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공황이 찾아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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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년 담임을 맡고 있을 때 3월부터 등교를 하지 않는 학생이 있었다. 이유는 공황장애라는 것이다. 집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상태라 등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학생의 어머니께서는 조금씩 집밖으로 나가는 연습을 하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하셨다.


나도 공황장애인 아이는 처음 맡아봐서 아이가 등교할 때를 대비해 미리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관련 책들을 읽었다. 그중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어느 날 갑자기 공황이 찾아왔다>의 내용을 함께 살펴보며 공황 장애가 생기는 원인과 해결방법을 알아보자.






공포의 주요 목적은
위험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공포는 신체가 우리에게 보내는 지극히 건전하고도 정당한 반응이다. 공포의 주요 목적은 위험에서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굶주린 사자가 덤불 뒤에 숨어 있다가 당신을 보고 뛰쳐나온다면 당신의 몸은 급격하게 아드레날린을 방출한다. 이런 상황에서 도망가는 행동이야말로 우리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도 정상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사자가 덤불 뒤에 웅크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당신을 위협하는 존재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심장이 쿵쿵거리면서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서 대체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렇게 반응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최초로 공황이 나타나는 주요 원인은
몸에서 보내는 경고 신호를 억누르거나 무시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공포는 하나의 원인 때문에 발생하지 않는다.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의 공포를 빠르고 확실하게 극복할 수 있다.


최초로 공황이 나타나는 주요 원인은 몸에서 보내는 경고 신호를 억누르거나 무시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너무 오랫동안 자신의 직감을 무시하기 때문에 병이 발생한다. 직감은 잠재의식의 대변인이자 정신의 대변인이다.


우리가 이성적으로 직감을 믿을 수 없는 이유를 찾아내려고 할수록 불만을 품은 잠재의식은 자신의 말에 경청하도록 계속해서 수단을 만들어낸다. 정신적인 신호든 신체적인 신호든, 정신은 다양한 신호를 통해 경고를 보냄으로써 우리 삶에서 문제가 있는 뭔가를 바꾸고자 노력한다.


정신이 보내는 경고 신호는 갑작스러운 기억력 저하 또는 집중력 저하, 의욕 저하, 무기력, 아무런 이유도 없이 슬퍼지는 현상 등이 있다. 공황은 이런 여러 가지 증상의 마지막 단계에 나타나는데 정신이 보내는 경고 신호 가운데 가장 강력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부정적인 생각을 자주 하면
신경생물학적으로 공황이 일어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진다.


한 번 공황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도대체 그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을 거듭한다. 이들은 두려움과 걱정에 휩싸여서 종합병원으로 달려가 진료를 받는다. 그러나 대부분 그냥 일시적으로 공황이 일어났을 뿐이며 신체적으로는 정상이라는 의사의 소견을 듣고 집으로 돌아온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소견을 믿지 않는다. 이들은 자신의 몸에 뭔가 이상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들은 또다시 고민에 빠지고 또다시 의사를 찾아가 진짜 '원인'을 밝혀달라고 애원한다.


그런데 바로 이런 행동 때문에 한 번 겪었던 공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다.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반복해서 계속 근심 걱정에 휩싸여 있다 보면 이런 상태가 뇌 구조를 확실하게 바꿔버린다. 두려운 생각은 몇 주 만에 혹인 며칠 만에 완전히 자동으로 작동되는 사고 패턴으로 뇌에 자리 잡고, 이런 사고 패턴은 시냅스를 거쳐서 몸 곳곳에 파고든다.


우리 뇌는 컴퓨터처럼 데이터를 저장하는 게 아니라 시냅스 형태를 빌려 생물학적으로 생각을 저장한다. 신경 연결은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자마자 만들어진다. 2000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에릭 캔델 교사가 이 같은 발견을 했다. 이 시대에 손꼽히는 뇌 연구가 중 한 사람인 그는 공포와 두려움을 완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캔델 교수는 모든 생각과 인상이 뇌에서 시냅스 연결 형태로 저장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증명했다.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관없이 생각의 기저에 있는 감정이 강렬할수록 머릿속에 있는 신경 연결은 그 성능이 더욱 강력해진다. 따라서 부정적인 생각을 자주 하면 신경생물학적으로 공황이 일어날 수 있는 바탕이 만들어진다.


쉬려고 할 때 특히 두려움이 엄습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뇌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만 반응하는 게 아니다. 쉬는 순간에도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는 신경다발이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게다가 우리 뇌는 쉬지 않고 항상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 시간이 쫓기면서 뭔가를 하고 있을 때 우리의 뇌는 할 일이 많다고 인식해 공포나 근심과는 멀찌감치 거리를 둔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한가해지면 이리저리 뒤척이며 고민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때 우리의 뇌는 가능한 한 빨리 일거리를 찾으려 한다. 뇌는 어디에서 이런 일거리를 찾을까? 우리의 뇌는 여유 있고 느긋한 느낌이 모여 있는 길이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으로 이루어진 길에서 공포를 찾아내 공포심을 유발하는 편을 택한다.






공포를 떨쳐내려면
긍정의 사고 패턴을 정착시켜라


생각하는 과정은 우리의 뇌를 끊임없이 새롭게 연결한다. 우리 머릿속에서는 매일 10만 개 정도의 연결망이 생성되는데, 바로 여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바가 저장된다. 그리고 자주 반복하는 생각들은 점점 더 대표적인 생각으로 등장하고, 반대로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는 내용들의 신경 연결은 해체되어 버린다. 긍정적인 생각도 이런 식으로 처리된다.


우리의 뇌는 얼마나 다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하게 이용하는지에 따라 완전히 자동적으로 반응한다. 생물학적으로 뇌는 이용하는 방법에 적응하게 되어 있다. 게다가 자동장치가 구축되어 있어서 같은 생각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가 뇌를 조종하는 게 아니라 뇌가 우리를 조종하게 된다.


뇌는 긍정적인 결과를 예상했다가 실망하지 않기 위해 긍정적인 결과보다는 부정적인 결과를 더 많이 인지하는 연습을 하는 경향이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아름다움, 그러니까 삶을 보다 더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게 된다.


특정한 경험들로 말미암아 나쁘고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게 되었는지, 혹은 그런 사고방식을 부모에게 물려받았는지는 사실 공포에서 벗어나는 데 있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간단한 속임수를 동원해 뇌가 새로운 길을 열게끔 하는 것이다. 이 길은 신경망으로 되어 있는 길을 말한다.


뇌는 원칙적으로 우리가 규칙적으로 행하는 모든 것을 자동화한다. 반복적인 행동이나 사고는, 우리의 뇌가 그것을 패턴으로 의지하자마자 대뇌에서 소뇌로 옮겨지고 이곳에서 잠재의식에 의해 자동적으로 실행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성은 할 일이 줄어들고 작업 공간이 넓어져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과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공황장애 학생을 돕기 위해 읽었던 책이었지만 나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 부정적인 생각의 위험성과 몸에서 주는 경고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히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것의 필요성도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다.


나도 평소 불안과 두려움을 많이 느끼는 편이라 이유 없는 불안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우리 뇌가 불안을 쉽게 느끼게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래서 더욱 적극적으로 긍정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학생은 결국 공황장애를 극복했다. 공황 장애의 원인은 여러 가지였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모든 영역에서 우수했던 육각형 학생이었기 때문에 고학년이 되면서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꾸역꾸역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고 했던 것이 공황으로 나타났던 주요 원인인 것 같았다. 아이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마음 상태도 잘 돌보면서 키워야 한다는 것을 되돌아볼 수 있었던 기회였다.


내가 도움을 준 부분이 있다면 아이가 조금씩 자연스럽게 학교 공간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친구들이 많이 있는 교실을 공포스럽게 생각해서 처음에는 학교 도서관 안에 교실과 비슷한 환경인 독서 교실에서 30분 있다가 집으로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교실에서 아침독서 10분만 하고 귀가하고 서서히 1교시까지 2교시까지 점차적으로 늘려나갔다. 결국 온전히 친구들과 일과를 마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아이가 갑자기 공황 증상이 시작됐는데 수업 중이라 선생님에게 미안해서 말을 못 걸 경우를 대비해 언제든지 힘들면 포스트잍을 책상에 붙이고 귀가하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그렇게 교실에 서서히 적응한 그 학생은 나중에는 친구들과 음악을 틀고 춤까지 추면서 술래잡기를 하며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조기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나서부터 너무 많은 기대와 큰 관심을 받으면서 크고 있다. 어린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이고 부모에게 칭찬받기 위해 힘들더라도 꾸역꾸역 주어진 일을 해나간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공황이 오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잘 모를 수 있다. 건강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가정에서 지도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 나의 아이를 돌아보자.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아이가 있는 그대로 소중하다는 것을 잊고 있진 않은가.

조금만 어른들이 관심을 가지고 배려해 준다면 우리 아이들은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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