환이 꽤 오랫동안 그 조짐을 보여오며 흑자의 폭이 줄어들어 왔다는 것에 있다.


결국 우려했던 바가 현실로 드러나며 ‘그간의 꿀 빨던 시대는 끝난건가’, ‘재미도 못 보는데 경제의존도, 자원의존도까지 높으니 디커플링 해야 하나’와 같은 탈중국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현 정부가 ‘탈중국’을 언급한 만큼 탈중국 이후의 미래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우리 사정이 있다.


어떤 식으로 갈라선다 해도 한때 교역하고 왕래하던 국가와 단교하게 되면 과거 서로 남이던 때로 돌아갈 수는 없다.


중립일 수 없는 암묵적 적대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상대가 더 성공하고 더 강해진다면 이 관계에 대한 결정으로 곤란한 처지가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기에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에는 중국이 망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해한다.


근간에 중국이 한 짓거리,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보이는 좀스러운 모습은 중국에 30년을 산 나로서도 꼴 보기 싫고 병신 같기 그지없는데 다른 이들은 오죽하랴.


하지만 불행히도 중국은 우리의 정서, 우리의 바람과 상관없이 당분간 절대 망할 일이 없다.


구조가 그렇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지구에는 이 세계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두 축이 있다.


국가별 GDP 순위


미국과 중국이 그 두 축이고, 그 두 경제의 합은 순위권에 있는 나머지 국가의 것을 합친 것보다 절대적으로 많다.


GDP는 미국이 중국보다 높지만 그렇다고 중국이 많이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별 무역액 순위


세계 경제에 대한 공헌도라 볼 수 있는 무역액은 중국이 미국보다 높다.


3위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의 격차에서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이 두 나라는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양 축을 구성하고 있다.


지붕이 무너지면 떨어지는 석가래 좀 맞고 들이치는 비도 좀 맞으면 된다.


하지만 두 개의 기둥이 떠받들고 있는 집에서 그중 하나라도 부러지는 날에는 그 집안 모두가 매몰될 수밖에 없다.


세계 모두의 안녕을 위해, 이 둘 중 하나도 무너지면 안 되는 것이다.


이 구조가 바뀌려면 최소한 반세기, 아마도 한 세기 정도는 걸려야 할 것이다.


이 물리적 시간을 건너뛰고 바뀔 방법은 세계대전밖에 없으니... 우리 모두 그걸 바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결국, GDP 순위 11위 러시아도 못 잡는 미국이 중국에 무슨 지랄을 하던, 시진핑이 어떤 삽질을 하던, 제로 코로나로 경제가 몇 달쯤 멈추어 서던, 중국은 마이웨이가 가능하다.


그리고 양국의 그런 지랄과 삽질에 고통받는 건 결국 주변국들밖에 없다.


순전히 지들 입장만 생각하고 지들 만을 위해 지들 편에 서라고 참견과 압박을 해대니 ‘차악’을 선택해야 할 것 같은 위기 속의 대한민국이다.


다음에는 [한중수교 30주년, 그 세 번째 이야기] ‘멱살 경제의 딜레마’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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